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2 | [문화저널]
물고기 생태학
북에서 남으로 온 빙어
글 / 이완옥 전북대 강사 생물학과
(2004-02-10 14:53:39)
우리는 과연 몇 종의 우리나라 물고기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 새의 이름은, 나비의 이름은, 잠자리의 이름은 풀의 이름은, 나무의 이름은■■■■■■■■■■■■■■■■.우리는 우리가 보고 느끼고 아껴야 할 자연의 생명체들을 알지 못해서 지나칠 때가 많다. 우리와 같이 생활 해온 생물들은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에게는 무한한 동심의 세계로, 도시에서 자란 어른들은 놀라운 신비로움과 평화를 느끼게 할 것이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지적으로 호기심을 가장 많이 느껴야 할 우리의 어린이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영어 단어 하나를 외우는데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피아노, 논리, 글쓰기, 미술에 또 얼마나 투자하면서, 지적능력이 발달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풍요해지기를 바라는가?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가장 많이 느끼고 배워서 삶의 안정을 얻을것인가? 자연은 도시생활을 하는 우리의 어린이와 우리들에게 끊없는 경쟁과 단순함 속에서 더 없는 평화로움과 정서적 안정을 그리고 지적인 호기심을 심어 줄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생물 중 하나인 물고기를 하나씩 소개할 수 있는 영광이 나에게 주어짐을 감사한다.
우리가 겨울철에 주로 볼 수 있는 빙어는 무척 날렵하고 깨끗하게 보이는 물고기이다. 또한 대단히 맛이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유용한 물고기이다. 주로 공어(公魚)라고 우리 지방에서 많이 부르기도 하는 이 물고기의 고향은 북쪽 지방이다. 우리나라의 동해 북부와 일본의 북해도 그리고 사할린, 알래스카 등에 자연 분포하는 냉수성 물고기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빙어는 70년전에 북한의 함경남도 용홍강에서 온 것이다. 일본 식민시대인 1925년 3월에 용홍강에서 빙어의 알 약 960만개를 채란하여 수원의 서호와 제천의 의림지, 충주 등에 방류하였고, 1926년에는 우리 지방의 임실 운암호에도 방류되어 현재에까지 남쪽에서 빙어가 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빙어는 대부분 이때 방류된 것들의 후손인 셈이다. 그 후에 만들어진 대청호, 안동호, 주암호 등의 대형 댐호와 저수지에도 대부분이 빙어가 이식되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본래 하천의 하류나 연안 등에 살면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물고기이다. 우리나라에도 강릉의 경포호등에 자연분포하고 있었으나, 현재 남쪽의저수지나 호소의 것들은 모두 북에서 이식 방류된 것의 후손이다.
빙어는 우리 나라의 경우 3월-4월, 수온이 7-10'C일때 주로 산란하지만 일본의 북해도에서는 5월까지, 시베리아에서는 6월까지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장소는 저수지와 호수에 흘러 들어오는 작은 개울로 수심 50cm미만의 모래와 자갈이 깔린 곳이다. 산란에 참여하는성어의 크기는 6cm이상이며 대부분 10cm내외이다. 그러나 더 북쪽인 춘천지방의 빙어는 18cm까지 자라며, 국외의 경우 북해도와 사할린에서도 18cm내외의 것도 출연하고 있어 냉수성인 본 종은 추운지방에서 더 잘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란에 참여하는 개체는 만 1년생부터 가능하고 3년생이 대부분이며, 포란수는 일본산에서 알려지기를 1년생은 3,300-5.100개, 2년생은 11.100-14.300개, 3년생은 13.800-26.900개 4년생은 23.400-35.100개이지만, 우리 나라 빙어에 대한 이런 조사는 없다. 최근 대청호, 안동호, 운암호와 청호저수지에서 직접 채집하여 관찰한 결과, 출현개체들의 크기는 6-11cm정도이고, 알의 수고 20.000개 이상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 나라의 민물고기는 대부분의 수역에서 종수와 개체수에서 줄어들고 있으나, 일부 종들은 증가하고 있다. 하천이 단순화되면서 피라미가 늘어나고, 댐의 축조로 댐내에 처리, 끄리 잉어등과 외래 도입종인 베스, 불루길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유용하게 dldydd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빙어의 경우는 이식 방류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로 기록된다. 냉수성 어류인 빙어(얼음 밑에서도 산다는 의미로 氷魚로 이름지어짐)는 남쪽의 하천에서는 살수 없지만 (수온이 20‘C 이내로 유지되기 때문에 표층의 수온이 올라가면 저층으로 이동하였다가 11월이 되면 표층으로 올라와서 생활하며 산란을 하고, 표층이 다시 더워지면 저층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적 특징으로 남쪽에서도 저수지와 호수에서는 빙어가 살아갈 수 있고, 경제적으로 대단히 유용하므로 계속 새로운 저수지나 댐호를 방류되는 것이다. 또한 겨울철 얼음낚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맛이 뛰어난 빙어 회는 인기가 높고, 튀김과 찌개로도 이용되는 좋은 겨울철 요리 재료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경제적 이유는 많은 양의 빙어가 훈제되어 일본으로수출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이 우리나라의 저수지와 호수를 만들고 이곳에 그들이 선호하는 빙어를 방류하여, 해방 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손으로 방류한 빙어를 먹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나라는 대형 댐을 많이 만들고 이곳에 여러 종의 물고기를 방류하였다. 그런데 이들 종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보다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방류한 대표적인 도입종으로 블루길(파랑볼우럭), 베스(큰입우럭)등이 있는데 이들의 피해는 여기에서 언급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대형 댐의 축조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으나 수자원의 이용을 위해 댐을 만드는 경우에도 다른 생물종을 이식하는데는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 방류를 자제하고 만약에 방류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빙어의 경우와 같이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철저한 검터가 이루어져야 하낟. 한번 방류되어 정착된 물고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이들의 피해는 그 저수지나 호수가 있는 한 계속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저수지와 호수에 정착한 빙어는 일본 등 외국에서 알려진 빙어와 형태적으로 약간 차이가 있고, 생물학적으로도 밝혀져야 할 사실이 많아 어류를 전공하는 사람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겨울이 되면 반가운 빙어는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또한 음식으로 우리를 즐겁게하고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