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2 | [문화저널]
독자와 함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념속으로의 여행
문화저널(2004-02-10 12:00:57)
올해 백제기행은 갖가지 기록들을 세우고 있다. 해방 50년의 시간과 공간속으로 찾아들었던 우리의 기획이 자칫 순절할 역사에 오히려 흠이 되지나 않았나 염려스럽다. 어쨌든 이달의 휴전선 기행으로 95년 백제기행의 대미가 장식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일이다. 휴전선 기행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상념속으로의 여행이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면서 우리는 95년 저무는 한 해를 정리할 셈이다.
때맞추어 한국사회는 지금 한바탕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과 5.18 정리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메가톤급 뉴스가 연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운데서 우리를 실로 아연케하는 것은 한국 언론의 태도들이다. 5.18 특별법이 제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한국의 언론은 앞다투어 그것이 마치 자신의 공인양 자랑스럽게 스스로의 혁혁한 공적들을 내세운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안다. 80년에 한국의 언론이 어땠는지를. 멀리 80년으로 갈 것도 없이 연초에만 해도 다 꺼져가는 5.18의 불씨를 붙작고 학생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교수들이 서명에 나서고 특별법 제정을요구하면서 사람들이 굶고 있을 때 한국의 언론이 어떻게 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바로 그점에서 문화저널도 사실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가 5.18을 이야기하고 특별법을 말할 때 우리는 마치 세상 속세에 달관한 듯이 마음속으로 비웃지 않았던가.
문화저널에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문화저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회적 책임감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는 본디 창조적인 에너지에 바탕한 작업으로 사실 누구의 통제나 간섭이 가능한 구조가 못된다. 문화는 각기 고유한 발전경로를 갖는 것이고 그 사이를 비집고 적절하게 자리잡고 상황을 정리해 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좀 복잡한가, 엘리트 문화가 아닌 가장 대중적이고 소규모적인 문화단체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얼마나 어려운 고난이 있는가. 대중문화의 토대를 단단히 하면서도 경쟁력있는 문화상품의 개발을 위해서는 고급문화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 곤란하기 짝이 없는 딜레마속에 문화정책의 전략이 필요해진다.
이번호의 특집은 문예진흥기금의 문제를 주목했따. 문예진흥기금을 통해서 우리는 지역문화정책의 발향과 지향을 짚어보고자 했다. 지방정부의 문화정책이 없다는 문화예술인들의 탄식이 여전하고, 최근의 몇 가지 사건은 지방정부의 문화정책이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호 책이 무척 많이 늦었고 이번호도 그 여파로 늦어지고 있따. 독자들게 송구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새해에는 좀더 나아지리라고 스스로 믿는다. 그리고 12월에는 독자들의 편지가 좀더 많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좋은 성탄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