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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7 | [문화칼럼]
지방자체선거 몇 가지 유검
임석규 한계레신문 민권사회부 기자 (2004-02-05 16:45:48)
이번 4대 지방선거의 의미를 포장하기 위해 늘상 붙어다니는 수직어만 해도 너끈 한 꾸러미는 될 성싶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릴 계기"라는 둥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지평을 열었다"는 둥. "34년만에 부활된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둥... 사실 이번 선거가 우리 현대사에 서 지니는 참된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자면 열 꾸러미의 수직어로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알찬 열매로 결실을 맺은지자제 실시를 미루기 위해 집권세력은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법정기일을 세 차례나 어겼고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행사하며 정권의 후안무치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6.27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지자제가 과연 법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가? 집권세력이 지자제 실시를 마뜩찮아 하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가 각별하다느 반증이다. 개발독재식 중앙집권의 온갖 병폐를 뿌리뽑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처방이 지자제에 비길만한 특효약이어디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지자제가 주로 민주화라는 정치적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돼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면적인 지자제 실시가 전북지역에 드리우는 정치적, 역사적 읨도 자못 크다. 오해의 여지가 많은 '지역등권주의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앞으로 호남인들의 소외가 가중되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특정지역에 대한 과도한 소외를 수반함으로써만 유지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기형적인 정치구도를 가능케한 으뜸 원동력은 민주주의 원리의 철저한 무시였다. 다시 말해 지자제를 알맹이로 하는 진정한 민주화가 앞당겨 이뤄졌더라면 호남지역 차별도 생길 리 없었고 '지역패권주의'니 '지역등권주의'니 하는 헛갈리는 낱말도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자신의 운명을 중앙의 통치적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침체됐던 전북도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참다운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이는 물론 지역의 구성원들이 참다운 일꾼을 제대로 뽑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처음이나 다름없이 실시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다음 번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히지 않았으면 하느 바람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꼽아본다. 이번 선거는 기초의원을 빼고는 정당의 후보공천이라는 절차를거치면서 본격화됐다. 공천은 대의원 경선을거치기도 했지만 지구당 위원장의 의사가 대부분 반영되는 선정위원회의 결정을 따르는 경우도 많았다. 전북의 경우 민자당은 무주에서 경선을 실시했고, 민주당은 도지사 후보와 전주, 군산, 익산, 임실, 부안, 고창 등지에서 대의원경선을 통해 기초단체장 후보를 선출했다. 경선제도는 여러 한계에도불구하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일단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당 공천과정에서 시민들의 뜻을반영하는 장치가 전면 배제됐던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지역 정서상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소수의 대의원이나 선정위원들의 의사가 곧 전체 주민의 뜻인 양 호도될 위험이높았다. 정당은 곧 공당이다. 이는 정당이 공익성을 지녀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지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통로가 차단될 경우 정당은 공당이 아니라 이내 사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천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든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는데도 공개토론회 한번 실현되지 않은 점은 차우에라도 개선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빅3시로 불리는 전주군산익산시 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지자제에 대한 도민들의 냉소를 불러 을으켰다. 특히 전주 시장 경선에 뒤이은 일련의 파동은 많은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대의원들의 경선 절차가 전면 무시된 것도 바르지 못했고, 전북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12명의 일치된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것도 치욕스런 일이었다. 사회 각 분야의 직능별 대표를 비례 대표 도의원으로 뽑는 것도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제도였다. 그러나 민자등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노픙ㄴ 기호 1.2번을 내로라하는 갑부가 차지 했고, 민주다에서도 후보등록 직전에 순위가 뒤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나마 여성,예술,언론계 대표가 도의회에 진출한 것은 다행스러웠다. 선거운동과정에서 도지사 후보의 자질 검증을 위한 다양한토론회가 마련돼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운 것은 이번 선거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었따. 텔레비전방송 3차례, 라디오 방송 2차례등 모두 5차례에 걸쳐 마련된 방송토론회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전주시장 후보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지만 방송전파를 타지 못해 일반유권자들에게 큰 도움이 못됐다. 다음 선거부터는 적어도 전주시장 후보에 대한 방송토론회라도 필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4대 선거가 동시에 치러짐으로써 생기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할 때 풀뿌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기초의회 의원선거가 대중과 여론의 관심권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기초의회는 주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문제들을 정치적으로 반영하는 통로 구실을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 실시의 본래적 의미에서 보더라도 기초의원은 다른 선거단위보다 그 중요성이 처지지 않는다. 주민들의 무관심은 주로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에서 비롯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기초의원에 대한 대중들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허용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모두 기초의원을 은밀히 내천함에 따라 이미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았던가? 전북지역에서 이번 선거에 나선 사람은 모두 1천94명으로이 가운데 3백56명이 지역정치를 이끌어갈 정치인으로 뽑혔다. 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받게 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초의원까지 보수를 지급받게 됨으로써 지역에 상당수의 '프로 정치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치는 삶의 여러 문제를 가장 핵심적이고 집약적으로 해결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비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프로 정치인들을 상머습으로 부릴 줄 알아야 한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주변의 작은 문제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권자들은 지역의 프로 정치인들을 이용 할 줄 알아야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은 투표행위에서 이기적이어야 한다. 지역의 정치인들이 주민들의 의사에 어긋나지 않도록 압력도 행사하고 선거 때는 표로 심판해야 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프로 정치인들을 상머슴으로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채찍은 투표행위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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