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7 | [문화저널]
어린이 그림지도
어린이의 기쁨을 자유롭게 그리게 하라
이일청 군산전문대학 교수 실내디자인과
(2004-02-05 16:38:49)
대부분의 어린이들을 보면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거나 조형 활동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우에 대한 느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도니 시각으로 미술활동을 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면에는 잘못된 미술교육에 의한 외적 환경의 책임이 크다.
대부분의 학부형이나 교사의 강요된 잘 그리기라는 목표에 의해서 즐거운 그리기 활동이 재미없고 짜증만 나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한 어린이와 학부형이 왔는데 화실도 오기까지도 힘이 들었고 나를 만나는 것조차 기피하는 것이었다. 그 동안 그린 그림들을 학부형이 보여 주는데 성인 그림을 흉내낸 도제 훈련식 미술 지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린이나 원시인의 그림에서 가장 큰 느낌을 주는 것은 생동하며 살아 숨쉬는 밝고 힘찬 활력에 있다. 그동안 세게 각 곳어린이 그림을 모으고 연구하면서 내자신의 작업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진솔하고 생기 발랄한 창조적 작업의 자유분방함은 현대의 고도 기계문명에 찌든 우리에게 생활의 기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되도록 어린이에게 어떠한 형태의 모범을 제시하거나 간섭 제한을 두지 않고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일반적인 교육 방법으로는 창의적인 교육을 기대 할 수가 없다.
일정한 폼(form. 형식)으로 그리거나 한꺼번에 많은 양의 소재나 형태를 그리는 것은 어린이에게 대한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김정의 미술교육 총론에 보면 "이제 그림이라는 것을 희미하게 알아가는 시기에 어떤 고정된 틀을 만들어 주어서는 안된다. 조사의 잘못된 평가가 즉 기술적인 합습의 편중된다고 하면 그것은 조형 교육이 아니라 기술교육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어느 미술 실기 대회 심사에서 느낀 일인데 군산의 어린이들은 모두가 그림에 갈매기를 그려 넣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갈매기의 형태가 너무나도 일정해서 전체 어린이 그림을 조사해 보니 그 중에 선생님이 그려 준 갈매기 몇 마라리를 보게 되었다. 선생님의 갈매기르 아이들도 다 따라서 그리게 된 결과다. 어떤 대상에 대해서 어떤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어린이 스스로가 나름대로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교사나 부모는 그리기 지도를 어럽게 생각한다. 그 분들이 바로 개념화된 도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는 참신하고 새로운 미술교육으로 창의적인 표현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되겠다. 어머니가 화가가 되지 못한 것을 어린 딸에게 기대하여 정물화를 그리게 하고 수채화의 기법을 가르치게 한 그림들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육신의 병뿐 아니라 그리기를 싫어하는 마음의 병 또한 정서적으로 큰 문제다. 처음 일주간은 관찰을 위한 시간으로 자유롭게 지내도록하며 되도록 간격을 좁히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하며 보냈다. 강요가 아닌 스스로가 흥미를 느끼게 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즐거운 조형 활동을 하는 다른 어린이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기 싫어 하던 어린이가 처음 흥미를 느끼고 시작한 것은 배수성 그림이다. 색종이, 크레파스, 수채물감 등 재료를 사용하게 하고 이전과는 다른 화지 크기로 그리게 했다. 늘 그리던 네모나 직사각형이 아니라 동그란 원형의 종이는 처음의 특별한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오라고 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미술 활동에 참여하고 기뻐하는 어린이를 볼 때 더 이상의 잘못된 미술교육이 이루어져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가장 큰문제는 개념화된, 정형화의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기 활동은 묘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변화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깨트리고 어린이 스스로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주위 환경과 창의적인 표현활동이 되도록 분위기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들 나름대로의 시작으로 적응 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필요하다.
1.개념화의 뜻
개념화를 그리는 어린이는 대부분 판박이 같이 똑같은 그림을 계속적으로 그린다. 개념화는 같은 구성과 같은 표현방식, 곧 형태와 색채를 반복해서 답습해 나가는 것이다. 어른들의 간섭과 선생님이 조성한 불합리한 학습방법으로 어린이 스스로 참여가 아닌 주어진 조건에 익숙하게 순응된 개념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설명적이므로 어린이 스스로가 조형 활동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며, 도식화된 기법이나 양식과 구성이 표현되는 것이다. 표현이란 어떤 느낌을 전달하는 것인데 무미건조한 개념화에서는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의적 활동을 볼 수 없다.따라서 의도적인 표현으로 어린이의 느낌과 생각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끄적거리기의 낙서는 선 자체가 불규칙적이거나 자유스럽고 활발하다. 유치원 아이들은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그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삐둘어진 선보다 통일된 선을 더좋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념화된 특징이 보여지게 되며 선 자체가 아름답게 표현되고 장식적이다. 기교적인 선으로 인해 생명감보다는 늘 비슷하게 선의 형태가 반복된다. 어떤 주제를 주어도 인물은 이렇게, 꽃은, 비행기는, 자동차는, 이런 방식으로 설명적이다. 어떤 유치원에 바문했을 때 선생님이 골치 아픈어린이의 그림을 가져왔다. 그림을 보니 나무를 같은 형태로 다 그리고 다 그렸다고 매번 선생님께 재출한다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변화가 없는 그림을 보며 선생님이 그동안 얼마나 그 어린이로 인해 상심했는지를 느꼈다. 다시 그리기 시간에 직접참여해서 그리게 하였더니 또 똑같은 나무와 색채로 구도를 잡는 판박이 그림을 자랑스럽게 제일 먼저 제출하는데 느낌이 없는 관행적인 태도를 보며 교사의 지도 방법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린이를 불러 놓고 대화를 시작하였다.
"얘야! 이 나무는 참 쓸쓸하겠다. 더운 날씨에 이렇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는데도 쉬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얘기를 들은 어린이는 바로 크레파스를 가져와서 나무 밑에 어린이 두 명을 그려 넣었다. 개념화된 어린이들에게는 이렇듯 공감대의 대화가 필요하다. 옆에 있던 선생님이 참 쉽게도 해결이 되네요 하며 기뻐하는 것을 볼 때 최선의 방법은 그 어린이를 위한 괌심과 애정으로 또 교사 자신의 전문성을 위한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어떤 목표를 정하고 좋은 그리기 활동을 바라지만 우리 스스로 얼마나 이 목적을 위하여 노력해왔는지 다시금 생각할 일이다. 미술 대학을 나오고 다시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선생님도 이런 실정인데 다른 이들은 더할 것이다. 그리기 심사에서 항상 느끼지만 무슨 재미로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미술대회 시간이 어린이에게는 곤혹스런, 참 어쩔수 없는 재미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바탕색을 억지로 채우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땀을 흘리며 여백의 미도 모르는 채 열심히 바탕을 채색하는 어린이들에게서 오늘날의 미술교육의 현 주소를 본다. 기계적인 반복으로 자신의 주관은 깨지고 똑같은 색, 똑같은 형태로 기교적인 생명력을 잃은 그림이 되기 마련이다.
2.개념화의 표현 특징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자연스러움을 가장 으뜸으로 생각했다. 어린이는 스르로의 삶의 기쁨을 표현하려는의지가 강하다. 어른들은 노래를 부르게 해도 머뭇거리지만 어린이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어린이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의 삶을 솔직하게 나타내기를 바란다. 그들의 자유로운 삶의 표현 방법만이 좋은 조형 작품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 그림은 나쁜 그림 좋은 그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다 좋은그림인데 어른이나 잘못된 교육으로 나쁜 그림이 되는 것이다. 활발하게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길을 막는 환경을 만들지 않았나 반성할 일이다. 미리 스케치된 틀위에 색칠하는 공부는 개념화된 그림으로 이끄는 첩경이다. 계속적으로 생의 일기 같은 어린이 그림을 관찰하여 새로운 창조적 미래의 지평을 열게 하도록 모두가 힘 쓸 일이다. 가장 좋은 창의성 개발 교육은 미술 교육이다. 어떤 물체와 닮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 느낀 사물의 풍성함이 아름답게 표현되어야 한다. 인간의 바른 성장의 의미에서 그리기는 우리에게 큰 가치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