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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9 | [세대횡단 문화읽기]
음반감상 편안함과 안식의 신비한 매력 김영미-자장가
글/문윤걸 전북대 사회학과 강사 (2004-02-10 10:28:58)
향간에 '빅 쓰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이 그렇게 못마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빅 쓰리’가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딱 세 사람만이 대가일 수는 없다. 결국 상업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언어의 폭력일 따름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빅 쓰리’로 불리는 소프라노가 있다. 조수미,홍혜경,신영옥이 그들인데 물론 그들은 탁월한 기량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는 소프라노 들을 우리는 많이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안된다. 그중한 사람이 바로 김영미다. 김영미는 그간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로 있다가 얼마전 공부와 연주를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가 떠나기전에 만들어 놓은 음반이 바로 ‘자장가’인데 이 음반은 김영미 음악세계를 전부 담고 있다고 말하기에 는 뭣하지만 그가 음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기에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는 87년경 한국가곡을 모아 음반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만약 그의 음악이 엄마가 된 후 얼마나 변화했는가를 알아보고 싶다면 87년 음반과 이 음반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음반에는 한국과 서양의 대표적인 자장가들이 담겨있다. 김영미는 이 음반을 만들어낸 동기로 그의 딸 서영이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음반에서 딸을 출산하고 키우면서 얻은 생명에 대한 감동과 사랑, 그리고 수정처럼 맑은 아이들에 대한 경탄과 한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듣는다. 비록 이 음반이 고전음악이 갖는 인생과 영혼에 대한 깊은 철학과 사색, 그리고 예술이 갖는 고귀한 정신에의 도전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음반을 통해서 우리는 지나온 우리의 발자취를 더듬어서도 우리의 지나 온 시간들을 되살려 볼수 있다. 바로 이 음반이 그렇다. 최근에 시중에는 ‘아빠가 들려주는 자장가’와 김영미의 ‘자장가’, 이 두 음반이 태교음악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아빠가 들려주는 자장가’는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한 기악곡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반면 김영미의 ‘자장가’가 한결 편안하게 느껴진다. 가끔 나에게 태교를 위해 음반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곤란한 문제에 부딪치곤 했는데 우선 태교음악은 꼭 클래식 음악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그동안 클래식음악과는 전혀 무관하던 사람이 태교르 위해서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만 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코통스러울까 하는 점때문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영미의 ‘자장가’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음악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듣기에 부담없는편암함을 허락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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