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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9 | [문화저널]
아름다운 한국의 물고기 '쉬리'
글/김익수 전북대 교수 생물학과 (2004-02-10 10:10:10)
쉬리는 우리 나라 여러 하천의 중상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물고기의 한 종류인데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몸매도 날씬하여 한 번 보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 이름도 ‘여울각시’. ‘여울치’, ‘연애각시’, ‘딸치’, ‘기생피리’ 등으로 지방에 따라 달리 불리고 있는데, 쉬리의 학명은 처음으로 정해 발표한 사람은 일본인 모리 다메조박사이다. 일제시대 우리 나라에서 많은 생물학적 업적을 이룬 모리 박사는 1935년 한강에서 채집한 쉬리에 대하여 “아름다운 한국적 황어”라는 의미를 지닌 Coreoleuciscus splendidius로 명명하여 일본 동물학회지에 발표하였다. 쉬리는 몸의 길이가 보통 10cm정도로 몸은 가늘고 길며, 머리끝은 매우 뾰족 하고 몸통은 약간 납작하다. 머리의 앞쪽에 있는 눈은 작고, 주둥이 아래에 있는 입은 말굽모양이다. 몸의 등쪽은 검고, 배쪽은 은백색으로 몸 옆구리 중앙에 있는 옆줄 부분에는 폭이 넓은 황색띠가 있고, 그 위쪽에는 주황색 보라색 및 흑남색의 띠가 이어져 있어 그모습이 매우 화려하다 머리에는 주둥이 끝에서 아가미 뚜껑이 있는 부분까지 검은띠가 있고, 엷은 노랑색을 띤 각 지느러미에도 검은 띠가 있어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쉬리는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하천 상류에 자갈이 많이 갈린 바닥 가까이에서 떼를 지어 헤엄치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바위틈에 잘 숨는다. 그리고 물 속의 돌 밑에 붙어 있는 수생곤충인 하루살이와 강도래의 유충을 주로 먹고 살며 피라미, 돌마자, 꺽지, 참마자 그리고 돌고기 등과 함께 살고 있다. 산란시기는 수온이 평균 20~25℃가 되는 5월 상순부터 6월 중순이며, 산란 장소는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부로 수심이 10~20cm 정도 되는 곳에 주먹만한 크기의 돌 밑에 직경 2mm의 작은 알들을 부착시킨다. 쉬리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수정시키려면 4일 후에 어린 새끼고기가 되어 두꺼운 알껍질을 터뜨리고 꼬리부터 나와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린 새끼는 16일이 지나면 몸에 있는 난황을 흡수하고 9mm정도로 자라는데, 이때는 지느러미를 움직여서 헤엄을 치고, 돌에 붙어 있는 부착조류를 먹는다. 그 후 54일이 지나면 몸의 길이는 38mm정도로 크게 자라고, 이때부터 몸의 옆구리에 쉬리의 독특한 몸의 무늬가 보이게 된다. 쉬리는 만 1년이 되면 50~60mm 자라고. 2년이 지나면 90~90mm가 되어 암컷은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잉어과에 해당하는 쉬리는 우리 나라의 한강, 임진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삼척 오십천 그리고 거제도와 남해도의 하천에서도 서식하고 있지만 북한지역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제한된 좁은 지역에서만 분포하는 종을 지역특산종 혹은 고유 종이라고 하는데, 생물의 종은 출현하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에 관련된 여러 가지 상호작용에 의하여 서로 다른 분포범위를 가지고 있어서 특산종의 분포범위와 기원에 대한 문제는 생물 지리학의 연구에 중요한 내용이 된다. 자연 속에 생물종이 형성되는 과정을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대체로 그들이 사는 생활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그들 집단들 사이에 축척되어 온 유전적 변이가 자연환경의 복합적인 선택작용의 결과로 유전적 구성이 달라지고 생식적으로도 격리되어 새로운 종이 형성되기 때문에 특산종은 그 지역 자연환경의 변천과정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담수어 180여 종가운데 쉬리만큼 그 모습이 아름답고 깨끗한 물고기는 없다고 본다. 쉬리의 그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모습과 힘차고 재치있는 행동은 한국의 자연환경과 한국인의 기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약 2만 5천 종의 어류가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쉬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물고기이다. 쉬리는 깨끗한 물속에서만 살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인도 이제 깨끗한 환경으 ㄹ보존하는지혜를 가질 때에만 세계속에서도 자랑스럽게 활동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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