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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0 | [문화저널]
붕어마저 사라지게 되면
글/김익수 (2004-02-10 10:49:29)
붕어는 중국 대륙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잉어과 어류이다. 국내에서도 하천 중·상류나 저수지, 늪 및 농수로의 수초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잘 살고 있다. 붕어는 낚시인들도 비교적 즐겨 낚는 종류일 뿐만 아니라 고기의 맛도 특이하여 식용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 이용된다. 이 물고기는 온수성 여류이지만 수온이 찬 깊은 댐호나 염분이 있는 기수역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수질이 크게 악화된 오염된 곳에서도 잘 견디어 내는 적응력이 아주 뛰어난 담수어이다. 붕어는 몸길이가 50~200am정도인 것이 흔하지만 큰 것을 400㎜ 이상이 되는 것도 있다. 몸은 폭이 넓고 옆으로 납작하며 큰 비늘이 기왓장 모양으로 덮여 있다. 머리는 뾰족하고 둔하지만 옆으로 약간 납작하고 주둥이 끝은 둥글다. 입 수염은 없고 눈은 머리의 옆 면 중앙보다 앞 쪽에 있다. 옆 줄은 완전하고 직선에 가까우나 배 쪽으로 약간 휘어 있다. 체색은 붕어가 사는 장소에 따라 약간 달라서 흐르는 깨끗한 물 속에 사는 무리는 연한 청색을 띠고 고인 물 속에 사는 무리는 황갈색을 띤다. 붕어는 잡식성으로 식물의 씨, 잎, 줄기, 플랑크톤, 수초 그리고 작은 갑각류, 실지렁이, 수서곤충, 패류, 유기물 등을 먹는다. 산란기는 4~7월이고 성기는 5월이다. 수온이 17~18℃로 되면 여러 곳에 흩어져 살던 붕어들이 물이 깊지 않고 유속이 빠르지 않으며 수초가 우거진 곳을 산란 장소로 택하여 모여든다. 붕어의 구혼 행동은 그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 이 때 물이 공중 밖으로 튀겨 나오는 소리가 요란하기 때문에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이다. 이러한 행동은 가는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5시경 시각해서 9시경에 끝낸다. 소란 극이 끝난 뒤에 현장에 가보면 수초에 많은 알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암컷 한 마리는 여러 번에 걸쳐 1만개~15만 개의 알을 산란한다. 알은 점착난(粘着卵)으로 알의 직경은 1.0~1.7㎜이고 부화율은 80~90%이다. 수정란은 수온 15℃에서는 8~10일, 20℃에서는 약 5일, 25℃에서는 3일 정도가 부화하는데 소요된다. 부화 직후는 전장 4.5~5.0㎜정도이나 5~6일 후 난황이 전부 흡수되면 9㎜정도가 된다. 부화 후 한 달이 지나면 20-30㎜, 6개월 후면 100-140㎜, 2년생이면 160-180㎜, 3년생이면 200-230㎜에 달하게 되고 전장 377㎜정도이면 만 11년생인데 30년 정도 사는 붕어도 있다. 붕어는 겨울에 수온이 10℃이하로 내려가면 활동이 둔해지고 저수지나 호수의 깊은 바닥의 뻘 속이나 바위 밑에 들어가 월동을 한다. 붕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붕어의 크기에 따라 아주 작은 것부터 씨알, 잔챙이, 대어, 중치, 준척 그리고 30㎝이상이 되는 것을 월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붕어는 우리 나라에서 분포가 넓고 흔히 출현하며 맛도 있어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상미하여 왔다. 허준의『동의보감(1611)』에는 ‘붕어’라고 한글로 기록이 되어 있고, 붕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붕어는 여러 물고기 중에서 가장 먹을 만한 생선으로, 배가 부르고 등은 솟아 올라 있으며 연못이나 늪에서 살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유구의『전어지(1834-35)』에서도 흐르는 물에 사는 붕어는 등이 노랗고, 맛이 좋지만 연못이나 늪에 사는 것은 등이 검고 맛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류학자 정문기 박사는 붕어는 지역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면서 북한의 반포산 붕어, 전주 덕진연못의 붕어, 수원 서호의 붕어, 제천의 의림지의 붕어가 맛이 뛰어나다고 하였다. 일본 원산인 떡붕어가 1972년 일본으로부터 양식 목적으로 전국 각지의 하천과 저수지에 방류된 후 이제 정착되어 전국 어디의 저수지에도 우리 나라 재래종 붕어보다 떡붕어가 더 많이 출현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부안 청호지에서 조사 한 바에 의하면 붕어는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데 비하여 일본산 떡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있었다. 그런 까닭인지 맛에 있어서도 재래종 붕어가 떡붕어보다 훨씬 뛰어나다. 신토불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고 본다. 우리 나라에 180여 종의 담수어가 서식하고 있으나 하천 오염과 개발 그리고 남획에 의하여 내성이 강하지 못한 어류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데, 그 가운데 붕어는 적응력 뿐만 아니라 내성도 아주 강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오염 수역에서는 붕어만 사는 경우도 있다. 만약 오염이 더 진행되어 붕어마저 사라지게 되다면 그 다음 차례는 인간일 것이 분명하다. 붕어만 사는 것을 보면서 우리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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