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5 | [문화저널]
환경을 생각한다.
건전하고 기속 가능한 개발의 원칙
김익수 전북대교수·생물학과
(2004-02-05 15:56:00)
자연의 기본단위인 생태계는 햇빛, 공기, 물, 토양 등 여러 환경요인과 식물, 동물, 미생물들의 생물들로 구성된 유기적인 조직체이다. 생태계에서 식물이 햇빛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최초로 유기물을 고정하고, 동물을 그것을 기초로 하여 양분을 얻어 생활한다. 그리고 생물체의 몸을 이루는 물질은 환경으로부터 생물로, 그리고 생물에서 환경으로 순환되면서 생태계의 평형이 유지된다. 이와 같은 조화를 이룬 생태계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같이 에너지와 물질을 생태계의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질 때에만 인류의 생존도 가능하다.
전북지방은 온대기후구로서 우리나라 기후의 일반적인 특징인 여름에 기온이 높고 겨울에는 추운 대륙성 기후를 형성하면서 연평균 기온이 12-13℃이고, 연교차는 27℃내외이다. 그리고 연령균 강수량은 1180-1290mm(우리나라 최고 1300mm)이다. 전라북도의 지형적 특징은 노령산맥을 경계로 하여 동부 산악지대와 서부 평야지대로 구분되지만, 자연생태계는 다음과 같이 5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삼림생태계의 식생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잇는 지리산, 덕유산, 내장산 및 변산반도의 심림은 식물상이 다양하여 국립공원으로 보호받고 있다. 두 번째는 산지초원생태계로 지리산의 세석평원과 천황봉의 초원생태계가 특별히 주목받는 자원이다. 세 번째 평야지 생태계로 전라북도 서부지역이 이에 해당하는데 긴 지질시대를 거치면서 침식작용으로 형성되어 현재는 국내 최대평야지로 기능하는 것이다. 넷째 하천 생태계인데 금강, 동진강, 만경강, 부안 백천 등의 상중류는 이들 하천의 상중류는 냉수성 급류로 금강모치, 어름치, 감돌고기, 돌상어, 부안종개, 임실납자루 등의 한국 고유어류가 다수 서식하고 있으나, 중하류는 댐축조, 하천개수, 자갈채취, 오염물질 유입으로 생물서식이 크제 제한되고 부영양화가 가속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간석지 및 연안생태계로 내만형 해안으로 수심이 얕은데다 간만의 차가 크고 조간대가 아주 넓어 간조시에는 광대한 갯벌을 이룬다. 갯벌에는 저생규조류가 풍부하여 높은 생산력을 나타내고 이곳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어 내륙으로부터 유입되는 유기물과 폐하수를 정화시키고 있다. 또 조간대에는 다양한 패류와 갑각류가 서식하고 많은 어류의 산란장소와 생육장소가 되어서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천혜의 알므다운 경관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삼림, 하천, 연안 등의 건강한 생태계가 고도성장 정책에 따른 지역 경제발전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에 크게 벗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개발사례들인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덕유산 개발, 부안댐 조성, 죽어있는 만경강 등 심각한 자연재해를 예고하고 있으며 특히 강의 오염상태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화된지 오래이다. 전북의 강들은 낙동강과 영산강의 오염상태보다도 더욱 심각한 실정이어서 무서운 자연재해를 예고하고 있다. 도시문명이 살아있는 강에서 시작되었다면, 강이 죽은 후 주변 도시문명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대부분의 개발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개발로 악영향을 과소평가 함으로써 상태적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자연생태계를 수억년 또는 수천만년 동안의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난 기후적, 지질학적 변화와 생물학적 과정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 그들은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과 기능을 수행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환경을 이루어 인류생존을 지속시켜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연생태계가 파괴나 개발로 인하여 균형을 잃으면 원상으로 회복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간혹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에 소요되는 경비와 시간은 개발에 사용되었던 것보다 훨씬 많게 된다. 그리고 개발의 미명아래 파괴된 자연생태계는 생산과 분해기능의 마비로 인하여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과 인명의 피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인류의 생존조차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1970년 10억 달러를 들여 11년 공사 끝에 완공한 이집트의 아스완댐 공사는 인간의 욕망과 생태적 무지로 말미암아 환경의 위기를 자초한 교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가지 생물종을 지니고 있는 자연생태계는 우리 인류가 필요로 하는 식량, 소모품, 의약품 및 산업 이용물질 등 수많은 재료를 제공해 주고 있고 앞으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더 많은 새로운 물질을 공급해 줄 것이다. 그러나 생태계의 변화로 인사여 인류의 가용자원은 점점 고갈될 것은 분명하다.
우주안에서 생명이 지속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가진 곳은 오직 지구 하나 뿐으로서 그러한 지구의 환경조건은 생태계의 기능에 의하여 형성된 곳이다. 따라서 생태계가 균형을 잃게 되면 환경조건의 큰 변화로 결국 생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도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지금까지 인류는 자연을 찬미하면서 예술을 창조하고, 자연을 경외하면서 종교를 얻고, 자연을 가까이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삶의 지혜와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켜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여 왔다. 이와 같이 인류의 정신과 지식의 원천이 된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은 인류의 문명을 보존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개발보다도 보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자연은 우리들의 소유물이 아니고 우리들과 우리들 후손들이 이 땅에서 안전하고 윤택하게 사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생태계의 기능을 파괴하는 개발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와 우리의 후손이 깨끗하고 건전한 환경 속에서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자연생태계를 잘 보존시키는 것은 이 시대의 국제적인 과제이며, 지역주민의 경제개발을 앞으로도 지속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전략이자 마지막 보루이다.
인류는 생태계의 하나의 구성원으로 생태계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얻고 생태계에 의하여 형성된 환경조건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 인류의 문명과 과학도 자연에서 출발했고 인류의 미래도 그 안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전라북도는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보다도 아름다운 경관과 잘 보존된 산림, 그리고 다양한 생태적 조건을 지니고 있었으나 최근 고도 경제성장 정책과 지역발전의 입장에서 대규모의 개발을 함으로서 자연생태계를 크게 훼손되고 무불별한 환경관리로 인하여 오염은 가속되고 있다. 원시성을 지닌 생태계는 어느 특정지역이나 단체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들의 후손들도 이용하여야 할 귀중한 자원이다. 경제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보존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임을 알아 개발을 한다 하더라도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우리 지역을 지키는 것이고 또 세계화에 동참하는 길이다. 개발의 미명아래 파괴된 산림과 토양의 연안은 언젠가는 인간들로 하여금 일시에 귀중한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지만, 반면에 자연생태계를 잘 보호관리하고 이용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생산성과 안전성을 보장해 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하여야 한다. 자연생태계는 우리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이며 최후의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