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0 | [문화가 정보]
제3회 소극장 연극제의 위기와 모색
글/김태호
(2004-02-10 10:44:24)
전주 지역 일반극단의 어려운 현실과 변화를 말해주는 제3회 소극장연극제가 막을 올렸다. 지난 9월 15일부터 창작소극장에서 막이 오른 이번 소극장연극제는 지난 2회의 연극제와는 외관상으로 사뭇 달라진 듯한 인상을 준다. 참가 극단이 크게 바뀌었고 극단의 성격도 이전의 참가 극단들과는 눈에 띄게 다르다.
지난 2년 동안 전주 소극장연극제에 참가한 극단은 5개 기성극단으로 7편의 창작극과 2편의 번역극을 무대에 올려 지역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어왔다. 이와 달리 올해는 2개의 기성극단과 아동극단, 주부 극단 등이 참가하여 3편의 창작득과 한 편의 아동극을 무대에 올린다. 참가 극단의 단층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주 소극장연극제의 이런 외형적인 변화를 가져 온 일차적인 요인은 제1,2회에 걸쳐 참가했던 ‘연희 단백제후예’, ‘디딤예술단’, ‘극단황토’ 등 전북 연극계에서 굶직한 활동과 의욕을 보여주었던 3개의 기성 극단이 이미 극단 운영을 멈춘 가사 상태에 있다는 지역 연극계의 현실에 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극단의 짊어지고 있는 많은 어려움에 있다. 전용 소극장의절대적 부족과 단원의 부족, 단원의 생활보장 문제, 지방의 엷은 관객층, 전문연극인 양성 교육기관의 전무 등 그 어려운 점은 많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실마리는 모아진다.
이번 소극장연극제에 참가한 극단의 단층변화는, 참가 극단간의 선의의 경쟁과 교류를 통해서 기성극단들의 균형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소극장연극제의 궁극적 목적과는 다소의 거리가 있어 3년째를 맞는 전주 소극장연극제가 지역 연극 축제의 장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게 사실이다.
전주시립극단의 상임단원이면서 창작극회의 기획을 맡고 있는 임형택 씨는 “이번 연극제는 그동안 함께 활동을 해온 많은 기성 극단들이 참가하지 못해 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이번 소극장연극제를 통해서 여러 장르의 실험성에 도전하여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며 소극장 연극제의 힘겨운 한계상황과 함께 그 극복을 위한 도전의식을 함께 엿보게 한다. 이러한 지역 연극계의 위기 상황은 비단 전주지역 연극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지방 연극계의 대동소이한 현실이고 보면 이런 한계상황을 전화위복의 좋은 전환점으로 삼는 적극적 자세가 지역 연극인들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방 연극계가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 연극계의 인정·물적 자원의 넉넉한 여건을 당장 이룰 수 없는 현실에선 중앙 연극계와는 다른 방법적 시도를 통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이 지방연극계가 안고 있는 과제이며 도내의 전주, 이리, 군산, 남원 등에 흩어져 있는 극단들의 역량을 결집할 때 보다 폭넓은 화합의 지역 연극풍토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극회는 전용 소극장인 창작 소극장의 운영과 함께 전주 지역 소극장 운동을 주도해 오고 있는데, 아동극단 ‘푸른숲’을 제외하면 이번 제3회 소극장연극계에 참가한 유일한 기성극단이다. 창작극회는 박재서 씨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를 원작으로 한 <AD 313>을 출품하여 지난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조민철 씨 연출로 무대에 올려 꾸준히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재서의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를 원작으로 한 <AD 313>은 고구려 대무신왕의 왕자 호동에 개한 설화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 비극적 작품이다. 작품의 비극성을 가지면서도 <AD 313>은 욕설과 같은 거침 없는 언어의 사용과 인물의 성격 묘사 등 희극적 요소를 통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줄곧 폭소를 자아내게한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집권 세력사이에 벌어지는 부당한 통치의 논리와 폭력, 그에 강요되는 희생등을 통해 역사의 비극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고구려의 왕과 낙랑 태수는 ‘금줄’을 쳐 놓고 국내가 시끄러우면 싸움을 한다고 국민을 긴장 시킴으로써 난국을 타개하곤 했다. 그러나 젊고 호전적인 왕자 호동은 자신을 시기하고 견제하는 왕비와의 알력싸움으로 이기기 위해 부왕의 낙랑과의 평화안을 무시하고 우연히 인연을 맺은 낙랑공주를 이용하여 부왕 몰래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낙랑을 점령하는 뜻을 이루지만 자신 또한 부왕에 의해 도태되는 비극을 맞게 된다.
<AD 313>은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의 사용과 어미나 서술어가 생략된 간결한 대사 처리를 통해 속도감 있는 진행을 꾀하는 작품적 특성과, 무대를 중심으로 객석을 양면에 마주볼 수 있도록 배치하는 실험적인 공간 활용의 시도라는 공연 무대의 형태적 특성을 보여주었다. 연출 조민철 씨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다시 생각하고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재미 반, 주는 것 반’을 담아 생각하는 터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한다 <AD 313>은 창작극회의 제80회 정기공여이며 우수 창작희곡의 발굴을 통해 무대와해 온 창작극회의 네 번째 작품이다. 임형택(주류 역), 정진권(최이 역), 김현석(호동 역), 홍지예(왕비 역), 조소연(낙랑공주 역), 백성진(장군 역)씨가 출연하고 연출에 조민철, 작곡에 류장영, 안무에 전영선 씨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