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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8 | [건강보감]
연막소독과 일본뇌염
글/정영원 (2004-02-10 09:05:40)
여름철에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오는 전화 내용은 모기가 많다는 것으로 어떤 경우엔 매우 혹독한 질책을 받기도 한다. 모기에 물리게되면 곧바로 보건소가 원망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사실 도심지에서 모기 하면 연막소독이고 그 연막소독을 보건소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어쨌든 대부분의 시민들은 모기에 물리지 않게 많은 연막소독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도심 가득하도록 연막을 뿜어야 보건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여름철에 연막소독을 실시하는 원래 목적은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일본뇌염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일본뇌염이 다른 방법으로 예방될 수 있다면 연막소독은 그 비용과 주민의 편익을 비교하여 다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고 주민들도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완전한 모기 박멸은 완전한 환경파괴도 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94년도 뇌염 예방접종 대상자의 약 90%이상이, 95년도엔 약 106%가 뇌염예방접종을 하였고, 뇌염 전염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돼지에게도 예방접종을 하고 있어 뇌염예방으로는 이 두가지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 94년도에 연막소독을 위해 완산보건소에서만 약 4,500만원, 즉 하루 평균 약 70명 정도를 진료하는 완산 보건소의 진료실에서 쓰는 1년 전체 약품비의 약 65%에 해당되는 예산이 모기 잡는 데 쓰인 것이다. 말하자면 단지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쓰인 돈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큰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뇌염의 주 분포 지역이고, 예방접종 약품도 일본에서 개발된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은 일찍부터 3년 간격으로 추가 예방접종을 하다가 94년부터 5년 간격으로 접종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매년 예방접종을 하다 올해 들어서야 겨우 2년으로 연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접종비는 작년 500원정도 하던 것이 무려 올해 3,400원 정도로 대폭 인상되는 등 주민의 드러나지 않는 가계 지출을 크게 증가시켰는데 이들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모르겠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청은 물론 주민도 일본뇌염으로 인한 돈의 낭비가 상당히 크다고 보며, 이러한 낭비에 이유가 어찌되었든지 지역보건의 책임자로서 일본뇌염의 예방에 있어 매우 큰 부끄러움과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연막소독에 대한 주문을 받을 때면 직책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정말 빠른 시일 안에 정확한 연구결과가 만들어지고 주민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설명이 이루어져 좀더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 인정될 수 있어 보람되고 부끄러운 없는 방역사업을 수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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