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2 | [건강보감]
건강교실
의료질서의 새로운 개혁
글/정영원 완산보건소 소장
(2004-02-10 11:56:02)
의료법에 보면 한 명의 의사는 하루 평균 60명의 방문 환자를 진료할 수 있고 그 보다 많을 경우 의사 1명이 더 진료에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엔 의사 일인당 적정 진료 환자수를방문환자 40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 규정은 197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도 올바른 진료를 위해 진료할 수 있게끔 환자 수를 제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소아과에서는 적어도 몇백 명을 진료해야 그의원이 유명해지고 그래야만 그의원의 운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물론 환자들도 이렇게 많이 몰리는 의원을 선호하고 있으며,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권위를 강조하여 환자를 빨리 내보낼 때 환자들은 그 의사를 신임하는 것이다. 이것이 양질의 의료를 방해하는 가장 큰 첫 번째 원인이다. 다음으로 진료시간의 경우 대게 오전 9시부터 시작하여 늦게는 오후 8시까지 진료를 하는데 정오를 중심으로 몇 시간은 거의 환자가 없어 대부분의 의원에서는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아침 일찍 진료를 시작하고 오전 10시경부터 오후3시 혹은 5시까지는 휴진을 하며 밤 9시 정도까지 다시 진료를 하는데 그 휴진 시간에 왕진을 하거나 사무 처리룰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다른 공부하는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러한 경직된 진료 시간 배정은 대부분의 환자들에겐 매우 불편한 것이다.
하나 더 예를 들면 우리의 대부분의 의원에는엑스레이 시설과 검사시설이 되어 있고 많은 임상병리사들이 각 의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검사대상이 너무 작아 본래의 일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선진국이며 잘사는 나라라고 하는 스위스의 경우 검사 병원이 따로 있어 인근의 모든 병원의 검사를 해주고 있어며 심지어는 먼 곳에서 비행기로 의뢰 하기도 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우리는 항생제가 새로이 개발되면 그 항생제의 값을 따지지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돈 많은 미국의 경우 일일이 그값을 따져 가능하면 값이 작은 항생제를 쓰려는 노력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 의료 현실이며 효용성 없는 의료비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고 질이 떨어지는 진료의 큰 원인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양질의 진료를 위해 한다는 일들이 의사 수의 증원과 의료시설 및 장비의 보강 그리고 의료보장의 확대가 전부였다고 할 수 있으며 양질의 진료 환경을 위한 대부분의 국가 재원이 사실상 여기에 투자 되었는데 과연 이러한 정책이 양질의 진료를 가져올수 있을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양질의 진료를 원한다면 우리모두는 의료에 대해 점더 냉정한 자세로 사실을 직시하여 과학적인분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 질서를 새로이 개혁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먼저 의료인의 앞장을 서야 할것이고 행정이 뒷받침을 해야하며 주민이 이들을 수용하려고 노력할때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인이 앞장서도록 할 깨어있는 사람의 노력이 있다면 양질의 진료는 좀 더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