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2 | [문화저널]
어린이 그림지도
기쁨을 읽게하는 그리기의 세계
글/이일청 군산전문대 교수 실내디자인과
(2004-02-10 12:20:26)
대부분 미술교육은 미술대학졸업생이나 유치원 교사에 의해서 이루어 지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미술교육을 강의하면서 중점적으로 얘기한 것은 어린이의 미술교육과 성인미술의 차별성 이었다. 전인적 인격형성을 위한 미술교육이 도제교육식의 반복학습으로 흐를 우려가 다분히 현장교육에서 보여지고 있다. 물론 사회 전반의 환경적 요인이라든지 짧은 교사 교육시간의 전문성 결여를 들 수 있겠지만 창의적 표현활동으로의 미술교육은 우리 삶의 가치 창조 측면에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 구라파의 어린이 그림은 색채표현이 다양하고 화려한데 이러한 모든 것은 사회 전반의 끊임없는 배려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이 현대디자인에서 세련되고 조화된 색채 디자인을 하는 뿌리에는 어릴 때부터 생활화된 색채 교육이 있다. 우리나라도 아주 좋은 색체 디자인이 많은데 어머니들이 시집오기도 전에 만든 바느질 도구함, 베개에 수놓은 장식문양 등은 우리 선조들의 색체사용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장모님께서 시집 오기 전에 만든 작은 바느질함의 색체 디자인은 내 그림의 색채조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보편적으로 그림그리는 것을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경원시하는 것은 잘못된 미술교육에 있다. 필자도 국민학교,중.고등학교 시절에 미술시간의 기억이란 손을 놓고 그리던 것이 고작이다. 미술교사의 전공이 무엇이냐에 따라 학생들의 미술시간도 달라진다. 수채화를 전공하는 교사, 조각을 전공한 교사에 따라 교과과정의 시간배분이 달라진다.어린이도 마찬가지로계속된 크레파스에 진력이 난 상태다. 도대체 다양한 재료는 사용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이 크레파스 그리기라니 싫증이 날만도 하다. 어떤 유지원에 가보니 매일 그림일기를 쓰는 것은 좋은데 크레파스로 전체 종이에 가득 칠하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동양의 그림은 선과 여백의 미술이라 한다. 백색공간의 여유로움과 공간적 깊이는 우리가 가진 미의식의 멋과 특징이다. 참고화에서 보듯이 비엔나의 어린이들은 큰 종이에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다그리면 떼어내고 그 자리에흰 종이를 다시 붙여준다.
오래된 고궁의 작은 공간에 그릇을 만들 수 있도록 집을 만들어줘서 어린이들이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평가를 떠나서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한 이곳에서 쇠막대기를 여러개 세워서 때린 후에 소리를 느끼도록 한 것을 보며 우리가 어린이에게 바램은 많지만 바램의 성취를 위한 준비는 너무도 소홀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꼇다.
미술협회를 맡고 있었을 때 2절지의 종이를 붙여놓고 미술대회에서 그리도록 하였더니 선뜻 나서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다. 직접 한 번 그려 보이니 너도 나도 나서서 시꺼멓게 칠하였다. 붓한번 제대로 휘둘러 보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큰 강당에 종이를 깔아놓고 마음대로 그리도록하니 엎으로서 그리는 아이, 자기몸을 그리도록 누워서 모델이 되어 주는 아이 그저 흠미가 넘치는 그리기가 되었다. 이제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도 새롭게 깨어나야 한다. 미술의 그리기는 수도 없이 많은 방법이 있다. 어린이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고르듯 우리도 어린이가 그리기 방법을 선택하도록 다양하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분위기가 되어야 신명이 나듯이 우리 부모나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신명나는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시중에는 좋은 그리기만 모은 책이 나와 있다. 교사가 그 그림을 미술대회 입상을 위해 그대로 그리도록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우리가 어린이 미술교육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순수한 동심의 세계,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 어린이의 세계다. 지금까지 성장과정기의 그림지도에 대해말해왔는데, 어리이가 무럭무럭 자라듯이 개성있는 표현 세계도 자라는데 그 싹을 자르는 것은 아닌 깊이 생각 할 일이다. 어떤 선생님은 운동장에서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이것은 미술교육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한정된 공간이 아닌 무한한 공간의 넓이를 느끼도록 해야한다. 우리 몸은 고루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술활동도 크레파스 위주가 아닌 다양한 표현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현기법의 선택이 자유스러워야 한다. 모필,젓가락,색연필,매직 등 여러 가지 표현 재료를 들 수 있다.어떤 어린이는 도저히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아주 애를 탄적이 있다. 아무리 다른 표현기법을 얘기해도 싫다라는 표정이 확연하다. 그런데 어느날 병원에 다녀온 애를 보면서 새로운 표현매체를 발견해 냈다. 바로 주사기다. 일회용 주사기에 물감을 넣고 여러개를 준비해서 종이위에 그리게 하고 싫증내는 어린으를 보니 눈빛이 반짝였다.이런 방법을 반복하다가 풀을 약간 섞으니 더욱 좋은 표현재료가 되었다. 그리기 활동에 흥미를 못느끼는 어린이에게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새로운 시다, 새로운 방법의 제시는 교사의 끊임없는 열정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론적인 제시와 여러 가지 방법제시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항상 새로운 물꼬를 터서 창작세계로 가도록 길을 터야한다. 그림을 심하러 가서 늘상 느끼는 일이지만 나 자신부터 그림 공부하러 가는 어린이의 그림세계를 이해하려 하는 생각이 우선이다. 그리기는 우리에게 삶의 기쁨을 준다.행태와 색체의 어울림의 생명력은 다른 어떤 분야 보다 미술활동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는 어린이에게서 본다. 숨막힐 것 같은 생활에서 신선한 바람같은 생명력은 자기 표현에서 우러나온다. 가식없는 신솔한 표현세계는 곡 그리기다. 그리기의 우열은 없다. 일상적 삶의 시간을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 다시 한 번 그리기의 세계를 권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