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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7 | [건강보감]
노인의 질명, 먼저 편견을 버리자
정영원 완산구 보건소장 (2004-02-05 16:25:39)
노인이 병들었다고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은 흔히 이제는 죽을 때가 되어 몸이 아프다는 말을 한다. 노인 당사자들 뿐만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잦칫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노인이 죽을 때가 되어서 병들었다는 생각은 아주 잘못된 생각인 것같다. 시골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시골사람답지 않은 말쑥한 부부가 찾아와 임종을 앞둔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싶다는 말에 왕진을 하게되었었다. 그런데 환자는 비록 혼수상태였지만 노쇠한 몸이라 원인이 없는 것처럼 보였을 뿐 단순한 인후염으로 판단되어 간단한 치료를 하고 몇가지 식이요법을 가르쳐 준 후 의식이 돌아오면 다으날 아침에 다시 방문해 달라고 하였다. 그 후 몇 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매우 궁금했으나 약값을 다 내지 않은 터이라 혹 상중에 약값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아 전화도 할 수 없었다. 일주일이 다되어 궁금한 나머지 간호사를 통해 전화를 해보니 그 할머니는 밖에 마실가고 없다는 것이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상복까지 다 준비 했었다는데, 그런데 이런 경우는 남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의대를 막 졸업하고 병원에서 실습하고 있을 때 누나의 시어머님이 혼수상태로 장례준비를 하고 있다며 동생이 의사니 와서 한번 보아 달라는 것이었다 다른 병원을 가지 않았던 것은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와 달라기에 시간을 내어 방문했는데 비록 의식은 없었으나 혀가 마치 딸기처럼 빨갛게 반질거리는 것이 여성에게 흔히 올 수 있는 철결핍성 빈혈로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때도 간단한 처치와 식이요법을 설명해주고 치료 할 수 있는 주사양ㄱ만을 보내주어 집에서 치료하도록 하였는데 그후 약 십여년을 더 사시고 돌아 가셨다. 이러한 경험으로 장례를 준비했다는 노인들의 왕진을 부탁받을 땐 주저 않고 왕진 치료하였는데 초임 보건소장을 하면서 직원이 부탁하는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상복을 다 준비했다고 했는데 그 분의 경우도 특별한 질환이 아닌 감염성 질환이었으며 단순한 약물치료로 완전히 회복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항상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나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은 늙어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질병을 치료하지 못했을 때 오는 것이며, 늙었기 때문에 질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질병은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치료될 수 있는 질병이면 늙고 젊음에 상관없이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노인 스스로는 물론 우리 모두는 편견을 버리고 노인을 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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