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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6 | [문화저널]
문화저널 판소리강좌 지상중계 창조적인 나라의 한이 담겨있다 심인택의 해설로 듣는 전통음악
편집부 (2004-02-05 16:17:57)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나 변화의 물결 속에서 방황하는 일이 많다. 더욱이 순탄한 역사를 갖지 못한 현대사의 과정을 돌이켜 볼 때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전통을 강조하게 되나 현실적으로는 구호로 그치는 경우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만큼 변화는 우리를 제자리에서 생각하고 생활하도록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우리의 삶은 전통이 숨쉬고 살아있는 그런 삶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전통이 살아 숨쉬는 민족은 언제나 창의적이고 진취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우리는 타 민족을 통하여 보고 있다. 과거가 바로 현재에 살아있다. 우리는 그것을 다 떨궈버리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과정인 것처럼 문화에 대한 교육을 시켜왔다.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인도나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과거의 역사가 다 그집 안에 들어있다. 어쨌든 우리는 과거가 살아있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전통은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올해는 '국악의 해'로 정하여 갖가지 행사가 벌어지고 있지만 전통이 숨쉴 자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일과성 행사로 지나칠 수 있다.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해왔던 거니까 해야된다는 행정편의에 의한 행사로, 밖으로 치부가 다 드러난 갈등만 심해진 국악의 해였다. 적어도 3-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 사실 전통의 시점은 과거 아닌 오늘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유념하여야 한다. 과거 조상의 삶을 우리가 제대로 이어받지 못하고 이제는 과거와 현재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아무리 전통을 강조해도 그것은 단절된 역사의 반복일 뿐이다. 전통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단절된 역사가 우리 문화를 이원화 시켰고 음악 역시 전통음악과 음악(양악)으로 구분되어 가고 있으나 이것이 의미하는 것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같은 민족이면서 음악은 갈라서 있고 전통음악은 전통음악인의 문제이고 우리를 어째 한민족이라고 주장 할 수 있단 말인가. 음악이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는데 그것이 이등분 되어있다면 결국 정신이 이등분되었다는 말이다. 문제는 '전통'이라는 어휘가 잘못 해석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은 전통이 살아서 움직일 때만이 전통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지, 살아있는 전통이 없을 때에는 전통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죽은 전통인 것이다. 전통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민족의 혼이 없어졌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즈음 우리가 '전통'이라는 어휘를 자주 사용하고 또 사용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전통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결과 우리는 전통의 보존에만 급급하게 되고 우리 스스로 과거와 현재의 끈ㄴ을 자르는 무모한 일을 서슴없이 하게 되고 외래문화에 우리를 맡겨버리려는 의식이 앞서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 현상 중에서 음악이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역사이래 우리는 항상 외래 문화를 능동적인 입장에서 수용하여 왔다. 음악도 역시 외래음악을 향악화 하여 우리가 즐겨왔다. 그런데 한일 합방후 외래문화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에서 수동적인 자세로 그것도 굴욕적인 자세로 수입 음악들에게 우리의 음악시장을 내주게 되고 이제 찾으려 하니 오히려 적반하장 격이 되고 말았다. 잘못된 음악관은 모두 잘못된 문화의식, 잘못된 음악교육이 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책임을 진 사람도 없고 또 책임을 지우려 하지도 않는다. 이런 역사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책임질 수 없는 음악교육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음악은 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정신 없는 음악교육을 시키게 되면 정신없는 음악인과 애호가를 만들게 되고, 정신있는 음악교육을 시키면 정신있는 음악인과 국민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훌륭한 한국인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다. 음악정신은 곧 나라정신이고 이것이 모여서 우리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툭하면 외국의 예만 강조하는 그런 어릿광대 같은 음악교육정책의 모순을 우리는 안고 있다. 전통음악은 살아있는 음악교육이다. 전통음악이 왜 살아있는 음악교육이냐 하면 모든 교육은 과거로부터 시작하여 미래를 향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우리 음악교육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의 음악교육은 역사도 없고 도덕도 없고 사회도 없고 오직 음의 나열과 남의 음악만 강조하는 그런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의 음악교육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교육'을 당당히 시키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한국인이 되길 원하고, 그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 후손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전통음악의 교육은 우리에게 무한한 창의력을 제공한다. 교육은 좀더 나은 다음세대를 준비하기 위하여 시키는 것인데, 교육시킨 만큼에 대한 결과는 창작력이 얼마나 향상되고 있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 이 창작력의 바탕이 바로 전통에 있음을 우리는 깊이 깨달아야 한다. 음악교육은 인간의 심성을 고르게 하기도 하지만 산업사회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힘을 갖고 있다. 농경사회에서의 음악은 주로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노래들이 많고, 산업사회에서는 각 직업에 따른 일을 위한 노래들이 많다. 학교교육은 일반화 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 일반화 또는 교양으로서의 음악교육은 음악을 통하여 상품의 활대 재생산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음악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음악교육은 금악을 위한 예술을 위한 그런 교육목표가 앞서고 있다. 그런 예술을 위한 음악교육은 전문 학교에서 교육되어야 할 성질이다. 우리는 음악교육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인구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학교와 지역사회를 멀리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애향심을 강조하고 애향심을 강조하기 위한 모임에 느닷없이 미국이나 구라파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예를 흔히 보아오고 있다. 아무도 그 음악을 지적하지 않지만 이미 그 정도라면 그 지역사회는 진정한 애향심보다는 애향심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 밖에는 없는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음악교육은 음악을 통하여 그 지역사회를 좀더 살찌고 풍요롭게 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음악이 나라마다 다르고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자치제와 교육자치제가 빨리 실현되기를 바라고는 있지만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는 실효를 얻기가 어렵다. 전통음악의 교육은 현행 음악교과서로는 불가능하다. 우선 교과서를 집필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편견과 아집은 쉽게 바뀌지도 않고 여전히 학교 현장의 실상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전통음악에 대한 이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이제 우리 국민이 허구의 문화의식과 음악관에서 벗어나고 있는 징후이기도 하다. 불행한 것은 전문가의 의식변화보다 일반인의 의식구조가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경제력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의식주에 연연하다 보면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문화는 정신적여유와 경제적여유가 합치될 때 나타나는 삶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은 우리 스스로 예향임을 지부하고 있다. 특히 음악부분에 있어서 판소리를 중심으로 더욱 빛을 나타내고 있지만 실상 전북의 음악인구는 전국에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음악의 대부분이 전라권음악이라고는 하나 앞으로는 그 양상이 달라질 것 같다. 그 이유로 우리는 예향임을 자부하기만 하고 예향을 키우는 데에는 소홀하다. 연례적으로 많은 잔치(경연대회)를 벌이고는 있 정작 사람을 키우는 교육에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그러나 음악적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이 지역에서 몇 명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실정에 비추어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잇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교육기관이 앞장서기를 기대하고 싶다. 그것은 단순히 음악교육적 차원에서 하는 일이기 보다는 우리의 문화예술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책임과 의지로 시작하는 것이다. 전통음악을 통하여 애교심 애향심을 높인다든지, 전통음악을 통하여 도덕과 윤리를 가르친다든지, 전통음악을 통하여 질서를 바르게 한다든지, 전통음악을 통하여 사회의 규범을 가르치는 등 우리가 조금만 사회의 규범에 관심을 갖고 실천에 옮긴다면 우리의 사회는 지금보다도 훨씬 바르게 움직일 것이다. 예향으로서의 면모를 그리고 예향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하여 학생에게만 교육하는 일보다는 기성 세대가 함께 배우고 즐기는 일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정신인 음악이 이같은 화경에 처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교육자나 사회지도자들이 가까이 하지를 않고 다른나라의 음악을 선호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여야 다른 사람도 우리말을 존중하듯이 우리의 음악을 우리가 배척한다면 다른 사람도 역시 우리음악을 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이제는 음악까지도 국제화 하는 그런세상인데 내 음악이 없는한 우리는 수입음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전통음악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우리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을 때 바로 창조적인 나라의 힘을 키울 수 있고, 그것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나설 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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