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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 | [문화저널]
특집 '흐르지 않는 물’, 21세기를 바라보라 1995년 전북 문화
글/편집부 (2004-02-10 14:17:08)
기대치 밑돌았던 지역 문화행정 95년이 시작되면서 문화계 안팎에서는 몇가지 호재들이 관심을 모았지만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한채 한해를 마무리 했다. 정치적으로는 민선 지방정부의 출범이 지역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가에 최대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반년을 지내고 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뭔가 주파수를 잘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짙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특히 민선지사로 선출된 유종근 지사는 지역내 각종 공연과 행사에 빈번하게 참석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을 격려하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 지역문화의 활성화에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예전의 수직적 명령체계에서는 임명직 지사가 어떤 행사에 어떻게 참여하는가가 그 자체로 중요한 정책지침이 되었겠지만, 자치단체에서는 지사의 솔선수범만으로 지방행정 전체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던 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료사회의 근분적인 인식 변화와 실질적인 행정조직의 변화가 뒷받침되고 구체적인 정책변화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지역문화 발전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과제로 부각되었다. 또한 올해부터 정상가동을 시작하면서 기대를 한껏 모았던 케이블 TV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방송을 캐치 프레이즈로 지역성을 충실한 방송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은 현저하게 힘이 부족했고 지역문화를 위한 프로그랜의 개발은 좀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평가를 얻었다. 한편으로 지역문화의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세계화’ 담론이 지역문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지역문화의 토대가 너무 취약했고 그나마 정책적으로 제시되는 세계화 구호는 지역문화와는 결국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확인시켰다. 결국 ‘풍요 속의 빈곤’을 구가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무대 전체가 위축되거나 왜소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난 한해 도내에서 열린 전시회만도 약 400여회를 기록해 1년 내내 매일 1-2건의 전시가 열려 미술의 해에 걸맞는 활동을 보여주었는가 하면, 각종 공연 역시 약 200여회의 무대가 꾸며져 양적으로는 왕성한 한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떠나간 사람들과 바뀐 얼굴 올해는 문화적으로 떠오른 이슈가 적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대의 사건은 오랫동안 전북문화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왔던 국창 김소희 선생의 작고였다. 지난 해 4월 17일의 일이었다. 비록 주된 활동무대가 서울이긴 했지만 언제나 전북문화를 대표하는 인재로 손꼽혀왔던 김소희 선생의 작고는 지역문화의 주춧돌이 빠져나가는 허전함으로 다가왔다. 또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호남 좌도농악의 쌍두마차였던 임실 필봉굿의 양순용 선생과 진안 중평굿의 김봉열 선생의 작고 역시 지역문화의 아까운 손실이었다. 그런가 하면 각 부문에서 나타났던 문화계 인사들의 자리바꿈도 지역문화 전반에 소리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도립국악원의 창립때부터 10여년간 원장으로 활동해왔던 황병근씨가 그 자리를 물러나고 문화예술계의 비례대표로 도의회에 입성한 것도 변화였다. 황병근 전 원장의 퇴임은 도립국악원의 후임원장이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도립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은 무엇인가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논쟁과 기대를 불러 모았으나 결국 전문인사가 아닌 공무원 출신의 원장이 임명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지역문화의 공식성을 대표하고 있는 예총 전북지부가 집행부 인선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마찰을 &#48715;으면서 결국 직무대행체제로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국악협회 전북지회 역시 요란한 잡음속에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치욕적인 한해로 기록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국립전주박물관의 관장이 바뀌었고 몇 년동안 도 문화행정의 실무를 맡아왔던 문화예술계의 팀장이 교체된 것도 변화였다. 이밖에 오랫동안 전주시립극단의 상임연출을 맡아왔던 정초왕 교수(전북대 독문과)가 올해 초 시립극단을 물러나면서 그 후임으로 안상철씨가 자리잡았고, 창작극회의 대표를 5년 동안 맡아오면서 지역연극계의 새바람을 불러 일으킨 곽병창씨 후임으로 보다 대중적인 연극을 선언한 신중선씨가 들어선것도 연극계의 변화였다. 이러한 자리바굼은 격국 지역연극이 어디로 갈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되면서 지역연극이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역 연극계의 이러한 변화는 ‘위기에 놓인 전북연극계’가 택할 수밖에 없었던 객관적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이었지만 그러한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알수 없다. 그러나 올 한해만을 놓고 본다면 지역연극의 이러한 자구책이 지역 연극의 질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것이 중간평가이다. 문화공간, 시련 속의 한해 95년은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던 한해였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예술회관 건립을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갔고, 미술의 해를 보내면서 ‘얼화랑’이 폐관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지역문화의 척박한 풍토를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에 족했다. 예술회관 건립의 문제는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쾌거로 기록될 수 있었지만 건립 부지를 둘러싸고 전북대학교와 전북대 동창회, 전라북도 및 전주시의 의견이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끝내 환전한 해결을 보지 못한채 해를 넘겼다. 전라북도는 이미 설계공모까지 마치고 선정된 설계도의 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착공까지는 여전히 예측못할 상황들이 남아있다. 이런 과정에서 ‘첫삽을 떠 보아야 알 수 있다.’는 관계자들의 하소연까지 나왔다. ‘얼화랑’은 연말 연초에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 내면서 폐관 위기를 넘기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역문화의 관심을 모았던 또 한가지는 군산의 갯터 소극장이었다. 개관 1년만에 임대료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관위기에 몰렸던 갯터소극장은 그즈음 전주를 찾아 마침 소식을 접한 한국연극협회 정진수 이사장이 기금모금을 나서 위기를 모면했고 군산의 한 기업인이 임대료를 기부하는 극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 여기에 전토의 극단 ‘황토’가 연습실 화재를 만나 상당기간 침체를 면치못하다가 연말에 재기무대를 올린 <아일랜드>가 호평을 받으면서 앙콜 공연에 들어가 롱런에 성공한 것도 지역문화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기린봉 산대>의 공연장 화재 사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중되는 재정부담과 여건의 악화로 실질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던 ‘기린본 산대’는 이 화재를 계기로 극장 자체가 문을 닫았고, ‘디딤예술단’역시 활동을 중단하면서 실질적으로 해체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좋지 않은 상황속에소도 전북문화의 자존심인 원로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이 강암 서예관의 부지와 소장 작품을 쾌척, 착공 3년여만에 개관이 결실을 본 강암서예관은 95년 전북문화의 가장 알찬 수확이었다. 강암서예관은 개관 기념전으로 <21세기 젊은 서예가 30인전>을 열어 서예의 전토오가 맥을 이어가겠다는 옹골찬 의지를 내보였다. 또한 강암 선생은 동아일보 초대로 서울 일민문화관에서 ‘강암은 역사다’라는 주제의 대형 회고전을 열어 전북문화의 기세를 높이기도 했다. 이밖에 미술인들의 창작촌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임실 오궁리에 자리를 마련한 오궁리 미술촌은 폐교되어 쓸모없이 방치된 국민학교 건물을 활용했다는 점과 농촌 지역의 새로운 농촌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오궁리 미술촌은 개관 이후 도심 공간에서는 생각해낼 수 없는 의욕적인 기획전을 마련하여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을 얻었으나 아직은 실험중에 있다. 풍남제 기간 동안 열린 전국 한지공예대전은 참신한 발상으로 모처럼 호평을 받았다. 전주의 전통한지를 재현한 전통성의 측면과 상품화의 가능성을 한껏 내보임으로서 지역축제의 방향에 대한 많은 시사를 주었던 특징적인 전시로 꼽혔다. 21세기를 향해 뛰는 사람들 전반적으로 세대교체의 분위기가 대세를 은근하게 잡아가고 있지만 비교적 움직임이 두드러졌던 부문은 국악분야였다. 우진문화공간의 <우리소리 우리가락>시리즈는 그동안 개인 발표무대를 갖지 못했던 젊은 국악인들이 대거 소극장 무대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젊은 국악인들에게 발표무대를 갖게 함으로서 훈련과 창작의 의욕을 북돋았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이다. 이러한 변화는 장르적으로는 도립국악원이 벌써 3-4년째 시도해오고 있는 창극 장르의 개척 등에서도 감지되는 것이다. 그 어느 분야보다 전통적인 권위가 강력한 국악 분야에서의 이같은 조용한 변화는 향후 전북 문화의 큰 방향과 관련하여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술계에서는 각종 매스컴이 올해의 미술계 인물로 꼽은 이철규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철규씨의 폭넓은 활동은 이웃 광주에서의 열린 비엔날래의 여파고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였던 전북 미술계의 새로운 기대주로 부각되면서 95년 청년미술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 유작전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았던 고 김현철 선생이나 나종희씨등도 인상적ㅇ니 전시로 남았고,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송만규씨도 오랜 침묵 끝에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모았으며,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가 주최한 거리전 역시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전시형태로 관심을 모았다. 또한 서양화가 유휴열씨 역시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되었는가 하면 11월에는 파리맥 2000에 초대되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다. 영극계에서는 전반적인 부진속에서도 <꽃신>이 그나마 지역연극의 위신을 세워주었다. <꽃신>은 올 한해 몇 안되는 대형 창작무대 가운데 하나로 해방 50주년에 시의 적절한 시대정신을 보이면서 전국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꽃신>의 연출자 류경호씨는 계원연극상을 받아 지역연극계의 탄탄한 역량을 과시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새로운 신인의 출현을 기대했던 연극계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극 <꽃신>은 문화저널의 전문가 조사에서 올해의 전북문화로 꼽히기도 했다. 무용계에서는 대학 무용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그 가운데서도 후발주자인 우석대의 분발이 앞으로 지역무용계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전망되었다. 또한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10년세월을 끈기있게 버티어온 현대무용단 ‘사포’의 10주년이 의미있는 평가를 받았다. ‘사포’는 그들의 기획무대인 소극장 춤판을 선도했고 10주년 기념공연과 비엔날레 초청무대 등 인상적인 활동을 펼쳐 지역무용의 신진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이밖에 문학계에서는 특별한 사건이나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채 한해를 보냈다. 전 북민족문학인협의회는 꾸준한 활동으로 평년작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돋보이는 신인의 출현은 또한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전반적인 위기, 토대로부터 문제들 이와 함께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들도 여전했다. 각 지역의 향토축제가 아직도 제 모습찾기에 실패하고 있었고, 매년 지적되는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어 답습되었다. 전라예술제 역시 벌써 몇 년째 똑같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의 가닥은여전히 안개속에 있다. 전반적으로는 지역문화의 힘이 많이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전북문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 사능성은 지역문화의 기초가 탄탄하다는데 있다. 다른 지역에서 느껴볼 수 없느 깊은 전통이 여전히 살아 있고, 문화적 자부심과 분위기 또한 구체화된 형태는 아니자만 강렬하다는 것이 전북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주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역문화가 너무 오랫동안 과도기적 상황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기저에 흐르는 문화적 힘은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문화적 힘을 현재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시야가 고정되어 있어서는 않된다. 활동근거를 지역에 둔다 하더라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서 치열한 창작과정을 통한 끊없는 자기 연마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의 문화행정 역시 몸은 여전히 관치행정에 머무른채 옷만 자치시대로 갈아입는 불균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96년 전북문화의 가장 중요한 계기는 현실적으로 동계U대회가 될 것이다. 동계 U대회는 어쨌든 치러지게 될 것이고 지역문화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의 분야에서 동계 U대회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문화의 왜곡을 불러올 수도 있다. 자칫 동계 U대회가 지역문화의 질적수준을 근본적으로 노ㅠ히는데 기여하기 보다는 지역의문화적 현실을 동떨어진 일회적이고 이벤트성 행사에치우치게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세계화와 정보화 사회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가는 중에서 전통문화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저런 정화응ㄹ 종합해 본다면 지역문화의 입장에서는 올 한해 역시 결코 만만하게 보낼 수 없는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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