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1 | [시]
늦가을 전라도
허소라
(2004-02-10 11:28:44)
오늘도 스산히 부는 바람, 회초리 되어
버림 받은 전라도 땅
죽어라 갈기며 간다
빼앗김으로만 익숙해온 저 들녘
더 무엇을 내주랴
이제 남은 것은 지울 수 없는 본적란
그것은 차라리 이 시대의 노비문서
그러나 우리는 가야할 길이 있다.
용담댐, 새 호남고속철도들을 지나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는 순명으로
이 시대의 표정으로
우리는 가야 할 길이 있나니
빈 들판에 새 악장이 퍼지고
어둠이 훼파될 때까지
우리는 가야 하리라
그러면 젖과 꿀리 흐르는 가나안 땅
예서 멀지 않으리
다만 그것은
밀고자가 떠나간 뒤
가해자가 머리 숙인 뒤
본노의 대장간에서
우리 모두가 얼싸안은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