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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4 | [문화저널]
어린이 글쓰기의 올바른 이해⑦ 생각 그대로 쓰게 하면 된다. 어린이의 시쓰기
이재현 어린이 글쓰기 지도교사 (2004-02-05 15:15:39)
아이들은 시 쓰기를 좋아한다. 쓸것이 마땅찮을 때도 시를 쓰자고 하고, 졸립고 생각하기 귀찮을 때도 시를 쓰자고 한다. 그 까닭은 대부분 "빨리 쓸수 있으니까", "꾸며서 써도 되니까", "골치아프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그렇다고 대답한다. 쓰는 방법도 거꾸로다. 쓰기도 전부터 "나는 4연 8행으로 써야지!", "나는 2연 8행으로 써야지" 정해놓고 쓸 거리를 찾는다. 만약 계절에 관계된 것으로 정해지면 대부분 「봄」일때는 새싹, 파릇파릇 「여름」일 때는 더위, 바다, 푸르름, 「가을」일 때는 단풍, 가을바람, 「겨울」일 때는 눈, 눈사람, 눈싸움, 썰매 따위의 낱말이 반드시 들어 있다. 또 「풍선」,「구름」,「나무」,「내동생」과 같은 제목일 때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빠알간...., 하얀..., 파아란"이란 낱말과 "아기구름 뭉게구름, ...는 바보인가봐, ...는 개구(심술,욕심)장이 라는 표현이 많다. 그래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쓴시들은 놀랍게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누구나 생각해 낼 t있는 것들을 알고 있는 대로만 썼기 때문이다. 실제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한 내용을 정해진 틀에만 맞추어 썼으니 읽는 사람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자신이 시를 잘 쓴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많아도 자신의 시를 아끼고 좋아하는 아이는 드물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가 모범적인 모델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시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자신의 어릴 적 감상을 되살려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쓴 글들이다. 동시에는 흔히 말하느  '주옥같은'예쁜꾸밈말과 함께 같은 표현을 되풀이하여 노래하듯 음율이 맞고 행과 연이 질서정연하다. 이런 시를 읽고 배우는 아이들은 자신들도마치 어른들이쓴 동시처럼 멋있고 짜임새있게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시를 생각할 때 무언가 갇힌 듯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쓰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왜 아이들에게 시를 쓰게 해야 하는지 그 까닭은 분명하다. 그것은 곧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해 가려져있는 자신들의 순수함을 스스로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먼저 아이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게 해야한다. 자신들이 가진 그 느낌, 생각 그대로 쓰게 하면된다.시는 행과 연을 잘 나누어 써야 한다든지 아름답고 좋은 일들만 써야 한다든지, 예쁜꾸밈말을 써야 한다든지 하는 생각들을 떨쳐 버리게 하면 된다. 시는 평법하고 보편적인 것을 그대로 밋밋하게 쓰면 생명력이 없다. 가슴 벅차게 솟아오른 느낌이나 새롭게 떠오른 생각들, 마음 속에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속엣말, 맞아 그래 이거야 하고 느껴진 것들을 시로 쓴다. 그래서 자신의 생가고가 느낌을 바탕으로 자연이나 생활에서 일어나는 감동이나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말들 모두가 시의 쓸 거리다. 시가 다른 글과 나뉘어진 까닭은 되도록 없어도 뜻이 통하는 낱말은 줄여서 그 내용을 훨씬 강하게 나타내느 예가 있다. 가장 진솔한 이야기들만 나타내는 생략의 참맛인 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쓴 시를 읽어보자 보기글①동전(5학년,여) 친구들과 화장실로 출동한다. 오줌을 누는데 어디서 땡그랑 소리가 났다 누구 돈 빠졌나? 돈 빠진 사람 드럽게 재수 없겠다 공부가 끝나고 문구점에서 학용품값을 내려는 순간 반짝 머리에서 불이 났다. 아까 화장실에서 땡그랑 소리가 바로 내 돈? 단돈 100원도 아니고 500원을! 으아아아 나는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참 재미있는 시다. 웃음이 나오다가도 내가 만약 화장실에서 돈을 빠뜨렸다면 그 때 기분이 이럴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에서처럼 '단돈 100원도 아니고 500원을!'말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쓰는 시는 자기 스스로 어떤 일을 겪으며 떠오른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토해내는 말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다운 것처럼 꾸미지도 않고 어른들처럼 세련된 낱말만을 찾아 쓰지 않아도 읽는 사람에게 그 마음이 진하게 전해진다. 정직한 시는 가장 훌륭한 시라고 말할 수 있다. 보기글②사촌동생(3학년 여) 선익이가 잉잉우니 막내 고모가 재빨리 간다. 선익이가 지독한 똥을 쌌다. 모두들 코를 쥐어 막고 밖으로 나갔다. 막내고모는 물을 떠 가서 혼자 방에서 선익이를 씻긴다. 고모부는 뭐하나? 고모가 이렇게 힘드신데 그것도 모르고 선익이는 계속운다. 명절에 들썩들썩 여러 친척이모였는데 산촌동생이 똥을 싸고 고모 혼자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안쓰러워 하는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 때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그랬겠구나!~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아이들 가운데는 가끔 남의 시를 베껴 써 본 적이 있다고 솔직히 말한다. 아니 배껴 쓰지 않았는데도 다 쓰고 나면 다른 시와 비슷하게 된다고 한다. 그 까닭은 생활에서 그때 그때 부딪치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소중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는 마음의 사진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활 가운데서 솟아나는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 시는 강조하고 싶은 낱말에서 줄을 바꾸어 행을 만들고, 장소가 바뀌거나 내용이 많이 달라지는 곳에서 한 줄 띄어연을 나누게 하면 충분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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