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2 | [문화칼럼]
문화칼럼
희연의 꿈을 심었던 95년
글/안창엽 전주강림교회목사
(2004-02-10 12:08:31)
1995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우리 역사에 여러가지 의미를 담았지만 한국 교회로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희년(희년) 을 선포한 특별한 해였다. 1987년 11월에 한국 기독교는 한반도 통일문제를 협의하면서 성서에서 말하고 있는 희년의 의미에 착안하게 되었고 다음해 2월에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선언을 채택하면서 분단된 지 50년 되는 해인 1995년을 평화통일 희년의 해로 선포했던 것이다.당시만 해도 통일논의가 읾반인들에게는 성역으로 여겨졌던 시절이었던 까닭에 이 선언은 정부로부터 많은 위협을 받기도 했고. 또 교계안에서 조차도 일부가 용공세력으로 매도하기도 했으나 결국 세계 교회들과 북한의 조선기독교연맹까지 동의를 했던것이다. 한국 교회와 북한 교회는 1990년에 다시 모여1991년에서 1995년까지 희년 5개년 공동 사업을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땅에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남북한 교회들은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한마당을 마련했던 것이다.
성서적인 의미에서 희년(희년)은 7년이 7번 지나 50년 되는 해를 말한다. 이 희년의 해가 되면 어떠한 이유로 빚을 졌던간에 그 빚진 자가 탕감을 받고, 어떠한 이유로 땅을 잃어버렸어도 그 잃어버린 땅을 되돌려 받으며, 어떠한 이유로 종이 되었어도 그 사람은 자유를 얻게 된다. 희년은 하나님이 인간을 처음 창조 했을 때의 순수한 본래의 모습으로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고, 모든 인간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성서의 법인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이성서가 말하는 희년의 정신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분단 상태로 남아있는 이 땅의 역사에서 실현 되기를 갈망하면서 1995년을 평화와 통일의 희년으로 선포했다. 외세에 의하여 이루어진 이 땅의 분단은 동족끼리의 참혹한 전쟁과 형제끼리의 증로를 가져왔고 분단을 빌미로한 독재와 강권통치는 우리에게 큰 아픔을 남겨 주었기에, 이제는 이모든것을 청산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함께 가자는 신앙적 결의가 희년의 의미 속에 있었던 것이다.
희년을 이루기 위한 남북 교회들의 공동노력은 매년 8월 15일 바로 전 주일을 남북 평화통일 공동기도 주일로 정하고 같은 예배순서, 같은 기도문 그리고 같은 설교를 하기로 하였다. 물론 이 뜻을 같이 하는 세계교회들까지 참여하여 올해까지 실시해 온 것이다. 남북 교회들이 대표들이라도 몇차례 같이 모여 예배하려고 시도했으나 양 당국의 비협조로 무산이 되었어도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의 예배를 드려왔다는 것은 얼마나 감격스런 일이고 얼마나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또 희년을 이루기 위해 남북 교회 는 인간띠 잇기 대회를 합의했었다.이런 저런 사정으로 결국 남한에서만 진행되었던 1993년 8월15일의 이대회에 모여든 6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독립문에서 임진각까지 48km의 길 위에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면서 인간띠를 만들었던 장면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1994년에는 기독교에서 시작한 인간띠 잇기가 천주교,불교,원불교,천도교,유교 등의 범종단과 홍사단, 경실련,YMCA,YWCA,노총 등의 범사회 단체들의 참여로 발전되었고이 인간띠 잇기가 7천만 민족 모두의 연대행동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물론 우리는 북한 교회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흥해와서 민족 동질성을 찾고 함께 통일의 길을 열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희년의 선포는 평화통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희년의 정신이 이 땅에서 구체화되기를 바라면서 정치적.이념적 차원을 넘어 경제적 나눔과 섬김의 차원으로 전환되어 남북이 함께 삶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야할것이다.
희년이 이루어져 가는 1995년에 우리를 아프게 한 두 사건이 일어났다. 그하나는 호화 백화점이 어처구니 없이 무너지면서 수백 명의 귀한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사건이다. 이것을 역대 군사정권이 인간존중보다 단기적인 성장위주정책을 펴온 데서 터져 나온 결과라고도 말하지만, 축복만 해주면서 바른 경제윤리를 말하지 못했고 책임있는 시민의 삶을 가르치지 못했던 한국 교회의 책임임을 우리는 고백하지 않을 수없다.
또 하나는 요사이 비자금 공화국이라고 떠들어대는 전직 한 대통령의 통치자금 사건이다. 이엄청난 사건은 국민의 마음에 큰 충격을 주면서 전직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냈다.자기 당대에 친구요 전직 대통령이 비슷한 사건으로 백담사로 쫓겨갔던 것을 생각했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 조금의 역사의 식이나 철학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지만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이 사건을 노고 정치계가 진흙탕 속에 더러운 싸움만 하고 있지 이것을 계기로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섬김과 나눔이라는 희년의 정신을 생각했다면 이런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한 사람의 범죄가 이렇게까지 이 사회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사람답게 살게 하려는 이 희년의 열매가 맺히기를 바란다.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고 평등을 해치는 모든 법률들이 고쳐지고 이 민족이 이 땅 어디든 자유롭게 오가며 살 수 있는 통일이 이루어지지를 바란다. 이 땅 의 민주화를 위하여 고통을 당하는 모든 이들이 자유의 몸이 되어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살 수 있어야 하고,5.18문제도 속히 해결되어 민족의 아픔을 씻고 역사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가야 한다. 또한 오늘날 인간들의 어설픈 지식으로 죽어가는 모든 자연도 하나님이 지어 놓은 본래의 모습으로 되찾아야 한다. 창조주가 인간들에게 자연을 파괴하거나 정복할 권한을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연을 자연으로 잘 보존해야 할 사명을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서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함께 기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