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6 | [저널초점]
저널초점 - 월드컵 문화행사
'열정의 사운드' 전설같던 빅밴드의 부활
다이나믹 코리아 전주문화축전 빛낼 'Big Band Lee & Rose'
.(2003-03-26 15:48:29)
전주에 빅 밴드가 출현했다.
이름하여 Big Band Lee & Rose.
빅 밴드는 대공황의 공포가 휩쓸던 1930년대 중반 경쾌한 스윙 리듬과 함께 등장한 재즈 밴드이다. 빅 밴드는 화려한 사운드와 경쾌한 리듬으로 당대의 대중음악을 휩쓸면서 대공황의 공포에 짓눌려 있던 민중들에게는 달콤한 사탕같은 것이었다. 빅밴드는 보통 5개의 섹소폰, 3-4개의 트럼펫, 3-4개의 트롬본이 선율을 연주하고 피아노, 더블베이스, 기타 등이 반주를 맡는다.
전주에서 빅 밴드의 출현은 전주 언더 뮤지션의 세계에서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우선 재즈음악에 조예가 있는 20여명의 브라스(관악) 연주자와 이들을 조율할 리더, 적절한 악보 등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에서 빅 밴드를 구성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주 월드컵을 문화축제로 승화하는 '다이나믹 코리아 전주문화축전 2002' 프로그램에 전주의 빅 밴드가 오른다. 1960-70년대 우리 대중음악의 기둥이었던 빅 밴드. 가라오케, 노래방에 밀려 이제 전설로만 남아있는 빅 밴드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과거 빅 밴드의 세션맨들이 개인 활동을 하며 꾸준히 전주의 언더 그라운드를 지켜 온 덕분이다.
그들의 이력은 매우 다채롭고 화려하다. 29세에 이미 30인조 빅 밴드의 지휘자로 서울과 부산 등에서 20여년간 활동했던 리더 이영철(59세)씨는 아직도 작곡가겸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른 단원들도 방송국 관현악단장, 음악교사, 직업 연주자, 교향악단 단원 등으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연습장소에는 열정과 흥분이 감돈다. 그건 바로 리더인 이영철씨의 '보물'때문이다. '보물'이란 바로 1960년대 미8군에서 미국 빅 밴드가 연주하던 악보들. 미국인들은 이 악보를 신주모시듯 연습후에는 큰 자물통이 달린 궤짝에 숨겨두곤 했단다. 이영철씨와 친구들은 몰래 그 자물통을 뜯고 악보를 카메라에 담아 애지중지 보관해왔다. 이 사진 속의 악보들이 이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영철씨는 "이 악보들이 비로소 햇볕을 보게 되었다며 소원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경쾌한 리듬과 열정적인 사운드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20명의 관악기가 뿜어내는 열정의 사운드, 빅 밴드. 그들의 환상적인 사운드에 밤이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