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9 | [문화가 정보]
하나로 어우러진 통일염원
8.15민족공동행사
글/허옥칠 문화저널 기자
(2004-02-10 10:03:34)
올 여름 전북지역은 그 어느 해보다도, 그 어느 지역보다도 통일을 향한 열기로 가득했다. 도내 곳곳에서 치러진 해방 50주년을 기념한 공연 전시 등 많은 문화행사는 통일은 꼭 이루어야 할 과제임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8.15해방 50년을 맞이하여 1천 4백여 명에 이르는 준비위원들과 기독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등의 종단고 60여 참가단체가 함께 했던 8.15민족공동행사 전북준비위원회의 결성은 그동안 일반 시민과 유리되어 여러 갈래로 진행되어 온 통일 운동이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들을 한자리에 모아. 8.15해방 50년을 함께하는 축제를 마련하자는 의의에서 8.15민족공동행사 전북준비위원회의 주관으로 ‘녹두통일축제전’이 전북 곳곳에서 8월 8일부터 13일 까지 진행되었다.
“평화로 한마음 통일로 한걸음”이라는 주제 아래 전야제를 시작으로 통일 맞이 삼천리 대행진, 기념 학술 세미나, 백중놀이, 어린이 글쓰기, 그리고 대회, 미술 한마당, 인간띠잇기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8월8일 전주시청 앞광정에서는 전북지역 예술인들의 주축이 되어 전야제가 열렸다. 전체 1.2.3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전야제는 송광식 씨의 아리랑 환타지로 시작하여 북춤, 군무, 풍물, 성악 등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진행상의 문제로 행사가 지연되는 등 공연 내용도 몇몇 공연을 제외하곤 아마추어 수준이어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8월 9일에는 해방5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가 원불교 교구청 강당에서 열렸다. 전북민주화교수협의회와 호남사회연구회가 주관한 이번 학술세미나는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중호(전북대 정치학)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민족과 통일”을 주제로 강정구 교수의 발제가 있었고 김윤수, 전봉호, 양재혁, 문규현, 한규채씨가 토론자로 나섰다.
8월 10일에는 광복50년, 지자제원년기념 통일백중놀이가 다가공원과 코아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렸다. 황토현 문화연구회가 전주의 여러 문화단체들과 연합하여 주관한 이 행사는 7월 백중놀이를 복원하고 지자제원년을 축하하고, 동시에 해방 5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의를 가진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겐지겐, 탈머리, 새뚝이, 우리마당 등 전주지역의 거의 모든 풍물패와 문화패가 참여하여 전주시민 대동한마당을 펼쳐냈다.
8월 12일에는 “통일은 내친구”라는 주제로 어린이 글쓰기 그리기 대회가 오후 1시부터 경기전에서 개최돼었다 이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통일을 가까이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여 마련되었는데, 이날 행사에서 수상한 좋은 그림과 글들은 코아백화점 앞 광장에서 전시되기도 하였다.
8월 11일부터 13일까지는 해방50년 미술한마당이 전동성당 외벽 및 일대에서 전북민족미술협의회의 주관으로 열렸다. 미술전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폭넓게 환기시켜 관람자와의 유기적 소통구조를 확보하고자 마련된 전시로 시민과 항께 걸개 그리기, 판화찍기 등 다양한 기획행사가 병행되었다.
8월 13일에는 녹두통일축전의 가장 중심적인 행사인 통일마음모으기 “인간띠잇기대회”가 열렸다. 전북도민의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잇고 통일을 염원하는 행사로 녹두통일축전의 과정에서 각 단체별로 진행한 통일행사의 성과를 “인간띠잇기대회”로 모아내어 참가자들의 통일의지를 한껏 분출시켜 내었다. 이 행사는 전북지역에서 8일부터 진행한 통일 행사를 집체적으로 마감하는 장이기도 하며, 녹두 통일 축전기간의 통일 행사중 가장 많은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이번 녹두통일축전의 가장 큰 의의라면 범시민단체가 어우려저 통일의 열기를 전북곳곳에 확산하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처음 기획한 자리였던 만큼 진행상의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준비위원 위촉이 느져지면서 행사 기획도 더불어 늦어졌고, 따라서 행사규모도 축소되어 치러졌다. 이번 행사의 실무를 맡아 가장 바끄게 8월을 보냈던 양선형 씨(그림마을 대표)는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이라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행사가 차음 감이 잡히기 시작했지만 시일이 너무 촉박했다. 역부족이긴 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서 다음 번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번 행사를 기약했다.
아무쪼록 재야단체들이 대중과 어우러지려는노력이 결실을 매정 한사람의 통일염원이라도 더 보태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3회 여름시인학교
‘적상산의 추억, 시인의꿈’
제3회 여름 시인학교가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무주군 적상면 괴목 국민학교에서 열렸다. 전북민족문화인협의회(회장 이병천)가 1993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이행사는 문학과 관련된 강좌, 시 창작 작업등을 벌임으로써 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마련되 행사이다.
‘적상산의 추억, 시인의 꿈’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제3회여름시인학교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 씨, <새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세월>의 소설과 김형경 씨 등 유명세를 달리고 있는 강사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홍보덕분인지 120이라는 많은 참가자들이 신청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두 명의 외부강사는 행사 당일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오지 못하였고, 출발부터 부담을 안은 채 120명을 태운 버스는 무주군으ㅗ 향했다.
2박 3일동안의 일정 중 가장 알찬 평가를 받았던 프로그램은 초청 강사들의 강연이었다. 김용택 시인의 <우리 풀, 꽃과 나의 시>, 정양 시인의<다시 음미해보는 옛노래들>, 김익두 교수의 <민요의 성격과 지역적 특성(전북민요를 중심으로)>, 최동현 교수의 <판소리의 민속 음악적 본질>등 무더위 속에서도 아침 저녁을 골라 흥미있는 강의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구멍난 두 강사으 l강의를 다른 전북지역 작가의 강의로 대체했다면 그 주체못할 시간에 지치는 일이 없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 밖에도 청년문학회 회원들이 동분서주한 노력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이어졌다. 29일 저녁 참가자들과 함께한 조해준 씨의 퍼포먼스가 있었고, 이어 감자-통닭 진흙구이가 익어가는 모닥불가에 둘러 앉아 조별 장기자랑을 가졌다. 행사들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이 바랬던 작가와의 대화 시간은 상당히 부족했다. 앞으로는 시인학교가 참가자들을 위한 자리가 되도록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낮시간의 느슨한 진행은 참가자들을 무더위 속에서 쉽게 지치게 했다. 근처에 마땅한 계곡도 없었는지라 푸석푸석 먼저이는 운동자으이 열기를 피해 다들 그늘 밑으로 살아지곤 했다.
올 여름의 여름시인학교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치러졌고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의 성의있는 강의와 진지한 자세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어 냈다고 하겠다.
서양화가 김현철 유작전
전북 서양화단의 큰 자취르 읽을 수 있다.
전북지역 서양화단의 한 시대를 짊어 졌던 서양화가 김현철 유작전이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미술협회 전북도지회가 마련한 이 자리는 매년 작고작가들의 몇몇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 형식으로 꾸며졌지만 올해는 한 작가를 선정, 그의 유작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형식으로 치러져 관심을 모았다.
한시대를 살다간 예술인들의 고뇌과 치열한 창작정신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감동은 자못 숙연한 것이다. 더욱이 치열한 실험정신으로 한 생을 지켜냈던 꿋꿋한 예술인의 흔적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자리는 우리에게 감동 이상의 의미를 남기는 것이었다.
미술협회가 작고작가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조명 작업을 시작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유작전은 첫 번째로 초대된 김현철은 40년대부터 70년대를 거치는 동안 선이 굵은 활동으로 이 지역 화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24년 부안에서 태어나 서울미대에서 공부한 그는 80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결코 길다고 볼 수 없는 생애를 살다갔지만 왕성한활동과 치열한 예술정신으로 한국적인 미학을 창출해냈다는 후학들의 값진 평가를 받고 있다. 3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도 창작에의 열정을 묻어두지 않고 16회의 작품전을 열었고 ‘신상미술회’를 창립하는한편 미술협회의 사업에도 힘을 다해 그 예술 세계와 성실한 삶의 자세를 일치시키는 모법적인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더욱이 초기 정체되어 있던 지역화던에 서양화의 뿌리를 심었으며 수많은 후학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오늘날 전북화단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일컬어 화가 유휴열은 “바다를 즐겨 그리셨고 파도가 무서운 힘으로 다가와도 표정하나 변함없이 우뚝 서있는 바위 섬을 그리신 작품으로 보면서 어쩌면 보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시면서도 거리로부터 탈출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풍경에 대한 사실적이고 대담한 묘사로 힘이 넘치고 그 가운데서도 자연친화적인 은근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연극제
연극과 함께 가을을
지역 연극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도내 각 극단들은 무더웠던 여름 한동안 풍성한 가을채비를 하기에 바쁜 날을 보냈다. 전주, 익산, 군산, 남원 등 도내 10여개 정도 되지만 운영난으로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극단들은 대략 5~^개 정도이다 전주의 시립극단, ‘창작극회’. ‘푸른숲’, 등과 이리의 ‘솜리사람들’, 창단 기념공연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작은 소동’그리고 군산의 ‘갯터’등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반면 ‘디딤예술단’, ‘황토’등의 극단은 인적 물적어려움으로 ‘쉬는 시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도내 극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을 연극제가 준비되고 또한 새롭게 창단을 하는 극단도 있어 가을을 맞는 연극계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진흙>과<꽃신>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 바 있는 전추 창극회는 극단 ‘불꼿’ 어린이 뮤지컬극단 ‘푸른 숲’, 주부극단 ‘개나리(가칭)등과 함께 제 3회 소극장 연극제를 마련하여 9월 15일부터 11월5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린 예정이다. 이번 가을 소극장 연극제에는 ’푸른 숲‘과 ’개나리‘가 처음 참여하여 관심을 모은다. 창작극회의 기획 임형택 씨는 “그동안 2회에 걸쳐 전주의 극단들이 참여하는 소극장 연극제를 마련해 왔는데 그간 활발하게 활동했던 극단들이 경영난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며 안타까워 하고 “내년부터는 익산, 군산 등 도내 각극단들이 함께 참가하는 연극제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극장 연극제의 개막무대로 창작극회는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조민철 씨 연출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를 공연한다. 고구려 설화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호동의 비극적 일생을 통해 집권층의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무대는 그동안 어린이 뮤지컬 극단으로 활동해온 극단 ‘푸른 숲’이 9월29일부터 10월8일까지 정선경 작 김영현 연출의 인형극 <깨비깨비 내 친구>를 선보인다 ‘푸른 숲’은 8월 동안 전주, 정읍, 군산, 익산 등지를 순회하며 어린이 뮤지컬 <보물섬>을 공연하 바 있다. 세 번째 무대는 그동안 꾸준히 소극장 연극제에 참여해온 노동자 문화단체인 극단 ‘불꽃’이 10월13일부터 22일까지 <너 그곳에 있는가>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극단 ‘불꽃’은 그동안 <야근>,<굿닥텨>,<내겐 너무 예쁜 당신>등을 공연하면서 해마다 소극장 연극제에 참여하고 있다. 네 번째 무대는 개나리아파트주부들로 구성된 극단 ‘개나리’(가칭)의 무대로 10월27일부터 11월5일까지 주찬옥 작 박구홍 각색 신상만 연출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올려진다.
익산지역에서는 9월21일부터 10월29일까지 익산연극제가 열린다. 익산연극제에는 극단 ‘솜리사람들’과 새로 창단된 ‘작은 소동’그리고 원광대학교 연극반‘멍석’과 익산농공전문대학교 연극반 ‘구름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여 솜리사람들 소극장의 새이름인 ‘미다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특히 극단 ‘작은 소동’은 이번 익산연극제의 개막 축하공연과 더불어 창단 공연을 위해 지난 7월부터<참으세요, 엄마>라는 페미니즘 작품을 준비해 오고있는데 대표 이도한 씨는 “단원생활을 해오면서 여자들의 가장 일상적인 작은 일들을 항상 무대에 올려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창단공연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다섯 가지 독립적인 상황으로 구성된 <참으세요, 엄마>는 오지명 씨 연출로 9월21일부터 30일까지 공연된다. 두 번째 무대는 10월 7일과 8일 원광대학교 연극반 ‘멍석’의 <신화 1900>가, 세 번째로는 10월 14일과 15일에 익산농공전문대학교 연극반 ‘구름마을 사람들’의 <달라진 저승>이 막을 올린다. 네 번째로 극단 ‘솜리 사람들’의 <위기의 여자>가 10월 21일부터 29일까지 최솔 씨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이와 함께 군산의 극단 ‘갯터’는 9월16일부터 10월8일까지 제36회 정기공연을 올리는데 존 필미어의 화제작 <신의 아그네스>를 백영기 씨 연출로 무대에 올린다. 또한 10월 중에는 뮤지컬 <진포대첩>을 공연할 계획이다.
한편 잠시의 휴식기를 맞고 있는 ‘디딤예술단’(대표 정선옥)은 작품 <불꽃아가씨 선발대회>를 구상중이다.
전북 무용계
가을무대가 풍요롭다
전북 무용계가 풍성한 가을예감을 던져주고 있다.
가을 무대의 첫 포문은 이미 지난 8월27일,28일에 오문자 현대무용단에 의해 열렸다. 비바람으로 한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인 때 덕진공원 야외무대에 마련된 이날 춤판은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과 일반 시민들의 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꾸며져 한차원 폭넓은 공연예술을선보였다. 또한 현대무용단 ‘사포’와 한국무용의 ‘원무용단’은 지난 봄부터 소극장 시리즈를 통하여 단원의 기량과 창작의욕을 일깨우는 춤의 무대를 열어오고 있는데 두 무용단 모두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큰 무대를 가을 동안에 펼친다.
그동안 전북 현대무용의 뿌리 역할을 해온 현대무용단 ‘사포’는 여름동안 광주비엔날레 공연과 사포 1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하느라 많은 땀을 흘리며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광주 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 중 10월 14,15일 이틀간 광주 중외 공연장 야외무대에서 <9월의 신부>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연을 갖는다. 사포는 그동안 몇차례의 야외무대를 열어오면서 일반관객과의 교감 형성에 노력해왔는데 이번 무대 또한 일반관객들과의 폭넑은 만남을 위해 꾸며진다. ‘4월의 신부’, ‘6월의 신부’, ‘9월의 신부’, ‘신부여 돌아오라’등 네 개의 부제로 꾸며지는 이번 무대는 희망과 그리움과 기다림과 같은 이미지들을 담고 있는데 단원들 모두 평상시의 편안한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며 레게풍의 팝과 대중가요,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폭넓게 선곡되어 펼쳐진다.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은 ‘사포’는 11월 4일과 5일 서울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그 10주년을 마은 ‘사포’는 11월 4일과 5일 서울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그 10주년 기념 무대를 마련하여 그간 공연된 많은 작품 가운데 좋은 반응을 얻은 <최한 배>(안무 신용숙),<거울 없는 방>(안무 강형숙)등 세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소극장 시리즈로 9월30일 최병용, 10월28일 김 옥, 12월 23일 박순옥 씨가 우진문화공간에서 공연한다
한국무용의 현대화 작업을 끈임없이 해온 ‘원무용단’은 이 지역에서 가장 전통있는 한국무용단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무대를 통해 깊이 있는 역량을 쌓아오고 있다. ‘원무용단’은 지난 봄부터 전국무용제를 준비해오고 있는데 9월16일 대구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이번 전국무용제에는 작품<황녀 아리랑>이 선보인다. 이 작품은 덕혜공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현재덕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역시 창단 1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10월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지난 5월부터 우진문화공간의 소극장을 통해 단원들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소극장공연도 9월부터 다시 이어지는 9월 27일 이은아, 10월 25일 안재현, 11월 29일 이은주 씨가 무대르 마련한다.
한편 지나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과 <95한민족축전 한민족 예술제>무대에 올라 신명나는 춤의 한마당을 펼쳐보였던 우석대학교의 김경주 무용단은 9월 19일 광주비엔날레 전야제 행사에 참가하여 광주벌을 울리는 소고춤 한마당을 펼친다.
남원 삼동굿 놀이
농경문화가 낳은 옥동자
전북지역의 유일한 백중놀이이자 향토축제인 남원 삼동굿 놀이가 지난 8월 11일 남원시 보절면 괴양리에서 열렸다. 음력으로 7월 15일. 백중절은 농사일을 한고비 넘기고 가을 걷이를 맞기까지 여유를 되찾고 한바탕 잔치를 열어 그간의 노고르 스스로 위로하는 농경사회의 전통풍속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백중놀이로 경북 밀양의 백중놀이가 있지만 남원 보절의 삼동굿놀이역시 이에 못지않은 멋과 풍류를 안고 있다.
이날 삼동굿 놀이는 먼저 괴양리에서 서로 이웃하고 있는 양촌, 음촌, 개신 3개 마을 풍물패가 각마을 앞 마등에 모여 판굿을 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그 가운데 형(兄)마을 인 양촌마을의 채납소리를 신호로 해서 각 마을은 농기를 앞세우고 삼거리에 모인 후 양촌 마을 용기에 각 마을의 농기가 세 번 절을 하는데 이때는 마을 사람들도 같이 절은한다. 용기에 그려진 용은 물에 사는 동물로 농사에 필수적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이다.
협동과 화합을 다지는 의미를 지닌 기세배가 끝나면 이제 하나가 된 각 마을 농기와 풍물패, 그리고 주민들은 양촌 마을 어귀에 있는 당산에 도착하여 유교식 당산제를 지내는데 이때도 역시 세 마을의 장로격인 세 사람의 노인들이 제사를 주관한다.
당산제를 마친 주민들은 이제 마을 공동우물로 행진하여 시암굿을 치고 다시 자리를 마을 광잔으로 옮긴 굿패는 이날 굿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삼동서기’과정으로 넘어간다. 자리를 마을 광장으로 옮긴 굿은 삼시랑(삼신할미)상을 차려 놓고 숯과 고추를 끼운 금줄 밖에서 세 명의 할머니들이 출산을 기원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기원이 끝나고 나면 굿은 출산과정, 성장과정, 입신출세과정의 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힘센 장정들이 마을을 대표하는 어린이를 무등 태우고 그 위에서 아이들은 뱃속에서부터 태어나 성장하고 입신하는 것이다. 이과정은 곡식의 성장과 풍년을 기원하는 기자신앙인 셈이다.
이때 태어난 세 아이를 무등태워 한바탕 자지러지게 놀다가 부녀자들이 앞 사람의 허리를 잡고 지네의 형상을 만들면 입신출세한 세 아이가 각각 문관, 무관, 선비의 순서로 지네르 밟고 지나간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말을의 풍수지리적 형국이 지네를 닮아서 매년 한 차례씩 밟아 주어야 마을의 위해를 막고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굿패는 ‘마당밟기’를 하면서 마을주민들과 신명난 놀이판을 벌이고 굿은 막을 내린다.
남원지방의 가장 향토적인 민속축제로 널리 알려진 이번 상동굿놀이에는 약 150여 명의 행사요원과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남원 삼동 굿놀이는 농경문화가 낳은 향토축제인 동시에 이 지역의 독특한 지형지세를 설화적으로 해석하여 이루어진 고유의 민속놀이이기도 했다. 삼동굿놀이보존회가 문예진흥기금 5백만원을 지원받아 치러지는 행사로 전체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한판 굿을 벌였지만, 풍물패와 행사진행요원들이 거의 외지인들로 채워져 향토축제로서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는 여전히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어 암타까움을 남겼다. 그러나 적어도 향토축제라는 미명 아래 획일적인 미인선발대회나 박제된 거리행진, 또는 체육대회로 일관하는 기획력과 전통에 대한 애정부족의 시대에 가치있는 굿판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