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7 | [저널초점]
지방화시대와 지방문화
천이두 <문화저널>발행인
(2004-02-05 16:43:44)
지난 6월 27일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선거를 치렀다. 이제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각 고장이 각기 대등한 입장에서 자기 고장에 알맞은 살림살이를 꾸려가게 된 것이다. 이 광정에서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요청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애양심이다. 모든 고장의 구성원들이 자기 고장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일이야말로 지방자치시대에 요청되는 첫째의 덕목이라 하겠다. 그러나 애향심이 잘못 표현될 때 소승적인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다. 지역 이기주의는 분명 애향심과는 다른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는 다른 고장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될 뿐 아니라 자기 고장의 발전에도 장애요인이 된다. 오히려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과 더 높고 큰 안목에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화롭게 발휘될 때 지방화시대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제는 해묵은 지역감정의 응어리도 풀어야하고 특정한 계층이나 특정한 지역 사람이 나라 살림을 거머쥐고 좌지우지 하는 일도 업어질 수 밖에 없다. 자기 고장의 발전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일이 그대로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일로되는 그러한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런 역사적 시점에서 지방문화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보는 일은매우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여기서 지방문화라 하는 것은 중앙문화와 대응이 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이제까지 우리 문화는 우리의 정치가 그러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이었다. 문화의 엘리트들이 예외없이 중앙무대에 진출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여겨 왔다. 이리하여 지방문화는 중앙문화와 대응이 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 문화는 우리의 정치가 그러했던것처럼 중앙집권적이었다. 문화의 엘리트들이 예외없이 중앙무대에 진출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여겨 왔다. 이리하여 지방문화는 중앙문화와 대응이 될 때 어쩔수 없이 그 하위의 문화 혹은 변방문화의 위치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그동안활동이 중앙 중심으로 이룩되어온 탓으로 연유되는 필연적 현상이라 하겠거니와 이제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서 이런 문화의 중앙집중화 현상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지방자치의 시대의 개막과 함께 모든 고장의 문화 역시 자기 고장의 고유한 개성을 최대한으로 표상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의 기본적속성은 개성에 있다. 그런데 그 개성이란,구체적으로는 그 고장의 특성 즉 지방색으로서 드러난다. 말하자면 한 고장을, 문화를 보는 기본 단위로 설정한다고 할 때 그문화의 개성은 두드러진 지방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도저한 지방색을 드러낼 때 그것은 진정한 문화로서의 생명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문화야말로 진정한 민족문화로서의 영예를 아울러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서 민족문화로서의 생명을 간직한 문화, 즉 진정한 민족문화로서의 개성을 간직한 문화만이 게계적일 수 있다고 말하거니와 이를 바꾸어 말하면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민족적인 것이요,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지방적인 것, 민족적인 것과 대응이 되는 세계적인 것이란 개성에 대응되는 보편성이라 말할 수 있다. 문화는 고유하고 발랄한 개성을 간직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국경과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성을 아울러간직하는 것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개성 내지 민족성이 문화의 구심적 측면이라면 부편성 내지 세계성이란 문화의 원심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탁월한 문화는 언제나 항상 상호보완적으로 간직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안목에서 우리 고장의 문화를 돌이켜본다고 할 때 그풍요로움에 한없는 긍지를 느끼게 된다. 우리 농부가에서는 전라도라 하는 데는 신산(神山)이 비친곳이라, 운운하고 있다. 그래 그런지 이 고장은 땅이 기름지고 인심이 순후하고 사람은 재주가 뛰어나다. 특히 예술의 분야에서 재주가 뛰어나다. 그래서 예로부터 전라도를 일러 예술의 고장이라 하였다.
전라도 문화는 가령 판소리 하나만을 놓고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농도가 유달리 짙다. 그만큼 문화적 지방색이 강하다는말이다. 따라서 그것은 그만큼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풍부한 개연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개연성을 맹백한 현실로서 실현시키는 일이야말로 지방화시대를 맞은 우리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는 풍요로운 문화의 토양을 물려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토양을 충분히 개발해왔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리하여 우리고장의 문화는 중앙문화에 대응하여 어 쩔수 없이 변방문화의 자리에 놓이지 않으면 안되겠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고장의 문화적 토양을 최대한으로 개발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여기에 있어서 첫째로 중요한 것은 우리 고장 문화일꾼들이 각자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손으로 선출한 각급 행정 당국자들의 적극적이고도 창의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화시대의 전라문화, 그 장래는 희망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