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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3 | [시]
나는 성산포를 느낀다
송재학 (2004-02-05 14:25:36)
나는 성산포를 느낀다 송재학 검은 빛과 초록의 들쑥날쑴함. 어떤 봉우리는 검은 바위이고 어떤 산음 음침한을 드러낸다. 성산포는 한때 용암이었을 것이다. 바다와 싸울 때 누가 성산포의 미친 머리칼 같은 재(災) 가까이 갈 수 있었을까 거칠고 쓸모없는 해안이 융기와 침식을 거듭하고 페허가 이루어졌다 페어만이 성산포의 스카이라인이었다. 바다가 다가왔다 먼저 바다는 해일로 그 광기에 광기로 부딪혀 갔을 것이다. 검은 바위를 으깨려고 푸른빛으로 범람했다. 시간이 메우지 않았다면 그곳은 지금 바다이다 시간이 톱날 같은 해변의 하루하루를 만들었다. 성산포가 숲을 받아들이고 바다의 빛을 빌린 이후 산은 고요해졌다. 산과 물이 고저를 드러내면서 사람은 삶과 죽음의 뒤풀이를 보았고 때로 높고 낮음의 아름다움도 읽는다 내 생의 전반과 후반은 마흔을 경계로 저 성산포 바위와 녹음에 물들여 간다 가끔 성산포가 내 안으로 옮겨와 꿈틀거리는 걸 느낄 때가 있으니 성산포는 아직 광기를 다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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