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6.2 | [특집]
특집/ ‘96년, 전북문화가 달린다 문화적 전통, 그 자긍심을 찾는다
정리 /편집부 (2004-02-10 15:32:20)
문학; 차분함 속에 솟구치는 의욕 96년을 시작하는 각오가 누군들 새롭지 않을 수 없지만 문학계야말로 96년은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의 즐거움을 국민과 함께’ 라는 주제를 걸어놓은 올 문학의 해는 아직까지는 도내 문학인들을 특별히 감동시키고 있지는 않지만 여기저기서 사뭇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는 역력하다. 작년 집행부를 일신하면서 김남곤 현 지회장 체제로 조직을 정비한 전북문인협회(문협)는 문학의 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알찬 활동계획들을 세워놓고 있다. 먼저 문협은 지난해 12월 문학의 해 특별사업을 위한 기획단을 발족하고 격조 높은 창작활동을 통해 한국문학발전과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독자와 문학인들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치러진 행사는 문학의 해 선포식이다. 1월27일 상공 회의소 강당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문학인만이 아니라 도내 각계인사들이 참여하여 천이두 교수의 문학강연을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문학의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내외에 선포하는 자리가 되었다. 여기에 그동안 1년에 두 차례 발간되던 ■전북문단■을 각 장르별로 세분하여 발간하고, 특히 ‘작고 문인집’등의 출판 사업도 활발하게 펼쳐지게 된다. 작고 문인집은 1945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35명으로 추정되는 전북 출신 작고 문인들의 대표작들을 사진자료와 함께 엮어내는 방대한 사업으로 문학의 해에 가장 뜻깊은 사업이 될 것이다. 또한 전북문학사를 발간하여 지역 문단의 뿌리를 찾는 작업도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업이다. 여기에 ‘문하그이 즐거움을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들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문협은 문학의 해를 맞아 독자와 작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문학강연, 문학기행,시화전, 청소년 백일장, 시낭송회 등의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여 대중들을 찾아가겠다는 세부적인 계획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문협과 함께 지역 문학계의 양대 지주로 역할해 온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민문협)역시 풍성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문학의 해를 맞아 특별한 이벤트나 행사를 치러나가기보다는 각 개별 작가들의 창작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 그 창작물들을 통해 일반인들이 문학을 더욱 가까이 느끼며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민문협은 조직적으로는 이전의 협의체적인 구조를 회의체로 바꾸어, 보다 강력하고 힘 있는 문인들의 모임으로 전환 시킨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민문협의 구체적인 사업들은 2월 정기총회를 거쳐야 확정되겠지만 대체적으로 문학의 해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별도의 참신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 3년 전 처음으로 시도되어 호평을 받았던 <이땅의 시화(詩畵) 두 정신의 만남전>을 다시 열 계획이며, 여기에서 나아가 음악과 사의 만남도 시도할 작정이다. 이 행사는 민문협 소속 작가들이 쓴 시의 만남도 시도할 작정이다. 이 행사는 민문협 소속 작가들이 쓴 시에 지역 음악인들이 곡을 붙여 창작곡을 발표하거나 기존의 발표딘 곡들을 공연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해마다 민문협이 열어왔던 여름시인학교는 예전의 창작교실 형태에서 생활문학학교로 틀을 바꾸어 나갈 생각이다.예컨대 지난해 여름시인학교에서 호평을 받았던 돌풀강연(김용택 시인)등과 같은 생활 속의 주제들으 ㄹ시인학교에서 이끌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여름밤별자리를 바라보면서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과 전설들을 듣고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등의기발한 프로그램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도한 민문협이 오랫동안 염두해 두어왔던 ‘창작골’을 만드는 일도 중요한 사업이다. 이 창작골은 문학인들이 자연속에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극적인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학을 좋아하는 대중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언제라도 그곳을 찾아가면 문인들을 만나 창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창작물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이곳에서는 실질적인 창작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대중문학교실 등을 열어 문학인구를 늘려가는 효과도 거두겠다는 것이다. 또한 문협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념적 차이나 후학들의 부진으로 지역 문학계에 잊혀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문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문하고가 생애를 조명하는 사업들도 예정하고 있으며, 민문협의 기념문집인 ■사람과 문학■을 발간하는 일도 빠트릴 수 없는 사업으로 꼽고 있다. 이밖에 창립 4년을 맞이하는 청년문학회도 올해 문학과 대중과의 거리르를 좁히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널리 알려진 시인과 소설가 각 4명과 평론가 2명을 초청하여 전체 10강좌로 ‘문학의 해문학강연’을 계획에 올려 놓았다. 여기에 가을에는 문학창작기행을 떠나 창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중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창립 4년째를 맞이하는 문학의 해를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늘 해왔던 사업과 행사들을 더욱 열심히 하는 것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 그간의 성과를 되돌아 보면서 창작활동과 대중사업 모두에서 내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작업들도 구상되고 있는데, 그것은 대중들의 문학적 요구에 응답하면서도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는 건강한 문학에 대한 지향성으로 집약된다. 그동안 꾸준히 발간되어 왔던 ■청년문학■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밖에 각 시군의 문학회 역시 문학의 해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풍성한 결실이 기대되고 있어 풍성한 결실이 기대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문학의 해를 도내 문학계가 차분학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믿음직스럽지만 만족할 만한 지원이 약속되어있거나 보장이 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학의 해 사업에 필요한 재원의 확보가 당장의 시급한 과제로 다가와있다. 문협의 사업에는 약 8천여만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각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민문협이나 청년문학회 등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도내 문학계는 문학의 해가 문인들만을 위한 해가 아니라 지역 문화의 발전과 각 장르간 연대사업의 좋은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지방정부나 도내 각 기관 및 기업의 뜻잇는 후원을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이 문제가 문학의 해 사업계획들을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지도 모른다. 이사람 90년대 후반의 길찾기 청년문학회 회장 문병학 80년대의 문제의식으로부터 가장 끈기 있게 버텨내면서 청년문학회의 맏형 노릇을 몇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시인 문병학은 올해 “시를 새롭게 쓰겠다.”고 말한다. 그와 그가 몇 년동안 회장을 맡아왔던 청년문학회 모두에게 96년은 각별한 한해가 될 것 같다. 우선 그는 올해로 청년문학회회장을 내놓고 청년문학회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시인 문병학으로서 좀더 자유스럽게 시를 쓰겠다고 한다. 또 그동안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의 실무자로 일해오면서 틈틈이 써왔던 동학과 관련된 시들을 정리하겠다고 한다. 그가 새롭게 쓰겠다는 시의 기본정신은 90년대의 변화에 대한 대 사회적 발언이 될 듯하다. 그는 무엇보다도 예의 투쟁적이고 저항적인 시적 감성에서 벗어나 90년대 후반의 길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한다. 그가 요즘 쓰고 있다는 ‘음화를 태우며’라는 시는, 그가 한창 쫓겨 다니던 80년대에 멀리 도망길을 떠날때마다 가장 먼저 해치워야 했던 일은 자취방 구서에 은밀하게 감춰진 음화 태우기였다는 어색한 고백에 관한 것이다. 그 행위를 마침으로서 비로소 그는 도덕적으로 고결한 운동가가 되곤 했었다는 자개고백은 80년대에 대한 인간적인 반성이다. 또한 90년대에 와서 아무런 고백없이 너무 쉽게 버렸던 80년대의 대의와 원칙들에 대해서도 대 사회적인 고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80년대에 대한 반성이 진솔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그 고백의 과정속에서 80년대의 옳음과 건강함이 오늘날에 체화될 수있고, 거기서 80년대와 90년대의 건강성을 같이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2천년대를 바라보는 우리 문학계의 새로운 힘이 될것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어쩌면 올해안으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그의 시집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의 길찾기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