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0 | [문화저널]
상품권은 곧 현금이다
글/김보금
(2004-02-10 10:52:16)
한 번쯤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선물로 무얼 선택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추석이나 명절 때 고급스럽고(?) 전달하기 편한 것을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상품권이다. 71년부터 상품권이 소비자 물가안정, 과소비 풍조 억제 등의 이유로 금지되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 듯이 구두나 양복 티켓 등은 버젓이 유통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 후 문교부가 도서 상품권을 발행하였고 대전 엑스포에서 선불 카드(P.P)가 발행되면서 한시적으로 상품권이 발행되기 시작했다.
어떻든 상품권이 물가에 영향을 주고 중소 기업이 타격을 받을 거라는 예상을 우려하면서 제도권 밖에 있던 상품권을 양성화하기 위하여 금지된 지 19년 만에 전면 허용되었다. 그러나 황금 시장으로 등장한 상품권 시장이 합법화되면서 특히 백화점 업계와 의류·구두 업계 등은 전담 부서를 설치하면서 관련 법규 공부와 대대적인판매 전략 체제에 들어가 사뭇 전쟁을 치르는 분위기로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렸다. 덕분에 이번 추석 때 유통 업체는 재미를 보았고 우리 지역 모 백화점은 작년 8억 원에서 올해는 12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판매했고 또 다른 백화점의 경우 6억8천만원 어치의 상품권이 판매되었다. 그러나 사용하는 소비자나 판매점 역시 관련 법규를 잘 알지 못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볼 수 있고 판매점에서느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품권 관련 법규나 상품권에 기재된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고 확인하는 소비자 행동이 필요하다.
상품권은 물건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용역)까지 제공받는 등 다양하게 마련되어 금액 상품권, 물품 상품권, 용역 상품권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상품권은 현금을 주소 사서 전달하기 때문에, 현금을 갖고 자기 업소를 방문한 소비자로 대접해야 하는 데도 대게는 상품권을 갖고 갈 때는 외상 손님처럼 대접이 소홀하고 소비자 역시 당당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품권 법에 따르면 상품권 사용자는 현금 사용자보다 우선하여 상품권에 표시된 물품 또는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도 현금 사용 소비자가 우선되는 경우가 있다.
김 모씨는 생일날 모처럼 남편으로부터 10만원 권 구두 티켓을 선물로 받았다. 옛날과 달리 구두 한 켤레에 쌀 한 가마니 값하는 경우도 있으니 웬만한 소비자들, 특히 제대로 살림 재미 느끼며 사는 주부는 유명 상표 구두 한 켤레 장만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든 상품권을 들고 가게에 가서 맘에 드는 구두를 고르고 조심스럽게 상품권을 내밀며 10만원에서 8만원 가격의 구두를 샀으니 당연히 2만원은 받아야 하기에 요구하자, 현금 보관증을 가져가라 아니면 손수건이나 한 켤레에 5천원씩이나 하는 수입품 양말로 돈 만큼 가져가라고 억지를 부리자 티격태격 싸움만 하다 애써 골라 놓은 구두도 놔 버리고 집에 오니, 새일 선물로 차라리 10만원 현금으로 주면 더 감격하고 좋았을 텐데 쓸데없이 상품권은 왜 사왔느냐면서 결국 남편에게 화풀이를 하다 하지 말아야 할 부부 싸움까지 하고 성질 급한 아저씨(남편)는 부인 앞에서 홧김에 상품권을 빼앗아 북북 찢어 버렸다. 그러나 며칠 수 그래도 아까운 생각에 찢어 버린 상품권을 이리저리 맞춰 붙여 온 부인은 우리 단체에 와서 장황하게 상품권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면서 도와달라고 찾아왔다.
이 건은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용하기 전에 뒷면에 기재된 작은 글씨지만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았다면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대개는 알고 덤비는 데 꼼짝 못하는 것이 장사이다. 가져온 상품권에는 구입하고 남은 잔액의 20%는 현금으로 환불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10만원에서 8만원 구두를 사고 2만원 남았으니 당연히 20%인 2만원은 내주어야 하는데 주지 않은 업소의 잘못으로 강력하게 항의하고 찢어진 상품권을 보내고 처리했지만 모처럼 생일날 선물한 남편의 마음은 보상받지 못하니 업소의 잘못이 크다.
이번에는 씩씩하고 젊은 신문 기자가 피해 본 이야기이다.
선물로 받은 20만원 상품권을 가지고 열심히 세일 기간을 기다리다 마침 할인이 시작되어 부인과 함께 양복을 구입하러 갔다. 처음엔 상품권으로 구입한다는 말을 가게에 할 필요 없어 부인의 도움을 받으며 여러 번 옷을 입어 본 후 기분 좋게 옷 한 벌을 선택하고 상품권을 내밀자 그 친절을 어디로 갔는지 갑자기 상품권은 할인 혜택이 안된다고 하자 싸움이 벌어졌고 용감한 이 소비자는 그 자리에서 우리 사무실로 전화하여 관련 법규를 물어 가며 고발을 했다. 현재 상품권을 할인 기간 혹은 할인이 적용되는 제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이다. 소비자가 당국에 고발을 하게 되면 인가·등록을 취소하거나 3년 이내의 발행 정지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되었다. 덕분에 이 업소는 신문에 기사까지 나고 혼줄이 났지만, 상품권은 이미 돈을 지불하고 공중에게 매출하는 무기명식 유가 증권으로 현금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
이 모씨는 충남 서천에서까지 전화로 상담을 했다.
막내 며느리가 아이를 낳자 시어머님 되시는 분은 요즘 젊은 며느리를 생각하고 필요한 것을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군산에 있는 어린이 용품점에서 5만원 가격의 상품권을 구입하여 선물로 주셨다. 감사하게 받은 며느리는 산후 조리가 끝난 후 시댁(군산)에 가는 길에 상품권 판매 업소에 들려 물건을 구입하려 하자 주인왈, 상품권을 발행한 사장이 바뀌었으니 사용이 안된다고 하자 고발한 내용이다. 현재 상품권 발행자는 이렇게 발행하고 부도가 나거나 업소를 이전하는 경우에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어 반드시 발행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 소비자는 본사에서 발행한 것으로 대리점 주인이 바뀌었다 해도 충분히 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외 상품권의 유효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도록 유효 기간이 설정되어 있다. 상품권에 유효 기간이 특별히 표시되어 있지 않다면 5년이 유효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가끔은 상품권을 보관 중에 분실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상품권에 표시된 고유 번호를 알 경우 분실 신고를 통해 다시 교부 받을 수 있는 발행사도 있지만 상품권을 읽어버렸을 경우 구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떻든 상품권이 제대로 보급되면 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편리한 점도 있다. 소비자는 물품 구입 시기와 구입 대상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꼭 필요한 물품과 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최고 50만원까지 발행이 허용되는 상품권이 과소비를 부추기고 뇌물성이 되기 쉽다는 부작용이 지적되고 위·변조 상품권 유통이나 할인하여 판매되는 과거의 유통 형태가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들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문득 교직에 있을 때 빛 고운 이 가을에 정성 들여 말려 온 태양초(太陽草), 고추 한 근을 놓고 서로 따뜻한 가슴을 나누던 선물이 지금의 상품권 한 장과 같을 수 없음을 고집 하는 것은 나이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