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4 | [저널초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라
유치원의 교육프로그램을 진단한다
허옥칠 기자
(2004-02-05 14:40:44)
유치원생도 학원이나 과외 교습소에서 국어, 영어, 산수 등 일반 교과목의 과외 교습을 받을 수있게 되면서 유치원 교육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소규모 학원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사설학원 말고도 국어, 산수를 중심으로 가정방문을 통해 관리하는 교육도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치원생 교육은 파행적인 유아조기교육과 조기과외열풍을 불러와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어린이 조차도 오후에 따로 사설학원을 다니든지 아니면 유치원에서 추가비용을 받고 별도로 준비한 영어나, 기타 레슨에 참여하기 위하여 돈을 챙겨야 하는 현실이다. 유치원생의 교육은 언어, 정서, 신체, 인지능력, 사회성들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환경이 열악한 소규모 학원에서 유아교육자격증이 없는 강사가 유치원생에게 일부학고목에 대해 주입식교육을 하는 것은 교육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국민학교에 입한한 어린이들의 84.9%가 취학전의 유치원이나 사설학원 등 정규 또는 비정규 유아교육기관에 다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유치원, 학원수료자와 순수 미취원 어린이들이 각 학급에 혼합돼 있어 학습지도에 어려움이 많을 뿐 아니라 유아교육기관을 나온 일부 어린이의 경우 수업을 기피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글을 제대로 익히기에도 벅찬 유치원생들에게까지 조기영어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어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맹목적인 조기교육론에 따라 성행하고있는 유치원생 영어교욱은 자칫 우리말과 글에 대한 정체성을 흩뜨릴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와 함께 언어학습에도 별다른 도움을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조기영어교육이 단편적인 영어지식을 제공하는데 그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우리 말글살이에 대한 관심을 가로막아 우리 언어의 구사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3~6살의 유치원 시기는 체계적으로 우리 언어구사능력을 키워가야 하는 중요한 때이다. 이시기의 영어교육은 몇마디 회화의 암기에 그쳐 실제적인 교육효과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외국어 우월주의를 심어줘 우리 언어에 대한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있다.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살자"표어의 성공(?)으로 혼자 외롭게 자라는 어린이가 많다. 그래서 유치원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려 단체생활을 익히고 사회성을 기르는 곳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한글쓰기나 읽기, 셈하기등 학교과정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린이의 신체발달, 사회성 기르기, 정서 인지발달에 역점을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의 과잉교육열에 편승해 문자교육, 영어, 수영, 컴퓨터등 특별활동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어린이들을 혹사시키고 있다.
유치원시기는 창의력이 풍부한어린이로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과이ㅗ 교습의 교육효과에 대해 의심을 가지면서도 남들도 다하니까 우선 시키고 보자는 학부모들의 과외집착증과 이를 교모히 악용하는 상혼이 우리나라 교육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소위 영재교육을 시작하는 평균연령은 3년4개월이고 아동1인당 교육비용은 월평균 10만 5천원에서 최고 1백 2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같이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훨신 앞지르데도 교육여건은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왜곡된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유아가 평등하게 교육받을수 있도록 유치원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유아기의 경험은 영속성 누적성이 있기 때문에 잘못되 교육이 낳은 역효과도 돌이키기 힘들다. 강요된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일상생활과 놀이를 통해 기본생활습관 문제해결능력 호기심 탐구심들을 길러주는 바른 유아교육을 학부모들이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 남들이 시키니까 내 새끼도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가치관없는 교육열의 삐뚤어진 아집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해방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