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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 | [문화저널]
서른 세 번째 생일에 앵긴 똥독
글/이현배 (2004-02-10 11:37:04)
1993. 9. 1 민영이라는 동갑내기 사촌 여자 애가 있다. 중등 학교 국어과 선생 노릇을 하고 있는데 그 애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참 잘했다. 어려서 어머니께서 통신표가 나오는 날이나 노는 일에 정신이 팔린 현배를 챙기시는 날이면 “이놈아! 민영이 똥이나 먹어라”하셨다. 사부께 여드레 일정으로 다녀왔다. 차(茶)를 담을 졸단지를 만들고 왔다. 하루는 변소서 똥을 싸다가 무심코 휴지통을 봤는데 뭔가 끌리는 게 있었다. 엄지와 집지만을 써서 펴보니 싸부께서 작업 지시로 그린 단지 그림과 수량이 적혀 있었다. 현배는 똥덩어리가 안 묻은걸 큰 다행으로 여기서 호주머니에다 넣었다. 하마터면 민영이 똥을 먹을 뻔 했던 현배, 자기 인생을 살아 옹구를 만난거라고 좋아했는데 현배 필지라는 게 역시 똥하고 그렇고 그런사인가 보다. 1994. 9. 12 요 아래 호미동에서 사는 해동 양반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네 우리 해동댁한테 합수독아지 말했담서?” 언젠가 그 집에서 측간의 합수독아지를 보구서 “아 그놈 참 잘생겼다”하면서 감탄을 했더니 마침 곁에 있던 해동댁이 망측해 하면서도 “왜요? 욕심나요?” 한다 “네! 했더니 ‘아이고!우리는 시방 그거 파버릴라고 하는디......” 하길래 ’그럼 그 때 소리하세요 제가 파 갈께요“했엇다. 땅속에 묻힌 물건이라 온전하게 뵈지는 않지만 어깨선과 실하게 생기 전만 봐도 빼어난 물건으로 판단되었다. 사부께 해동 양반에 합수독아지가 좋아 보이더라 했더니 같이 가보자 하신다. 해동 양반네 집은 돌담이 참 아름다운 집이다. 돌과 돌이 닿게 쌓아 비바람에도 끄떡없고 오랜 세월 이끼가 껴 더욱 때깔 나는 집이다. 그 모서리를 측간으로 썼는데 아무래도 브로크로 착간 아닌 화장실을 지을 모양이다. 모서리는 이미 헐려 있었다. 사부께서도 보시고 만족해 하신다. 해동 양반 내외는 “참 별스럽다!”하면서도 내용물을 퍼 없애고 들어올리기 좋게 해 두셨다. 해동 양반이 깨 버릴려고 하는 것을 해동댁께서 “저번에 물이 아빠가 한 소리가 있어 뒀다”하면서 독아지 갑은 안 받을테니 땅 판 품삯은 톡톡히 내야한다며 웃으신다. 노끈으로 밑몸을 묶어 장정 넷이서 보도시 들어 올리고 보니 역시 대단한 물건이다. 사부께서도 흡족해 하신다. 서른세 번째 생일날에 앵긴 그 물건이 냄새는 좀 고약했지만 오늘을 의미있는 날로 만들어 주었다. 오늘 현배의 서른세 번째 생일에 똥독이 앵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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