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5 | [문화저널]
전반적인 흐름
문화저널(2004-02-05 15:44:44)
"6월 우리는 몇 명을 뽑는 것입니까?" "비례대표제를 하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정치하려는 여성은 누구입니까" "물망에 오른 여성은 누구고 당선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여성후보 공천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요즘 만나는 여성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확실히 달라지기는 달라진 모양이다. 여성이 반드시 지방의회의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남성들도 많다. 여성의원이 없으니 왠지 구성비율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론을 거론하면서 그래서 여성의원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이상야릇한 이론을 주장하는 현역의원도 있다. 여성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하지 않으면 비진취적이고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무지몽매한 사람으로 취급당한다면서 공공연하게 엄살을 부리는 남성의원들도 있다.
6월 선거를 앞두고 전반적인 흐름은 이번 선거를 통해 여성의원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마당에서 비껴 서있었던 존재처럼 여겨지던 여성들이 선거를 앞두고 어느 집단보다 큰 목소리를 내고, 실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각종 여성모임에서 여성의 정치참여를 정당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여성과 정치는 어떤 관계인가.
여성의 눈에 미쳐진 정치양상
정치가 그동안 남성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바람에 폭력과 암투가 난무해온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하면 적당한 허풍과 임기응변에 능하고 신뢰하고는 거리가 먼, 어쩐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있다. 이제까지의 정치풍토가 이러한 마당에 애시당초 여성들이 뛰어들기에는 버거웁고 또 여성들 스스로 정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나아가 과감하게 정치에 진출한 여성에 대해서도 격려하기는커녕 가정을 알뜰히 꾸리지 못할것이라는 편견과 함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권력획득을 위한 암투와 투쟁밖에 없는 정치판에 왜 고상한(?) 여성이 뛰어들어야 하느냐며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들이 이렇게 정치판 뒷전에 밀려 있는 사이 생활속에서 불편을 느끼고 해결되었으면 하는 육아, 성폭력,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불평등은 거론되지도 않은채 그냥 넘어가고 있다.
4년전 지자제 선거를 통해 우리 손으로 도의원을, 또 시·군의원을 뽑았고 이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지방의회를 통해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성들의 살림을 꾸리는 솜씨가 필요한 곳이 다름아닌 지방의회임을 깨닫게 되었다. 여성과 정치는 별개의 것이 아니며 어차피 여성도 이나라 정치권안에서 살고 있기에, 그리고 여성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책으로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국 의회를 거치도록 되어있는 현실에서는 여성과 정치를 마치 별개로 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도내 유일의 여성의원으로서 뛰어난 의정활동을 통해 전국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최복래의원은 "소비생활의 주체로서의 여성이 일용품을 사거나 식품을 고를 때 질과 가격의 문제, 그리고 다 쓰고난 뒤의 환경문제까지 생각해보고 책임감있는 소비행위를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바로 정치의 첫걸음이다."고 말한다.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이 올바로 쓰여지고 있는가를 알고자 할때 굳이 여성과 남성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여성은 반드시 올바른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며 그것은 여성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므로 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여성도 절반의 역할을 해야 한다. 여성이 정치계에서 무력한 이유는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이나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지배하는 분위기에서 정치는 남성만의 고유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무엇보다 크다고 본다. 과거 우리 정치가 부정부패·당리당략·권모술수등으로 일관해 부정적 이미지를 굳혀왔기 때문에 여성들이 정치참여에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여성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은 지방자치의 실현에 있고 지방자치란 결국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서 우리가 속한 이 사회, 이지역을 살기 좋은 고장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볼 때 이는 우리 여성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여성은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우리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