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2 | [문화저널]
음악 양질의 음악으로 승부
문화저널(2004-02-10 15:24:53)
전통음악이 상대적으로 강세인 이곳의 한해 서양 음악계도 질과 양 모두에서 만만치 않은 활동들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5월 상임지휘자로 자리잡은 유영재씨가 이끌고 있는 전주시립교향악단(전주시향)은 정기연주회와 기획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3월말의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도내 순회공연을 포함 모두 20여회의 공연이 계획되어 있고 4월에는 예술의 전당 <‘96교향악 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현재 상임 단원 48명, 비상임 단원 16명 등 64명으로 구성된 전주시향은 올해 지역 축제 및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연주회 등도 펼칠 예정으로 있고, <동계U대회 경출음악회>도 준비하고 있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올해 활동목표는 역시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음악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의욕적인 활동으로 호평받았던 시립고향악단의 한결 성숙한 모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역 음악계의 한 축으로 튼실한 활동을 보여온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도 지난해의 상대적 부진을 털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호남오페라단은 사단법인체로 몸을 바꾸고 새사무실을 마련,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 이사장에 장세균씨를 영입하는 한편 튼튼한 이사진을 이미 구성했다. 여기에 오는 6월 정기공연으로 <춘향전>을 기획하고 지난 1월 배역을 확정했다. 창단 10주년을 맞는 호남오페라단의 조장남 단장은 <춘향전>을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시키는 한편 새로운 창작오페라의 제작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오랫동안 소극장문화를 선도해 오면서 전북지역 서양음악의 보루가 되어왔던 ‘예루’ 역시 올 한 해 사업을 의욕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올해 예루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사업은 ‘문학의 해’를 맞아 음악과 문학을 어떻게 접목하여 조화롭게 한 무대에 올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루는 올해 음학 사업으로 해마다 열어온 ‘신인 음악회’를 3월에 올릴 예정이고 5월에는 외국우수단체 초청연주회로 루마니아 국립교향악단을 전주에 초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여름에는 음악과미술인들의 연합캠프를 열고 10월에는 창작음악발표회도 열 예정이다.
하지만 예루의 이런 계획들은 하나의 큰 그물코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예루’가 지난 한 해 동안 40여 회의 음악회를 열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독창성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의 것’을 만드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예루의 김광순 교수(전주대학교 음악과)는 음악 이외의 미술, 문학 등 다른 예술 장르와의 상호 연계를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의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민간 교향악단들과 각 동아리들의 활발한 공연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주실내교향악단’은 만만찮은 저력을 갖고 있고, ‘전주 필하모닉 첼리스트 앙상블’도 2월초 <재클린의 눈물>로 알려진 독일의 첼리스트 베르너 토마스를 전주에 초청, 첼로의 진수를 보여줄 계획으로 있으며 활발한 연주활동으로 점차 그 성가를 높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람
청중에게 다가가고 싶다
전북실내관현악단 지휘자 이경호
이경호 씨(41세)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하고 거기에 활동력까지 갖춘 보기드문 오보에 전공 연주자이다. 지난 1995년 2월 창단한 전북실내관현약단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고 지금은 군산 전문대 종교음악과, 대전전문대학교 및 전주예술고 등에 출강하고 있다. 원광대 음악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6년부터 1988년까지 전주시향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프랑스로 유학, 그곳에서 오보에 연주와 지휘로 두 개의 디프롬을 받은 열정적인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열정과 치밀한 지휘로 전북의 서양음악계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주자의 한사람으로 꼽히지만 재능에 비해 불운하다는 평가도 있다. 6년여의 프랑스 유학생활을 마치고 94년 귀국한 이래 전북지역에서 돋보이는 연주활동을 펼치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귀국한 뒤 도내에서 매년 배출되는 2백여명 후배 연주자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민간단체의 교향악 운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북실내관현악단을 창단한 것도 그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지역의 한정된 레퍼토리를 탈피해 후기 낭만파 위주의 곡들을 중점적으로 연주하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으며 “쉽게 재미있는 음악으로 청중과 가까워지고자 한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