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3 | [문화가 정보]
대곡리미술인촌
자연이 있어 마음이 열린다
문화저널(2004-02-10 15:52:38)
대곡리의 남국민학교는 임실읍내에서도 한참을 들어가 외존 곳에 있는 조그만 폐교이다. 운좋게 하루 세 대 잇는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택시에 의존할 수밖에없는 이곳에서 몇몇 화가들이 둥지를 틀고 한 겨울을 났다. 폐교를 이용한 작업공간의 활용은 이들보다 앞선 오궁리 미술인촌이 대외적인 행사로 이목을 끌며 눈길을 모았기 때문에 순수한 작업공간의 개념으로 입주해 준비작업으로 일관한 대곡리쪽의 소문은 오히려 조용했었다.
하상용, 최원, 전량기, 이동주, 백종두 씨와 이제 막짐을 푼 정수례 씨 등 여섯명이 대곡리의 주인이다. 폐교된지 3년이 되가는 노후한 건물에 사람의 훈김을 불어넣고 모터를 수리하고 작업장을 꾸리는 일에 잔손이 많이 가만큼 이곳의 작가들이 대곡리에 갖는 애정은 더욱 각별하다.
각자의 작업공간에 즉응하고 작업에 임하기 까지 몸살을 앓았던 대곡리 식구들은 20여 평의 전시장을 마련하고 오는 3월중에 개관전을 가진다. 개관전은 대곡리아 오궁리미술관 두 곳에서 동시에 마련되는데 이들 여섯 작가의 작품만이 오롯이 선보인다. 대곡리 미술촌에는 소품들을 전시하고 오궁리에는 200호 정도의 대작을 전시할 계획이다.
대곡리의 의사결정은 모든 식구들의 만장일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촌장인 최원 씨는 “모든 작가들이 의견을 모아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진척이 다소 느리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공유한 부분의 일에 대해서는 그만큼 열심이다.”며 작가들의 서로 뜻을 맞추어 대곡리를 열린 창작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었던 계기는 모두들 전업 작가라는 공통분모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대곡리가 이들에겐 작업의 가장 큰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다. 특히 대작을 주로 하는 작가들은 마음놓고 자기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대곡리의 입주를 만족하고 있다. 또 대곡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열려진 공간으로 대한다. 방문자들은 직접 작가들의 작업과정에 생생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개관전을 시작으로 몇 개의 사업구상을 떠올리고 있는 대곡리의 계획은 내실 있게 진행된다. 대곡리에 입주한 작가들은 일년에 한번씩 개인전을 통해 창작의 성가들을 가시화 할 작정이다. 7-8월쯤엔 여름 미술캠프를 연다. 국민학생부터 어른까지 실기와 이론을 두루 섭렵하여 가르치고 일반인에게 현대미술을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10월쯤엔 7~8명 정도의 외국작가를 초대해 한 달여 동안 같이 체류하며 같은 테마로 작업을 해서 선보이는 현장작업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은 작년 일본 작가 국지효 씨가 한 달간 체류하는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작업했던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 국지효 씨와 대곡리 작가들 사이에 삭텄던 공감대와 우정이 큰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서로의 작업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대곡리가 작업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역 미술애호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료 수집에 힘 쓸 계획이다. 일 년에 치러지는 수많은 전시들은 시간이 지나면 팸플릿으로 조차 기억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많은 작가들의 이력은 막상 찾아 볼 곳이 전무한 것이 전북미술의 현재이다. 이런 사실은 누차 거론되어져 왔지만 막상 방대한 일의 형태에 손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대곡리의 작가들은 전북지역의 작가들의 자료를 총망라해서 수집하여 사진과 슬라이드까지 비치한 공간으로 꾸밀계획이다. 그림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자료를 찾아 볼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가꾸는 일, 그것이 대곡리 미술촌 식구들이 창작 못지 않게 큰 과제로 안고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들 의욕적인 작가들 덕택에 소중한 문화산실을 또하나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