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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6 | [파랑새를 찾아서]
지리산, 왕시루봉 그리고 피아골 토지마을에서 직전(稷田)부락까지
이승일 산모임「산모임 두류패 회원」 (2004-02-05 16:22:00)
지리산의 수많은 유명봉(有名峰)중의 노고단(老姑壇)은 서부지리산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달궁. 천은사 관광로의 개통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러 들였다. 쉽게 오를 수 있는 1500고지의 노고단, 어쩌면 지리산 봉우리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 것이다. 어찌됐든 그 노고단에 오르면 장엄한 지리산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산행을 위하여 오른 사람들은 거기서부터 천왕봉을 향하여 능선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똑같은 이 길을 몇차례 산행해 본 이들은 욕심이 하나 생기게 된다. 노고단에서 오른쪽 멀리 남쪽으로 뻗은 능선줄기, 능선의 끝에서 한번 뾰족이 솟은 봉우리,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그곳에 가면 이 지리산이 어떻게 보일까하며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미지의 능선이기도 하여 6월의 산행으로는 서지리산(西智異山)의 남부능선 왕시루봉(1214m를 소개하고자 한다. 6월은 본격적인 여름산행의 시작이다. 중순 이후부터는 장마절기이기도 하여 산행 때에 비옷과 여벌옷을 꼭 준비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지리산의 여름비는 겨울처럼 차갑게 살 속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왕시루봉 능선을 종주하는 방법은 노고단 정상에서 문수대를 돌아 질매재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넘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왕시루봉 능선 끝에 자리잡은 토지마을에서 출발하여 산정을 넘어 능선을 종주하고 질매재에서 피아골을 거쳐 직전(稷田)부락으로 하산하는 짱짱한 산행로를 택했다. (산행거리 21km, 산행거리 7시간남짓) 산행을 여유있게 하기 위하여 차행은 좀더 부지런하여야 한다. 전주를 기점으로 할 때 전주역에서 새벽 5시 10분발 기차를 이용하면 제일 좋다. 섬진강의 싱그러운 아침을 느끼며 적당한 시간에 구례구역에 도착(7시 30분경)하기 때문이다. 대개 역앞 길 건너에 구례에서 도지마을행(간전, 중한리행)버스는 1시간마다 (7:20부터 있다. -충분한 간식과 음료수를 준비- 토지행 버스에 오르면 멀리 송신탑이 보이는 곳이 노고단. 그 왼쪽지방같은 차일봉, 그리고 오른쪽으로 제일 높은 능선을 따라 두루뭉실한 봉우리가 왕시루봉이다. 구례에서 토지까지는 10분 정도, 차에서 내려 토지농협 앞을 지나 동네 깊숙이 관통하여 낮은 냇가(토지초등학교 뒤)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우측으로 다리 (구만교)를 만난ㄴ다. 구만교를 건너 1km정도 농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갈림길에 페인트로 '등산로'라 쓴 바위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약 7km정도 완만한 경사의 고급등산로가 정산까지 이어진다. 15분 정도 후부터 몇 차례 갈림길을 마주하는데 리본 안내 표시가 잘되어 있어 어려움이 없다. 2시간 남짓 올라 헬기장을 지나면 '정상 1km'라는 조그마한 푯말이 나온다. 산장(외국인별장) 갈림길이다. 좌측 길로 5분 정도면 산장이다. 산장 옆에 식수가 좋아 점심 장소로 최고다. (식수준비) 산장에서 1km 직등하면 왕시루봉 정상이다. 오르던 길을 돌아보면 억새밭 속에 몇 개의 헬기장, 특징은 단지 그것 뿐인 것 가다. 여느 산정(山頂)처럼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지 않아 정산 냄새가 나지 앟는다. 그러나 계속 진행하다가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바위 위에 서보라. 정면 멀리 천왕봉이 제석봉과 촛대봉을 좌우로 거느리고 마치 뫼 산(山)자 가운데 기둥처럼 우뚝 솟았다. 촛대봉 밑으로 민숭한 평지가 철쭉의 고원, 세석(일명 세적평전)이다. 세석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능선, 삼신봉, 불일폭포, 상계사, 화개까지 잇는 장쾌한 또 하나의 지리산 남부능선이 현장감 있게 펼쳐진다. 그리고 가까이엔 무뚝뚝하게 서잇고 정면으로는 삼도봉에서 시작되는 불무장등 능선이 뻗어내려 섬진강에 그 끝을 담근다. 섬진강은 한낮의 햇빛을 튕기며 지리산 자락, 자락을 돌아 멀리 미끄러져간다. 정상에서 5분 정도 진행하면 갈림길이다. 우측 내리막 길로 30여분 진행하면 일명 '느진목재'라는 4거리를 만난다. 좌측은 문수리행 하산길이고 오른쪽은 연곡사집단시설지로 곧장 하산하는 길인데 체력이 있으면 오른쪽으로 시간 반이면 연곡사버스대합실에 닿을 수 잇따. 종주는 직진 오르막 길이다. 10여분 오르다 억새밭길로 가로지르다 보면 '싸리샘'이 나온다. 억새잎 트끌이 물 우에 떠있어 꺼림직하지만 후후 불고 한 컵 해보면 또 한 컵 생각이 난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여기서부터 1시간 20분 정도 오르락내리락 진행하면 널찍한 터의 4거리를 만난다. 질매재 갈림길이다. 직전히면 노고단이고(1시간정도) 오른쪽 내리막 길이 피아골로 빠지는 산행로이다. 피아골산장까지 너덜(바위조각)길이 이어지는데 곳곳의 리본표시를 따라 30분이면 산장에 도착한다. 계곡은 식수원(食水源)이니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피아골 산장은 여느 산장과는 달리 계곡 가에 위치하고 있다. 반야봉, 임걸령, 돼지령 쪽 물이 좌 우로 흘러 산장 앞에서 합수되고, 왕시루봉과 불무장등의 두 남부능선이 좌우로 둘러쳐 있어 좌청룡 우백호라든가, 명당(?)이다. 산장을 지을 부렵(1984년경) 지금의 산장터에서거의 한 트럭분의 매장된 인골이 나왔다 한다. 모두 빨치산의 유해라 하는데, 서로의 흘린 피는 얼마나 더할까 피아가 흘린 피로 합수된 아픈 역사의 계곡! 그래서 피아골이라 하는가, 그래서 단풍은 더 붉은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이곳의 가을 단풍의 지리산 8경 중의 하나다(稷田丹楓) 산장에서 출발하여 6월의 시원한 신록과 물소리를 따라 시간 반 정도 하산하면 직전부락에 도착한다. 직전이란 마을이름의 유래는 옛날 옛날에 이곳에 식용 피(稷)를 많이 가꾸어 피밭 즉 직전(稷田)이라 하였고 계곡을 피밭골이라 하였다한다. 실은 피아골의 어원은 '피밭골'에서 유래한다 하니 피비린네 나는 뜻이 피아골의 어원(語源)은 아니다. 직전부락에서 시내버스도 있지만 드물어(하루 4회)연곡사 집단시설지까지 (3km)더 걸어야 하는데 너무 지루하다. (내려가는 자가용 승용차를 적당히 얻어 타기 쉽다) 연곡사 대합실에서는 구례까지 성수기에는 30분마다 버스가 있다. 조금 늦은 시간이다 싶으면 구례구역에서 오후 7시 15분 완행 열차가 있다. 섬진강 줄기 따라 새벽 완행 열차로 왔다가, 저녁 완행열차로 돌아가는,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어차피 산행이란 완행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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