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0 | [건강보감]
부끄러운 콜레라 방역
글/정영원
(2004-02-10 10:38:36)
빈 포장마차 앞에서 콜레라 예방 홍보지를 받고 있는 아낙과 아저씨들의 모습, 뿌옇게 거리를 메우며 뿜어내는 연막소독, 그리고 이어 급박한 목소리로 콜레라의 확산을 우려하는 보도와 함께 추석 한가위는 껄적지근한 날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전염병 예방 전문가로부터 이제 우리나라는 콜레라로 걱정할 때는 아니라고 하는 강의를 들었기에 이러한 상황들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느 나라에서는 콜레라는 검역조차 않고 있으며 상ㆍ하수도 시설이 잘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91년도에 발생한 콜레라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도 이젠 콜레라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위생시설이나 생활수준이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더욱이 콜레라는 설령감염이 된다고 해도 치료만 하면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번의 경우도 80노인이 콜레라로 사망했다고 보도되었을 뿐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거라는 보도는 없다. 또한 주의만 하면, 예를들어 손만 잘 씻고 음식을 잘 익혀 먹거나 조리를 위생적으로만 하면, 예방이 충분하며, 설령 어느 정도의 균을 먹어도 건강한 사람이면 큰 병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바로 전문가의 표현이다. 그러기에 예방접종 조차 없어진 전염병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통사고보다도 예방이 더 쉬우며, 사망률도 훨씬 더 적고 경제적 손실도 아주 작다. 그럼에도 생선을 다루는 어민은 때마다 망했으며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은 더욱 부유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순간에 올 수 있는 엄청난 피해를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보건당국은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대처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콜레라 발생 바로 며칠 전 보건당국의 전문예방위원으로부터 콜레라는 이제 걱정할 전염병이 아니라고 들었으며, 콜레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어느 누구도 그러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데 유독 언론과 보건 당국만이 요란을 떨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서 콜레라 확산 방지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을 지는 모르나, 전혀 전문성이 없는 무식한 방역 대책이었으며, 아주 무책임한 보도들이었다. 주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일상생활을 차단하여 전염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할 방법이 못된다.
정말 언제 전문가로서 전문가다운 일 처리를 할 수 있을지 막막한 가운데 보건당국의 한 부분으로서 91년도에 가졌던 무능함과 부끄러움이 더욱 괴롭게 다가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