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2 | [문화저널]
물고기 생태학
잘 보존된 산림과 깨끗한 생태계에만 산다
무주구천동 계류의 금강모치
글/김익수 전북대 교수 생물학과
(2004-02-10 12:09:29)
금강모치는 물이 많고 찬 계류의 웅덩이에 모여 사는 소형의 민물고기로 우리 나라에서만 사는 특산어종이다.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해서 ‘금강모치’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금강산 계류 이외에도 압록강과 한강의 최상류 그리고 금강에서는 무주구천동 계류에서만 살고 있다.
몸 전체의 길이는 6~8cm 정도로 몸은 약간 납작하고 길쭉하며 주둥이는 뾰죽한데다 눈이 비교적 크다. 몸의 비늘은 아주 작아서 빛을 반사하여 은빛이 나지만 옆구리 중앙과 등쪽은 황갈색이고 배는 은백색이다. 산란기인 4~5월이 되면 수컷은 옆구리에 2줄의 주황색 띠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겉모양은 우리 나라 하천의 상류나 계류에 흔히 사는 버들치(방언으로 ‘중태기’ 혹은 ‘중고기라고 불리운다)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기부에 동공 크기의 흑색점을 가지고 있어 다른 버들치의 종류와는 쉽게 구별된다.
금강모치는 계류의 웅덩이에서 바닥의 자갈이나 바위에 기어다니며 사는 수생곤충이나 물속을 헤험쳐 다니는 작은 동물성 프랑크톤을 주로 먹고 산다.. 4~5월의 산란기에 알을 낳고 부화된 지 1년이 지나면 5cm 자라고 2년이 지나면 7~8cm정도로 자란다.
금강모치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은 비무장지대인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투타연이다.이곳은 북한강의 지류인 수입천의 상류로서 금강산으로부터 유입되는 큰 소(沼)인데 면적은 50㎠,수심은 6.5m로 이곳에 금강모치,열목어,쉬리,미유기,퉁가리 등의 냉수성 희귀어류가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어 사람의 간섭이 거의 없는 자연의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동해안의 비무장지대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고진동계류에도 금강모치를 비롯하여 산천어,버들가지,미유기 등의 진귀한 민물고기가 살고 있어 주변의 잘 보존된 삼림과 깨끗한 계류생태계가 금강모치의 자연 서식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72년 한국자연보존협회에서는 무주구천동 지역에 대하여 지질,식물 및 동물 등에 대한 종합학술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그 때 최기철 박사님과 필자가 무주구천동 계류와 무주 남대천 계류에서 어류상을 조사하였는데, 그 때 구천동 계류에서 금강모치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적이 있다. 금강모치가 한강의 이남에 서는 유일하게 무주구천동 계류의 아주 좁은 범위에살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가 있었다.
우리 나라 담수어의 분포와 하천의 형성과 관련지오 볼 때 오래 전 언젠가에 한강과 금강이 동일한 수계로 연결되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보는데, 이 때에 지금의 한강 상류처럼 금강의 최상류에도 금강모치가 흔히 서식하였다고 추측된다. 그러나 금강상류의 계류 주변의 산림이 크게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유량이 적어지고 수온이 상승하므로 금강모치의 서식처의 대부분이 점점 사라졌으나 그 가운데에서 원시상태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무주구천동 계류에서만 금강모치가 잔류하여 서식하고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점으로 본다면 무주 구천동의 금강모치는 과거 한강과 금강이 동일한 수계로 연결되어 있는 동안 우리 자연조건에 적응하여 독립된 종(種)으로 형성되었다는 점과 무주구천동 일대의 덕유산이 우리나라 중남부에서 가장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주고 있다.
금강모치는 잘보존된 자연조건에서 그들의 생존이 가능한 것처럼 우리 인류도 주변의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진 상태에서만 지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자연생태계의 보존이야말로 우리가 우리의 후손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고 자연보존을 위한 노력이야말로 인류의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