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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 | [문화가 정보]
흰각시붓꽃과 우리 제3회 영호남 문학인대회에 다녀와서
이경진 전북청년문학회 회원 (2004-02-05 12:26:41)
사랑하는 사람과 밀어를 속삭이며 강둑길 걸을 때면 반짝반짝 그 주위 돌며 그들의 속삭임보다 더 달콤한 자연의 정취를 보여줬던, 어린 날 한번쯤은 손에 대면 델까봐 조심스레 건들어 보고 신기해 다시 한번 바라 보기도 했던 그 반딧불, 요즘 반딧불을 본적 있는가? 그들은 멀어져 간다. 농약과 매연으로 인간이 내지르는 학살의 손길을 피해 더 멀리 더 깊은 곳으로 날아가지만 그 반짝이는 몸뚱아리 편히 쉴 곳은 이젠 어디에도 없다. 반딧불은 사라질 뿐이다. 사라지는 건 반딧불만이 아니다. 샛강은 복개되어 콘크리트 밑에서 신음하고 큰 강은 오물과 공장 폐수로 썩어간다. 산은 쌓이는 쓰레기와 무분별한 개발로 허옇게 말라가고, 땅은 농약과 화확비로를 비롯한 온갖 찌꺼기들로 마른가래 소리만 겔겔거리며 불성(不姓)의 몸뚱이로 변해간다. 인간은 자연을 죽이고 자연은 인간을 버릴 것이다. 원래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이 파괴된다는 것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죽게되는 것임은 자명한테, 어리석고 교만한 인간들은 결국 제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학인으로서 우리는... 그 해답을 얻기 위하여 지난 94년 12월 10일, 92년 대선을 앞두고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문학인들이 먼저 없애고, 올바른 민주정부를 세우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영호남 문학인대회가 올해로서 3회를 맞이하여 전라북도 남원시 국민호텔에서 「환경위기와 문학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10일 오후 7시 30분, 안도현 시인의 사회로 공동대회장 최형 시인의 인사말과 대회운영위원장이며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 회장인 이병천 소설가의 환영사로 시작된 대화는 많은 사람들을 흥겹게 했던 판소리 한마당, 『녹색평론』발행인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김종철 교수의 발제강연을 주로하여 이루어진 토론회, 영호남 문학인이 함께하는 친목의 시간, 윤영근(소설가)의 「남원 이야기」, 「94영호남 문학인 선언」등을 거쳐 고(故)김주열 열사 묘지 침배로 끝맺을 때까지 1박2일로 진행되었다. 이번「제3회 영호남 문학인대회」는 이전의 대회와는 질적인 성격이 약간 달랐다. 이전 대회의 주제가「지역감정 극복을 위한 민족화합」, 「통일을 대비한 민족문학의 진로 모색」이었다는 것에서 보듯이 대회의 성격이 매시기 민감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보다 거시적이고 항상적인 문제인 '환경'을 주제로 삼은 것이었다. 환경파괴라는 것이 어찌보면 수만년 전 인간이 도구를 들었던 수간부터 이루어져 왔고, 세계와 인간의 철학적 관계를 총체적으로 정립하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 조차도 잡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주제이므로 과연이 주제를 영호남 문학인대회에서 어떻게 소화시킬 있을까 하고 내심 지켜보았다. 그러나 토론은 주어진 시간의 짧음과 발제강연 위주의 강연형식등에 의해 내용성을 충분히 담아 내지 못했따. 전체적으로 주어진 토론시간이 두시간이었는데, 그나마 앞부분 판소리 한마당으로 시간이 할애되었고 뒷부분은 시낭송이 준비되었으므로 실제 토론시간은 한시간도 채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발제강연이 끝난 후, 토론자들의 이견제출과 이에따른 반대의견 등을 토론 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함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래서 정해진 시간을 넘기고 시낭송을 다음날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심도싶은 토론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환경문제의 이론적 정립이 어떠한 철학적 관점으로 이루어져야하고 환경문제가 경제관계나 사회체제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등등, 첨예하게 토론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불구하고 안일하게 짜맞추어진 일정으로 인하여 토론이 지지부진하게 마친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그러나 영호남 문학인대회가 원래 아직도 골이 깊은 망국적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각지역의 문학적 성과를 서로 교류하는 자리이고, 주제라는 것은 이러한 모임의 매개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고 한다면 이번 대회는 아주 성공적으로 보인다. 먼저 각 지역의 원로급 선배 문인들을 위시하여 100여명이 넘게 참가하고 (평소 옮겨다니길 싫어하는 문인들의 속성을 생각하면 실로 대단한 숫자다), 이후 친목의 시간에도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다른 지역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하려고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그러한 노력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던 송기숙, 정양 선생님을 비롯한 선배 문인들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행사를 고(故)김주열 열사 묘지 참배로 한 것은,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부마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김주열 열사가 사실은 전라도 땅에 묻혀있다는 상징성을 배려한 좋은 안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먼길 오느라고 피곤했을 텐데도 매 행사에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참가해준 경상도지역 문인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영호남 문인들은 서로 가까워하며 내년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행사는 끝났다. 그러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들의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영호남 문학인대회선언문」에도 나와 있듯이 문학이 본질적으로 동시대적 가치를 통합하는 기능과 목적을 갖는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러한 동시대적 가치를 정립하고 통합시키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영호남 문학인대회」에서 모두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초석이 될 것은 분명하다. 영호남문인들의 이번 행사 주제에 걸맞는 좋은 글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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