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3 | [문화비평]
"어느 유치원이 좋아요?"
김영실 원광대학교수 유아교육학과
(2004-02-05 14:30:03)
"어느 유치원이 좋아요?"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고 하는 무렵이면, 주위의 유아를 둔 부모들로부터 많은 받는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이 다른 나라와 남다르게 요즈음은 대부분 한 두 자녀만을 나아서 키우는지라, 자못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부모들의 표정이 이해간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질문을 하는 부모들은 이미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부모들에게 나름대로 전문가적 답변을 하다보면 내자신이 질문의 핵심을 잘못 파악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들이 찾고 있는 유치원은 바른 유치원, 아이에게 가장 좋은 유치원이 아닌, 엄마의 취향에 맞는, 엄마가 만족할 만한 유치원인 경우가 많다.
좋은 유치원! 글쎄, 좋은 유치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어린이의 어린이 의한, 어린이를 위한 유치원"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군가의 과시욕이 나 대리만족을 위해서가 아니고 오직 아이들만을 위하고 존중하는 유치원!
이런 '좋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자기 삶의 주인이요 유치원의 주인이다. 단 몇분의 재롱잔치 출연을 위해 몇 주씩 동작훈련을 받지 않아도 된다. 많은 경우, 부모들에게 보이기 위한 이런 행사를 위하여 진정 행해져야할 교육활동들은 밀려나기 일쑤이다. 주어진 일정한 동작들을 반복해서 따라하고 암기하는 과정 속에 자율과 창의를 위한 배려가 있기는 힘들다.
'좋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자신감에 차있다. 며칠 간의 작품 전시회를 위해 아이가 혼자 애써서 만든 작품이 사정없이 수정되고 완적개작되는 과정에 처해지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된다. '저 작품에 왜 선생님 이름이 아닌 내 이름이 써있을까'를 의아해 하며 자신이 만든 원래 작품의 흔적을 찾으려는 아쉬움 속에서 아이의 긍정적인 자아개념 발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좋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평등하다. 친구의 생일날, 생일인 아이가준 하사품에 황공스러워하고 동시에 자신의 처리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친구들과의 공동작업에서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자기들 끼리 결정하여 하기에 다른 친구를 시샘할 필요가 없다.
이런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하다. 자신감에 차있기에 자신에게 주어지는 과제에 대한 도전적으로 맞설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기에 어떤 긴박한 위기에도 여유와 지혜로움이 넘친다.
좋은 유치원을 이우른ㄴ 요소들은 많다. 전문성을 갖춘 교사, 유아의 발달을 고려한 시설, 유아 개개인의 특성이 배제된 프로그램 등. 그러나 이 모든 요소들이 지향하고 있는 기본 방향은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유치원이 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어느 때인가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철학과 내용이 더 깊어져 "어린이의, 어린이를 의한, 어린이를 위한"유치원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