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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 | [문화와사람]
비디오 이야기, 만화영화, 어린이, 그리고 어른
여성문학연구모임 (2004-02-05 12:23:09)
아이들과 하루를 지내 본 사람이라면 떼쓰는 아이, 말썽많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줘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비디오테이프가 과연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어른들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 아이들은 나라의 기둥' 이며,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땅의 모든 어른들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리라. 당연히 어린이 대상의 프로는 아이들에 맞는 건전한 모험과 우정,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 부모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그럼 믿음들은 배반당하고 있으며, 저질 어린이 비디오테이프들에 대한 경고가 매스컴을 통하여 자주 언급되나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무시되고 있다. 이러한 경고가 생생했던 나로서는 자료조사를 위해 몇몇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을 돌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영화로는 『슬램덩크』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람마1/2』, 『드레곤볼』등의 일본만화영화였고, 다음으로 인기있는 프로는 최근 디즈니가 성인을 대상으로 제작한 일련의 동화들,『미녀와 야수』,『인어공주』, 『알라딘』, 『백설공주』등이 있었다. 그리고 남자아이들은 공상과학의 우주 전쟁 영화, 여자아이들은 고전적인 만화인『베르샤유의 장미』,『캔디 캔디』등의 순정 만화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 이런 비디오 인기 순위는 많은 문제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먼저 이들 만화영화들이 모두 수입된 만화영화라는 점이다. 아이들의 정서는 쉽게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만든 만화영화에 우리의 정서를 잘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역으로 외국의 만화영화가 얼마나 우리의 정서에 부합될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 아이들의 서구지향적인 생활태도, 식습과 등은 이들 만화영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외국 만화영화중에서도 일본 만화영화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국수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게 될 지도 모르지만 일본 만화영화가 성적인 측면에서 개방적(?)임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수입된 일본 만화영화의 내용을 보면 기우가 아니다. 먼저 만화영화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슬렘덩크』는 미국 프로농구인 NBA의 마이클 조단의 등장과 함께 덩크슛의 세계적인 열풍의 볼 수 있다. 이 만화영화의 등장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 농구선수들을 연예인과 같은 스타로 만들었으며, 마이클 조단이 등장하는 나이키 농구화 선풍을 일으켜 한때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졌고, TV에서는 농구 선수들이 등장하는『마지막 승부』가 제작되어 새로운 스타군단을 창출해 냈다. 결국 마이클 조단의 인기가 『슬렘덩크』라는 만화를 만들어 냈고, 『슬렘덩크』는 다시 농구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수 많은 아류격의 농구만화를 출판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슬렘덩크』라는 만화영화가 스포츠에 대한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만화영화는 스포츠의 본질을 변질시키고 있다. 만화의 주인공 강백호, 채치수, 서태웅, 유창수, 최소연 등은 모두 고등학생이다. 주인공 강백호는 학교에서 알아주는 공치덩어리로 중학교 때부터 여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조숙한 아이로서 농구에 입문하는 계기도 순전히 소연이라는 예쁜 여자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다. 또 강백호의 친구들도 체육시간에 여자아디들을 훔쳐보고, 선생님들에게도 버릇없는 행동을 일삼으며, 승부를 위해서 또는 상대방을 내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까지 보여준다. 『람마1/2』은 더욱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주인공인 남궁란마는 중국소년이나 무술수련 도중 이상한 샘물에 빠지면서 찬물이 닿으면 여자아이로 뜨거운 물이 닿으면 남자아로 성전환을 하는 괴물(?)이다. 그는 일본인 세나라는 여자아이와 약혼한 상태로서 세나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만화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등장임물로는 세나의 아버지와 그사부인 할아버지, 그리고 역시 샘물에 빠져서 물이 닿으면 곰이 되는 아버지가 있다. 란마는 남자아이로 변했을 때는 세나오 중국인 소녀 샤프와의 삼각관계에 있으며, 여자아이로 변신을 하면 세나를 좋아하면서 역시 소녀 란마를 좋아하는 여러 남자아이들과 계속되는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 란마 이외의 인물도 정상적인 인물은 한도 없다. 사부인 할아버지는 꼬부랑 늙은이가 젊은 여자의 속옷 훔치는 것이 취미이며 손녀인 세나를 혹은 여자 란마를 훔쳐보고, 노골적인 접근을 하는 등 변태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드레곤볼』에서도 이러한 변태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손오공의 사부인 거북도사가 바로 그렇다. 거북도사는 예쁜 여자를 보면 쌍코피를 터뜨리며,제다들에게 여자를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여자아이게게 치마 속을 보여달라는 애원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태적인 인물의 등장과 더불어 이들 일본만화영화가 가지고 있는 더 큰 문제는 한결같이 남/녀의 비눈법에 근거한 인물 설정에 있다. 강백호, 란마, 손오공들은 모두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강한 인물들로 그려지며, 반면 여자아이들은 모두 수동적이어서 남성의 선택을 받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남성을 찾아나서기는 하지만 그것은 잘생긴 남자를 만나기 위한 허영심의 소산이다. 더욱이 이들 여성인물들은 평소에는 귀여운 모습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면서도 옷을 벗으면 글레머의 육체파 여성으로 그려지는 백치/요부의 이중성을 지니 인물들이다. 이러한 만화영화가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 진다. 디즈니 제작의 만화영화들도 역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백설공주』, 『알라딘』등은 모두 어린이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영화답게 대단히 심혈을 기울인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여성인물의 형상화의 측면에서는 역시 구태 의연한 답습을 거듭할 뿐이다. 여성 주인공들은 모두 표면적이든, 내재적이든 간에 모두 자신의 현재의 삶에 불만에 품고 있으며, 불만에 찬 생활에 서 자신들을 구해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녀들은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을 구해줄 왕자와의 만남도 아름답기 때문에 가능해 진다. 또 모두 왕자와의 영원한 행복을 원하지만 필연적으로 고난을 극복해 내어야만 했다. 그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무기는 역시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 즉 상냥함 희생, 순종의 미덕과 요리, 청소 그리고 애교이다. 요즈음 여자아이들 사이에 공부병에 걸린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 만화영화가 그런 현상과 과연 무관한가? 의심해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SF 공상과학영화의 문제이다. 『후레쉬맨』, 『바이오맨』, 『그레이트 간담』이니 하는 만화영화는 어린이들의 과학적 창의력을 부추긴다는 측면에서는 어느정도의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나친 폭력성을 내포하고있어서 어린아이들의 정서훈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만화영화 인기 순위가 시사하는 세 번째 문제는 우리 많화영화의 부재인다. 우리나라의 만화영화 제작 수준이 세계적인 수중에 올라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만화영화 중 어린이의 정서와 교육적 효과를 겸비한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 『머털도사』, 『달려라 하니』.『은비, 까비의 옛날 이야기』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만화영화를 TV의 어린이 시간 이외에는 찾아 볼 수가 없다는 데 있다. 비디오 출시가 안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대여자(시청자는 어린아이지만 대여자는 어른인 점을 감안하면)가 찾지 않기 때문에 비디오대여점에서 구비해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어린이들은 저질 폭력 비디오의 홍수 곳에서 살게 되었다. 그것은 모두 어른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부제작자들의 상업주의가 이러한 저질 만화영화를 수입하게 하지만 대여자들의 무관심이 그들의 상업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부터 우리 어린이들을 보호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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