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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 | [문화저널]
물고기 생태학 한반도의 마지막 남은 자연생태계 민간인 통제구역의 담수 어류
글/이완옥 전북대강사 생물학과 (2004-02-10 12:40:55)
민간인 통제구역 (DMZ)은 표현 그대로 민간인 출입 등의 행동을 통제하는 구역이다 40년 이상 인위적으로 사람의 출입은 통제되었지만, 야생생물의 경우는 통제구역이 아니라 보존구역이 되어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이 파괴되고 있으며, 자연보졵이 정책의 최우선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늘 소수 개발론자들의 논리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자연은 계속해서 파괴되어 왔다. 최근에도 발왕산 개발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통과되어 정부 부처 중에서 그래도 가장 자연보존의 편에 있다는 환경부의 협의마저 배제되고 개발논리에 가장 충실한 시도지사에게 그 권한이 이양되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정책에서 개발이 보존보다 앞설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모든 위협에서도 아직 민통선의 생물들이 자연의 원형을 이루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특히 담수어류의 경우는 전 국토의 담수역(호수, 늪, 강, 계곡, 습지 등)이 개발에 밀려 무수히 변형되고, 오염되어 이곳의 주인인 담수어류는 다양성을 잃어간 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통선 안에 있는 하천과 강에서 살고 있는 담수어류는 비록 제한된 수역이지만 오랜 세월동안 자연 그대로를 지켜왔고, 그 서식처 또한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담수어류의 자연분포와 종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자연상태에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어류분포는 영서와 영동지방의 차이가 클뿐 아니라 영서지방에섣고 산약지대인 북한강 상류와 평야지대인 임진강의 중상류의 차이는 민통선 지역에서도 매우 뚜렷하다. 지금까지 이 수역의 담수어류 조사 결과 중에서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 세 지역을 중심으로 비교해 보면, 우선 영동지방을 대표하는 수역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고진동을 들 수 있다. 이곳의 어류는 영서지방에서는 출현하지 않는 한국 특산종인 버들가지와 수온이 20·C이하의계류에만 서식하는 산천어가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특산종이며, 서식처가 매우 좁은 버들가지, 금강모치, 미유기 등도 같이 출현하고 있는데, 특히 이중에 버들가지는 분포지와 사는 곳이 좁고, 대단히 희귀한 특산종으로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종이다. 그리고 영동지방의민통선 주변 하천의 하류 수역에는 칠성장어, 버들개, 북방종개, 한둑중개 등이 서식하는데 이중 버들개는 튻한종이며, 한둑중개와 북방중개는 영서지방에는 없는 종으로 오염에 대단히 민감한 희귀종들이다. 영서지방은 임진강이 흐르는 서부 평야지역과 남한강과 그 지류의 상류에 해당하는 중부 산악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지역은 1936년 모리(Mori)에 의해 중한아지역과 서한아지역으로 나뉘어지기도 하였으나, 그 후 국내의 많은 학자들은 이 지역의 분포구계를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나 민통선의 영서지역은 한강상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중부 산악지역과 임진강 상중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서부 평야지대의 어류 서식상황이 서로 다름을 잘 보여준다. 우선 중부 산악지대를 대표할 수 있는 곳으로 한강 지류인 강원도 양구군 수입천에서 내려오는 높이 약 2m 폭포 아래의 두 타연(수심 7.5m,면적 100m2)을 보면, 내수성 어류인 열목어가 서식하는데, 이 물고기는 영동지방에는 전혀 없고, 영서지방에서도 자연분포 수역이 좁아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본 종은 수온이 20·c이하로 유지되는 계류에만 서식하며, 수생 곤충과 어린 물고기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한국 특산종인 금강모치, 쉬리, 어름치, 배가사리, 돌상어, 새코미꾸리, 참종개, 퉁가리, 미유기, 꺽지 등을 포함하여 18종이 채집되었는데, 이중에 특산종이 10여종으로 56%가 특산종이었다. 이곳에서 알려진 모든 특산종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종이어서 이 수역은 특별히 보호가 요구되고 있다. 임진강 중류의 서부 평야지대는 열목어, 금강모치 등은 출현되지 않으나, 상류보다 서식하는 어류가 많고, 특산종의 수도 askg다. 특히, 이곳은 우리 나라 대부분의 강 중류지역이 댐의 축조와 하상의 변형이 심하게 이루어진 것과 달리 자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추후 하천과 강의 생태계의 복원에 중요한 원형이 되고 있다. 1992년 비무장지대 합동조사에서 남과 북이 만나는 임진강 중류인 연천군 백화면에서 담수어류를 채집할 기회가 있었다. 30분 동안 7과21종의 담수어류가 채집되었고, 그 중에는 줄납자루, 가시납지리, 쉬리, 배가사리, 참중고기, 돌마자, 꾸구리, 새코미꾸리, 참종개, 눈동자개, 꺽지의 11종이 한국특산종으로 52% 이상 높은 빈도를 보여 주목되었다. 임진강의다른 수역인 영ㄴ천군 중면에서도 6속 14종이 채집되었는데, 묵납자루, 줄납자루, 쉬리, 돌상어, 배가사리. 참종개, 새코미꾸리, 눈동자개, 퉁가리, 꺽지, 얼룩동사리 등 11종의 한국 특산종이 살고있었고, 이들 수역의다른 조사에서 채집된 어름치와 가는돌고기를 포함하면 임진강 중류에 속하는 서부지역 민통선 안에서 나타나는 특산종은 모두 17종 이상이나 되어, 우리 나라의 전체 특산어류 38종의 45%정도가 좁은 이곳 수역에서 서식하고 있어 주목되었다. 특산종은 우리 나라의 자연환경과 함께 유래된 자연의 산물로, 독창적이고 또한 가치가 높은 유전자 자원을 포함하고 있어 매우 소중한 것으로 우리는 이를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다른 수역보다 민통선의 경우는 수역의 관리도 쉽고, 개발의 압력도 덜 받아 보존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된다. 이는 산천어나 열목어와 같은 냉수성 희귀종은 주변 삼림과 하천이 파괴되고, 개발되는과정에서 서식처를 잃어 국내에서는 전멸위기에 놓여 있는데, 민통선 안에서는 40여 년 동안 인간의 간섭이 적었던 고진동 계곡과 수입천 상류 수역인 두타연에서 아직 출현하고 있다. 한국 특산종도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풍부할 뿐 아니라 우세하며, 인간의간섭이 많은 다른 하천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종인 어류들도 비교적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어서, 아직도 자연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민통선 안의지역이 개발의 유혹에 앞서 우선 보존 측면에서 ㅁ낳은 관심을 갖고, 보호방안이 모색되지 않으면 추후 개발의 압력에 견디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제 한반도 내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자연생태계인 이곳 민통선 안은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것이아니고 온 인류의 것이며, 또한 우리 후손들을 위한 것으로 우리가 남겨야 할 마지막 자연임을 알아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들어서면서 인간들은 편리함과 자본의논리를 앞세워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의 질을 악화시켜 왔다. 이런 과정에서 서식처가 좁고, 적응력이 약한 생물들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어 왔으며, 최근에는 사람조차 살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였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지금부터라도 인간의 간섭이적어서 종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민통선 지역만이라도 적극적으로 보호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미 황폐화된 다른 수역의 생태계를 복원하는모델을 찾아, 조금이라도 나은 자연 환경을 가꾸도록 하여야 하겠다. 그래야 이곳 DMZ이 우리 한민족의 한(恨)의 장소가 아닌 희망(希望)의 장소가 되고, 통일 후에도 가장 가치 있고 유용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완옥 / 전북대 생물학과를 마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류를 전공하고 있고 각종 환경기행 및 강연회에 바쁘게 다니고 있다. 지난 12월의 휴전선 백제기행에서 진지한 환경강의와 소탈함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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