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2 | [문화저널]
여성과 문화
내가 여성이라면
글 이규현 KBS 전주방송총국 PD
(2004-02-10 15:14:47)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법이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어제의 정적(政敵)이 오늘은 동반자가 되고, 어제의 대통령이 오늘의 죄인이 되고, 어제의 폭도가 오늘의 민주투사가 되고, 어제는 반정부 시위자로 잡으로 다니고 오늘은 동반자로 영입하러 쫓아다니고.
정말 가치 기준이 없는 사회, 배만 부르면 행새복해지는 돼지같은 사회에 살면서 남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인생이 어떻게 정의가 뭐고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고.
모두 부질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요즘같이 뒤죽박죽 가치기준이 없는 시대에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것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 비결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여성이라면?”같은 것.
1. 어머니 의식
“부부 사이는 남성과 여성으로서 꼭 평등을 주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매사를 남녀평등 개념으로 생각하다보면 다투기 일쑤고 피곤해서 살기 어렵더라고요. 인생이 수학처럼 공식이 있는건 아니잖아요. 저는 연애결혼 했는데 사귈 때부터 남녀평등을 의식했고 결혼 후에도 매사 평등을 주장했습니다. 같은 대학을 졸업했고 서로 직장도 갖고 있었으니까지거나 양보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남편의 어깨가 축 늘어지는 거예요. 직장에서 시달리고 안식처인 집에서도 기 못펴고. 남편이 깆구으니까 집안이 이상해지더라구요. 남편이 건강하고 열심히 일해야 온 가족이 다 좋아지는 건데. 고민이 생기더라구요. 고민 끝에 방법을 바꿨죠. 매사를 평등하느냐 아니냐를 따지기 보다는 제가 아내가 아닌 어머니 입장에 서보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몰라서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같응ㄴ 마음으로 이해하고 양보해 주는 것이죠. 그랬더니 남편의 기가 살대요. 직장 일도 열심히 하고, 남편이 행복해 하니까 집안이 온화해지고 저도 스트레스 쌓이지 않고 제 일도 열심히 할 수 있고.
15년 전 열차에서 젊은 주부로부터 들은 얘기다.
내가 여성이라면 “ 모든 인간의 어머니는 여성이다”란 평범하면서도 심오한 이 진리를 간직하고 살아가겠다. 용서한는 자가 승리자가 되듯이 남성과 여성 관계가 아닌 남성과 어머니 관계를 선택하겠다.
2. 순결을 지켜야지
성(性)해방 시대 정말 올까?
여성만 순결을 지키라는 것은 여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여성이 순결을 지킬려고 노력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고 싶다.
훌륭한 어머니의 첫째 조건은 건강한 자녀를 낳는 일이다. 내가 나의 의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안이라 부모의 의지로 태어났다는 것은 종족보존의 본능 즉 종족보존의 의무에 의해서 태어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부모는 건강한 자녀를 낳을 의무가 있는 것이며 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건강한 자녀를 낳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정절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성은 정자만 건강하면 되지만 여성은 난자 뿐만 아니라 태아가 자랄 곳, 영양공급과 연관된 모든 것 그리고 정신적인 것까지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과 마음, 전체가 곧 태아가 성장하는 집인 셈이다.
내가 만일 여성이라면 건강한 자녀를 둔 훌륭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순결을 지키겠다. 자녀를 두기 위한 성행위는 인생의 목적이지만 그 외는 수단이니까.
3. 복 받는 삶
어머니의 삶 중에서 내가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집ㅈ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돔우면서 살으셨다는점이다.
우리집이 부자는 아니었지만 흉년에도 끼니 걱정하지 않을 정도였고 자주 생선, 꿀, 바구니, 김 등 행상인들이 찾아오는 집이었다. 밥은 물론 잠까지 자는 경우가 많았다. 어머니 몫은 행상인에게 주고 어머니는 누룽지를 드실 정도였다. 어떤 생선장수는 점심때를 맞춰 우리집에 들리곤 했다. 6.25때는 이북에서 피난 온 갖고에게 오랫동안 숙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농사철에 일꾼이 열 명이면 일꾼 가족, 집안어른 등 밥먹는 사람은 이십여 명이 되었다. 명절에는 집안 얼느들이 우리집에 모여 노래와 윷놀이 등으로 즐겁게 보내셨고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는 음식대접을 잘 하셨다.
어머니는 마음이 약해 남과 다툴줄도 모르셨고 자식에게도 욕설을 하지 않으셨다. 외상거래하는 단골약국이 있었는데 약사는 이상 장부에 약값을 기록하는 일이 없었다.어머니께서 주시는 돈이 곧 외상약값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미니는 건강이 좋지 않고 겁이 많기 때문에 돼지나 소를 기르지 못하셨고 돈버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절약으로 살림을 불리셨다.
나는 요즘 어머니의 그런 삶에 대해 한마디로 복을 받을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복은 자신이 받을 수도 있고 자식들이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자라면 돈쓰는 재미로 살지는 않겠다. 유행을 맹종하고 귀걸이 목골이, 팔찌 등으로 치장하고 물질의 가격과 물질의 소유자체에 의미를 두는 삶이 아니고 검소한 생활과 편리를 좋아하고 정신적 아름다움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봉사와 이웃을 돕는 일에 가치를 두며 살겠다. 값 비싼 옷을 고르는 여성보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여성이 더 아름답고 똑같은 옷도 지성인이 입으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사실도 깨닫고 입시철이나 가정이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교회나 절에 가서 100일 기도하는 것보다 어머니의 삶과 같이 평소 복을 받을 수 있는 삶이 훨씬 낫다는 것도 가슴속 깊이 새겨두고 살겠다. 그리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사실과,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예수의 말씀과 불교의 인과응보를 믿고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