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5 | [문화저널]
어린이글쓰기의 올바른 이해⑧
논리를 키우는 글쓰기
알림글과 주장하는 글
이재현 어린이 글쓰기교실 지도교사
(2004-02-05 15:42:33)
2·3년전 「반갑다 논리야」로 시작되는 '논리시리즈'책이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뒤로 더욱 세분화 되어 국민학생 입시생, 어른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곁들여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집집마다 이런 책들이 한 두 권씩 꽃혀 있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에는 그저 딱딱하고 골치아픈 학문쯤으로 여겼던 논리학을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든 알아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학교 입시시험 논술고사가 '글쓰기'와 함께 '논리'를 중요하게 취급하게 만든 영향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논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개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내 의사를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옮고 그름의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본디 고지식할 정도로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해서는 논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늘 강조했던 주관적인 자신의 느낌과 이번호의 주제인 객관적인 사고가 함께 어우러진 아이는 건강하고 능률적인 어른이 되기 위한 자질을 고루 갖추는 셈이다.
글쓰기에서는 논리와 객관적 시각을 위해 '알림글'이나 '주장하는 글'을 쓰게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알림글, 곧 기사문이나 주장하는 글, 곧 논설문을 쓰라면 아무리 높은 학년의 아이라도, 낮은 학년이지만 쓸 능력이 있는 아이라도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런 종류의 글을 쓰게 하는 것은 무리이다. 자칫 마음에도 없이 형식적으로 옛날 도덕교과서에서 나옴직한 내용으로 채운다면 글을 쓰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림글이나 주장하는 글을 쓰기 전에 어떤 사실을 객관적으로 옮겨 적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친구 사이에 일너난 '싸움'을 어느 한 쪽의 편도 들지 않고 공평한 입장에서 쓰게 하거나 '어린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될 일'들을 자신의 생각으로 써보게 한다.
알림글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쓰는 글' 이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이해가 되게 써야 한다. 알림글의 생명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 것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6하원칙에 맞게 쓰면 좋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전면 배제하기 힘든 특성이 있어 어른처럼 완벽한 글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자기 생활을 중심으로 <올해 나의 3대 뉴스>, <특별한 날에 있었던 일>, <일주일 동안 있었던 나의 사건> 따위의 글감이 좋다.
보기글①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3학년 여)
(앞부분 줄임) 백소정양은 6월 15일 밤집에서 맛있는 과자를 먹었다고 합니다. 많이 협동해 주신 3층 아줌마가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소정양 동생 소담양과 3층 아이 지훈이와 그 많은 과자 2판을 다 먹었다고 합니다. 그 때의 맛은 정말 맛있었다고 합니다. (1993년 7월 12일)
보기글② 나의 사건(5학년 남)
1대 사건 : 이현희군 아기를 보다
이현희 군은 지난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집에서 2살먹은 친척 아기를 보았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고 아기와 단 둘이 있을 때 울고불고 업어 달라고 하여 달래주고 업어 주어서 겨우 울음을 그치게 하였다.
그런데 몇 분 뒤, 아가가 또 오줌을 싸서 코를 막고 기저귀를 갈아주었는데 현희군은 냄새 때문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고 말하였다. 또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아기가 물어뜯고 따귀를 때려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고 한다. 역시 아기 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다고 말하였다. (뒷부분 줄임) (1993년 5월 28일)
사실 아이들이 이런 알림글을 쓸 때 자기 자신을 '나'라고 하지 않고 'OOO양', 'XXX군'이라 표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보아 그 뜻을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쓰게 하는 것에 중심을 두되 그 아이의 생각의 정도를 참고하여 지도해야 한다.
주장하는 글은 '어떤 일에 대해 이치를 따져 문제점을 밝혀내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글'이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에게 나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자고 권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주장하는 글을 쓰려면 먼저 어떤 일을 자세히 살펴보고 문제점과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 필요에 따라 관련자료를 찾아보며 그 해결방법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아, 맞아, 그래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방법을 내놓는 일이 가장 핵심인데 그러자면 자신이나 주변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이 좋다.
보기글③ 건강에 대한 나의 주장(5학년 남)
요즈음 사람들은 병원에 갑니다. 인스턴트 식품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에 나빠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싱싱한 자연식품을 먹어야 하겠습니다. 인스턴트 식품에는 인공색소등이 첨가되어 있고 여러 나쁜 물질들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식품에는 나쁜 물질이 없고 여러 영양소가 고루 있기 때문에 매우 좋습니다.
또 구충제 복용을 철저히 해야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 흙, 우리 몸의 여러 신체 부위에 여러 기생충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충제를 먹지 않으면 기생충들이 우리 몸속에 기생하여 우리가 먹은 음식의 영양소를 빼앗아 갖가지 질병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구충제를 철저히 복용해야 하겠습니다.
또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받아야겠습니다. 양치질도 꼭 하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하겠습니다. 이렇듯 주위 환경과 몸을 청결하게 하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여야 하겠습니다. (1993년 8월 20일)
주장하는 글은 글의 머리 부분에 그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몸통에 어떤일에 대한 문제점이나 해결방법(주장하는 내용이나 그 주장을 설명 또는 뒷받침하는 내용), 꼬리부분에 다시 한번 자기 주장을 강조하고 이렇게 하자고 권하는 마무리하는 글을 쓰면 좋은데 아이에 따라 너무 많은 설명은 오히려 더 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수도 있다.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알림글과 주장하는 글은 무엇보다 객관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내는 논설문 숙제하듯이 그저 남들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별 뚜렷한 해결방안 업이 어른들이 강조하는대로 써 내는 것은 글쓰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