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6 | [저널초점]
민자·민주 전북도지사 후보 대담
문화를 소중히 아는 단체장을 원한다
편집부
(2004-02-05 16:07:25)
지방자치시대의 지역문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선거를 통하여 지방자치제는 비로소 완성된다. 선거의 과정이나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하는 문제는 더 중요한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도내 각 단위마다 출마한 후보들은 전북의 전통문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후보들의 약속이 아니더라도 지역문화는 중요한 전환의 계기를 맞은 셈이다. 《문화저널》에서는 전북도지사 후보를 만나 지역문화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약속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민주당 유종근 후보가 5월 23일 오전 후보 사무실에서, 민자당 강현욱 후보는 5월 24일 오후 민자당 전북도지부에서 각각 이루어졌다. 이 인터뷰에는 《문화저널》에서 김은정 편집위원과 원도연 편집장 그리고 허옥철 기자가 참석했다.
강현욱 후본느 넉넉하고 여유있었으며, 유종근 후보는 치밀하고 논리적이었다. 강현욱 후보에게서는 관록이 느껴졌고 유종근 후보에게서는 의욕이 느껴졌다. 이 인터뷰에서 문화저널은 의도적으로 정칮거인 질문은 삼가고(그것은 다른 매체가 충분히 할 것이라고 생각되므로)또 앞으로의 약속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물었다. 강현욱 후보는 조각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했고, 유종근 후보는 피아노 실력이 상당하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대단히 솔직했고 진지했으며,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그다지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두 후보 모두 노래방 기계가 매겨주는 노래점수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북을 문화예술의 전통도시로
강현욱 민자당 전북지사 후보
'세계화'를 이야기하는 시대입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전주에 진입하자마나 만나게 되는 "전통문화의 선두"라는 인터체인지의 문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전통문화예술에서 만큼은 전북에 전국적으로 가장 깊이있는 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경쟁력'의 시대입니다. 대량생산으로 개성없는 상품을 생산해서 내다 파는 시대는 가고, 21세기는 상품이 다양화되고 상품 하나하나의 개성이나 독창성을 높이 사는 시대로 변화한다고 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예술의 혼이 깃들어야 하고, 거기에는 문화예술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전북이 가진 문화예술의 저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전통예술은 전북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사로 재임하시던 시절이 순수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이 지역의 공연이나 전시에 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없어요. 지사는 개인행동이 좀 어렵습니다. 책방은 몇 번 혼자서 들린 적이 있는데 공연은 어려웠습니다.
이 지역 출신의 정통경제관료로, 지사로 지역경제발달에 공헌하신 바가 많습니다. 지역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하신 일이 꼽는다면요?
구체적으로 이루어 놓은 일은 없습니다. 집을 짓거나 하는 하드웨어쪽은 일은 못했고 이 지역의 전통 문화예술을 보존하고 있는 유형문화재 전도적으로 조사해서 족보를 만들어 놓으려는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통예술을 간직한 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뿌리가 없어지니까 연차계획을 세워 기록하고 보관하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도립국악원의 국악단이 지사로 계실 때 창단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때 남원국악원이 국립국악원으로 시작되었고, 도립국악원을 창단시켰을 겁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 마음이 뿌듯합니다.
경제발전에 집중하다보면 문화가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 GNP 만달러 시대입니다. 전북지역의 문화적 수준은 그런 경제적 수준에 비추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과거 이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것입니다. 음식문화가 발달했고 소설, 서예, 그림 등 문화가 크게 발전했던 것이 사실인데 산업화가 되면서 전북지역이 자꾸 낙후되니까 그런 전통과 문화예술의 보물을 소홀히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GNP 만달러가 되었다 하는 이야기는 지금쯤은 그런 문제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부투자뿐 아니라 민간기업과 연결을 시켜서 영리목적이 되었든 순수한 예술목적이 되었든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역시 하나의 자산입니다. 용인민속촌이 지금 얼마나 잘되어 갑니까. 그러나 사실은 전북이야말로 춘향전과 흥부전의 발상지 아닙니까. 남원이 좋고 전주도 좋은데 종합적인 민속촌을 만들어서 여기서 옛날 영화도 찍고 또 문화예술의 전통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전주시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경제적으로도 채산이 맞습니다.
조각가 강관욱씨가 동생이시라는데요.
예, 그렇습니다. 전남대 교수직도 버리고 지금은 서산에 가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지요. 나도 조각을 좀 해요. 내가 만든 조각을 동생에게 품평을 좀 해달라 했던 옛날 같으념 국전 입선 정도는 되겠다고 합니다.
미술에 각별한 조예가 있으신 듯 합니다. 지금도 조각을 하십니까
아뇨, 지금은 바빠서 못하고 옛날에 좀 했습니다. 동생 하는 것 옆에서 보고 배웠습니다. 지금은 바빠서 못해요.
이 지역 기업들의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가 대단히 인색하고 인식도 낮습니다. 대개 도백으로 어떤 분이 계시느냐에 많이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정부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결국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법이 기업들의 관심을 높이는 길일텐데요. 혹시 생각하고 계신바가 있습니까.
기업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만 전북에 와서 돈을 많이 벌었고 기업활동이 잘된다 했을 경우에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쪽이 소홀하게 되었지요. 앞으로는 전북의 토착기업뿐 아니고 외부에서 들어온 기업들도 그런 쪽으로 유도를 하면 문화예술도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혹시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을 알고 계십니까
황토를 기억합니다. 제가 지사로 있을 때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연습장이 없어서 마련해 준다고 약속했다가 그만 서울로 가는 바람에 아직도 못했습니다. 군산의 갯터도 기억합니다. 갯터의 연습장도 제가 마련해 준다고 했다가 못했습니다. 사실 제가 연극을 무척 좋아합니다. 영화보다도. 서울에 있을 때 극단《산울림》에 자주 가곤 했습니다.
관립예술단이나 문화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갈등이 많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대개 지금까지 문화행정은 예술에 대한 소양이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마땅히 갈데 없으면 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문화예술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벽이 있었고 대화가 않됐습니다. 행정 공무원들은 판에 박은 사고를 하고 있고 뭐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판단을 못했지요. 예술인들은 그점이 답답하고 공무원들은 예술가들은 천진난만하게 생각하거든요. 우선은 양쪽에서 노력을 해야하고 시대가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대이니만큼 가능하면 문화예술방면의 전문가를 육성해서 문화예술의 책임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겠지요.
만약에 지사가 되신 후에 정부로부터 월급을 받는 관립예술단 단원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공연을 했다면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예전 같으면 독재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언론·사상문제를 가지고 비판을 많이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주체사상을 주장하기 전에는 거의 다 허용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봅니다. 공산당 정부를 세우자 하는 주장이나 그런 예술성을 가진 작품만 아니라면 특별히 반정부적인 주제는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시대는 지났지요. 그런 문제는 걱정이 안되는데요.
표현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잘못하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요.
전북지역 출신의 문화예술계 인물 가운데 특별히 존경하는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서예의 석전선생이나 강암선생, 판소리의 김소희 선생 등이 명멱을 이어갔던 훌륭한 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 지역의 향토축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도지사 할때 보니까 행사마다 돈이 많이 들어요. 행사를 주관하는 제전위원회 같은 것이 있어서 민간이 주관하고 시나 도에서 보조하고 하는 형식이었는데, 그것은 그런 형태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년에 한번 하는 향토축제고 그것도 우리의 자신인데 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그나마 없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기발한 생각을 가지고 성격을 바꾸어 보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관청에 앉아서 그런 아이디어를 내기는 부족하고, 관계되는 학자나 문화예술인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꼭 돈이 들지 않더라도 옛날 것을 복원하고 계승하는 쪽으로 노력해야겠지요.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또 대화하는 통로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담이 쌓여져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대화가 안되지요. 앞으로는 문화예술의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상해서 지사나 국장과도 이야기하고 그래서 서로 접근이 되고 정리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상품'을 말씀하셨습니다. 지역문화에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가장 가능성 있는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역문화의 상품이라면 토속상품 아닙니까. 관광객들이 사갈 수 있는 그리고 거기에 예술작품으로서의 성격이 더해져야 합니다. 다만 이제 그런 상품들도 한차원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값도 싸고 모양도 있고 예쑬성도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결국 수준문제입니다. 다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판소리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예, 기회가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아주 좋아합니다.
아주 민감한 문제인데, 일본문화에 대해서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편에서 제기되는데요.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는 피해의식이 많고 거부감을 줍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사회가 개방화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적으로 교류가 되어야 하지만 우리 문화의 수준을 높여 가야지 울타리를 쳐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봅니다. 하나하나의 상품에도 문화적인 전통과 예술성이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신문 문화면은 자주 보십니까
자주 못봅니다. 앞으로 챙겨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신세대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태지의 노래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습니까
지금은 컴퓨터 시대입니다. 컴퓨터를 보지도 못하고 자란 우리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빠른 계산이 필요하고 과학적인 두뇌가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까 노래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어떻게 보면 감정을 표현할 때 단절이 있고 생각하기 보다는 해설적이고, 그래서 우리는 감흥이 잘 안생깁니다. 첨단 산업에 심취한 젊은이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고,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구세대여서 그런지 〈서편제〉같은 영화를 보면 막 눈물이 나고 그랬습니다.
문화경제에서 이기는 사회
유종금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그동안 전북을 거쳐간 많은 도백들이 한결같이 전북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많은 것을 약속하곤 했지만, 번번히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무척 추상적으로 예향 전북의 발전을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문화예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난번 회견문에서도 밝혔고 앞으로 지켜보면 알게 되실 것이지만 문화예술부분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입니다. 오랜 미국생활 동안 몸에 밴 장점이라면 지방정부의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21세기는 경제경쟁, 교육경쟁, 문화경쟁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 세가지 과제가 편파적이지 않고 고르게 발전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오떤 방법들이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떠나는 전북'에서 '돌아오는 전북'을 만들어야 합니다. '돌아오는 전북'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전북의 일자리를 찾아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만 그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일자리와 함께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족이 모두 돌아오는 전북'을 될 수가 없습니다. 현재는 정보와 첨단기술산업, 그리고 문화예술이 다같이 중시되는 사회입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 사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21세기는 무엇보다도 문화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고 문화경쟁에서 이기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모든 미래학자들의 공통적 견해입니다. 전북을 떠나있는 고급두뇌들을 되돌아오게 하고 타지의 고급두뇌들을 전북에 유치하게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의 질"이라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예향'을 말하는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느끼는 문화적 거리와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문화적 거리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후보께서 생각하시는 문화정책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저는 음악에 각별한 취미가 있습니다. 교회에서 오랫동안 성가대 활동을 했었고 순전히 혼자서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제가 미국에 70년도에 갔는데, 직전에 한국에서 보고갔던 공연수준은 무척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87년 귀국한 후에 어떤 오페라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의 음악수준이 거의 국제적인 수준에 와있다고 느꼈고 수준이 놀랍게 향상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보다 고급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넥타이 하나를 만들어도 그 디자인은 외국에서 맡아하고 실제 생산만 여기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벌고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남기려면 선진국에 고급상품을 수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그런 노력들이 21세기의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북을 '예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예향'의 명성에 걸맞을 만큼 이 지역의 문화적인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사실 예향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 아닙니까. 이렇다하게 내놓을만한 공연장도 없고 시설도 빈약합니다. 전북에 자랑스러운 전통은 있는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로 인하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문화적인 수준도 높아집니다. 그러나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인에 대한 충분한 처우를 해줄 때 문화예술도 발전합니다. 미국의 경우도 역시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에는 한계가 잇고 나머지는 민간 단체로부터 모금을 합니다. 제가 지사가 되면 앞장서서 민간단체로부터 모금을 하게 하고 기업들의 후원도 적극적으로 권장할 생각입니다. 미국의 뉴저지주에서 자문관활동을 하면서 제가 얻은 경험은 지사의 관심과 지역문화의 발전은 정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지사가 관심을 갖고 모금활동도 하고 문화활동을 옥려하고 곽객으로 참여하면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는 마련되었다고 봅니다.
판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판소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여기에 제 형님이 계시지만 얼마전 돌아가신 김소희선생이 70년대 중분 무렵 미국에 와서 공연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그 공연실황을 녹음한 레코드를 캐나다에 계시던 제 형님께 선물로 보내 드린 일이 있습니다. 판소리는 무척 즐겨 듣습니다.
그때 김소희 선생의 판소리는 어떤 대목이었습니까
홍보가 한 대목과 심청가, 그리고 가야금 산조 등이 있었습니다.
일반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인 노래방이라든가 또는 TV등의 매스미디어를 통해 쏟아부어지는 대중문화의 해독도 작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서민들을 공연장으로 이끌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있습니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21세기는 문화경쟁의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의 고급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지만 모든 부분에서와 같이 '문화적 엘리트 의식'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그리고 모든 대중들이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반드시 문화적인 수준과 관계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일반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서민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노래방 문화처럼 일종의 유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론을 주도하는 인사들과 매스 미디어들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고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여론을 주도하는 지도급 인사들과 매스미디어의 모범이나 일종의 캠페인이 그런 흐름을 이끌 수 있습니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왕도는 없습니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고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향토축제에 대한 비판이 높습니다. 획일화되고, 박제된 향토축제가 뚜렷한 개성없이 치러지고 지역주민들의 참여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관이 주도하는 지역축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열린행정'을 지향해야 하고 초등교육에서부터 민주주의적 훈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행정공무원들이 문화적인 소양이나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문화예술인들과 많은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떤 대안이 있습니까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문화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사가 문화예술인들을 존경하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런 직책에 가 있다고 그것을 한직으로 여길 수 있겠습니까. 지사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공연에도 참여하고 그러면 공무원들의 태도는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생활 20여년만에 금의환향하신 셈인데…
우선 금의환향이라는 말이 좋지 않습니다. 첫째는 제가 귀국해서 한국국적을 얻은 것이 작년이지만 실제로는 87년에 귀국한 이래로 계속서 한국에서 활동을 했다는 점이고, 제가 굳이 지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제 삶의 목표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의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느냐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금의환향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북의 문화적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역시 판소리가 아니겠습니까. 백제문화의 유적도 서둘러서 정비해야할 자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유적들을 개발하고 선용해야지요. 앞으로 전주를 산업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앞으로 서해안 시대가 필연적으로 오는데 해외자본을 유치해서 서해안을 개발하면서 군산을 중심으로 강력한 공업도시를 조성하고, 전주는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개발해가야 합니다. 이제 중앙정부에 대한 짝사랑은 버려야 합니다.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지역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이제는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개발계획을 세우고 지역문화도 이끌어가야 합니다.
전북이 배출한 문화계인사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얼마전 작고하신 김소희 선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예가 강암선생도 전북을 빛낸 분입니다.
신문 간지의 문화면은 보십니까
신문을 꽤 자세히 봅니다 스포츠면도 보고 문화면도 늘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선거가 시작되면서는 너무 바빠서 신문을 잘 못봅니다.
세계화 시대를 말씀하셨고 지역문화를 개발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경제논리로 지역문화를 본다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가능성있는 상품은 무엇입니까
역시 판소리가 아닌가 합니다.
가장 최근에 보신 공연은 무엇입니까
수원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이었습니다. 국제수준의 비견할 만한 대단한 수준을 갖추었다고 느꼈습니다. 얼마후에 광주에서 미도리 공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보고 싶은데 아마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직능대표제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각 전문영역을 대표하는 지방의원은 뽑자는 취지인데요, 지역문화계를 어떻게 배려하실 생각이십니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장치지요. 그러나 전문영역에 주어진 숫자는 한정되어 있고 대표해야할 영역은 수도 없습니다. 여성, 환경, 문화, 언론 등 갖가지 전문영역이 있지만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숫자는, 그 취지에 비해서 너무 적고 한편으로 보면 없는 이만 못한 실정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상충되는 이해를 조정하고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지요. 어쨌든 무화예술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