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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 | 연재 [이십대의 편지]
설렘과 귀찮음의 교차점
차은영 전북블로그기자단(2014-02-05 10:32:43)

‘아, 나 같아도 나 같은 딸 싫겠다.’ ‘정신 차리고 살자.’ 최근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다. 요즘엔 샴푸를 바디워시로 착각해 몸에 바르다 흠칫 놀라는 일은 없지만, 정신을 놓고 살 때가 많다. 게으름이 원인이라고도 진단할 수 있을 이 증상은 여행가기 전 즈음에 더욱 심각해진다. 아주 오랜 시간 내 안에 내재해왔을 이 반갑지 못할 녀석은 대학 2학기를 마치고 떠난 새해 2월 여행에서 처음 눈에 띄게 내게 다가왔다.

나는 2011 2월 친구, 친구의 어머니, 친구 어머니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다. 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더 큰 어려움이 다가왔다. 이미 비행기 값도, 숙소비도 지불한 시점에서 여행을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영’ 이라는 글자의 알파벳 표기법은 ‘young’ 이 될 수도 ‘yeong'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지금껏 'young’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고등학교 시절 단체로 만든 여권에서 내 이름은 ‘Eun-yeong’이었던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쯤인가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이해할 수 없는 항공사의 시스템으로 인해 나는 비행기 표를 다 취소하고,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였던 것! 부주의하고 한없이 한심스러운 내 자신을 절실히 절감하게 된 때였다. 다행스럽게도 여석이 생겨 예정대로 여행을 떠나게 됐는데, 인천 공항행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떠나는 새벽아침까지 나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미리 끊어두었던 리무진 버스 티켓을 집에 두고 온 것! 자신에 대해 욕이 절로 나오는 때가 바로 그 때. 가까스로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 몸을 싣고 저 밖에 서 계신 아빠의 모습을 바라볼 때의 그 복잡다단한 감정이란! ‘난, 불효녀임에 틀림없다.

 

일본에서 머무를 시절 국내선을 타고 도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이때를 회상하면 더 가관이었다. 나리타공항에서 후쿠오카로 돌아올 때, 비행기를 놓치고 만 것! 누구에게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지 않은가! 공항에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선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너무 한껏 놓아 버렸었나보다. ..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표를 다시 사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지만, 이제는 웃긴 헤프닝으로 도쿄여행 추억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이야기이도 하다.

 언니와 오붓하게 1 2일로 순천으로의 여행을 계획했을 때, 여행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이 일본어 자격증 시험이 있는 날이었기에, 게다가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두꺼운 책을 배낭에 우겨넣고 기차에서 틈틈이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도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이렇게 나는 일들을 아슬아슬하게 끝마치고 있다. 이런 내 자신이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아 머리를 감싸 쥐거나 어느 날은 쥐어박기도 한다. 그리고 요새도 ‘암요, 암요, 이러지 않으면 내가 아니지!’ 라며 내가 벌린 일에 대한 뒤처리를 감당해야 할 때도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이런 것을. 사람을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던가, 나쁜 습관을 고치기 더 어렵다고 했던가. 마음을 울리는 책을 읽고 감동을 받다가도 금세 잊고 게으름과 우유부단함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한다.

 

사실 무언가 시작하기에 쭈뼛대고 귀찮아하는 내게 ‘여행’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여행 전날까지도 ‘귀찮음’에 시달리곤 한다. 여행 계획을 짤 때는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꽤 괜찮지 않는가.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이 역시 ‘소중한 경험’ 이니까!  변화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또 반성하고, 각성하고 마음을 울릴 책을 읽고 새로워지면 된다고 나는 아직 나를 두둔하고 싶다. 감히 염치없게 ‘나는 아직 청춘이니까.’라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위안이 됐을 혹은 나와 동질의식을 느꼈을 이들을 위해 와 닿았던 책 속의 와 닿았던 글귀 ‘끝날 때까지 시작을 계속하라’를 전하고자 한다. ‘시작했다면 발전의 여지가 있고, 잘못한 일을 바로 잡을 기회가 있지만, 시작하지 않았다면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세스고딘의 명언이다. 나도 게으름과 나태함 우유부단함, 부주의 혹은 단어로 표현하기에 어려운 내 마음 속의 정체모를 불편한 덩어리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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