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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 | [문화저널]
꿩먹고 알먹고
김두경 / 서예가·편집위원 (2004-02-05 11:55:15)
며칠전 TV에서 '긴급 진단 환경을 생각한다'라는 방송을 했습니다. 안양천 오염상태를 발원지에서부터 사람이 남기는 흔적들이 생태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추적해 확인했으며, 오염의 대명사인 중랑천에 물고기가 다시 돌아온 것과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도 보여주었고, 하천에 난 잡풀들이 오염을 어떻게 정화시키며 자라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상류 계곡의 수질은 1급수인데 등산객이 먹고 버린 음식물 찌꺼기가 금방 2급수로 오염시키고, 자연은 그것을 어떻게 정화 해가는 지도 보여주었으며 떨어진 낙엽들이 물속에 쌓여도 자연 생태계는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먹이사슬에 의해 철저히 분해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너무나 신기한 자연 생태계 질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심각한 오염상태에 놓여있던 중랑천 맑히기 운동에 동참, 주민들이 보여주는 노력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습니다. 세탁비누를 세탁기에 넣어 세탁하고, 쌀씻은 물을 모아 두었다가 1차 설거지 물로 사용하며, 모든 음식물 찌꺼기는 흙에 묻어 거름으로 사용하는 등 정말로 대단한 노력들을 기울여 이제는 중랑천에 물고기가 돌아오기 시작하였다는 방송에 반가웁기 말할 수 없었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안양천 하류를 따라 내려오면 사람들이 어떻게 오염시키고 있는지도 극명하게 보았고 시궁창에 자라나는 잡풀들이 오염을 어떻게 정화해 주는지도 자세히 보았고 우리가 버리는 라면국물 반대접이 2급수 상태로 정화되는데 가정용 욕조 10개분의 물이 필요하며 폐식용유 한컴에 10만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말씀에는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놀라움에 벌어진 입 벌리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선 내 집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기로 아내와 의논하였지요. 쌀뜨물 받아두었다 설거지 하기, 음식물 찌꺼기 화분에 묻기(화분이 적으면 플라스틱 통에 흙을 부어놓고), 세제 대신 비누넣기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공책에 적어가며 해보기로 결정했지요. 막상 적어놓고 보니 남자들이 해야 할 일은 몇가지 안되고 대부분 여자분들이 해야 할 일이어서 아내도 여자인지라 불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시대에 우리가 저지른 오염과 파괴로 우리도 마음놓고 마실 물이 없는데 우리들의 귀여운 자녀들은 무슨 물을 마실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누구에게 바라지 말고 나부터 실천하다보면 금세 좋은 세상이 될 수도 있으며 가정경제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 그야 말로 꿩먹고 알먹고, 님도보고 뽕도 따는 일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하며 실천할 것을 각오 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우리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다섯 살짜리 아들녀석이 하는 말."아버지 꿩먹고 알먹고는 먹 또 물에 타 먹는 거예요"하는 것 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깜짝 놀라 자세히 알아보니 아이들 군것질용 과자 이름이 「꿩먹고 알먹고」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바탕 웃음으로 즐거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은근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 꿩먹고 알먹고가 먹고 또 물에 타먹는 과자이듯 우리의 소중한 유산, 속담들 조차도 하찮은 옛말씀으로 끝나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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