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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3 | [문화저널]
물고기 생태학 아름답고 맛도 있는 쏘가리
글/이완옥 전북대 강사 생물학과 (2004-02-10 16:01:34)
최근에 환경부에서는 1996년 2월 1일부터 민물고기 24종을 특정야생동식물로 지정하여, 잡거나 사고 파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특정야생동식물은 멸종 위기에 있는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지금까지 동식물 147종이 지정되었다. 만약에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혹시 우리 문화저널 독자들이 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특정야생동식물 중 물고기를 열거해본다. 특히 이들 24종의 물고기 중에는 전북지방에 9종이나 살고 있기 때문에 민물고기를 잡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이 물고기들은 열목어(한강, 낙동강), 어름치(한강, 금강*), 감돌고기(금강*), 돌상어(한강, 한탄강, 금강*), 꾸구리(한강 임진강, 금강*), 흰수마자(임진강, 금강*, 낙동강), 버들가지(민통선안 강원도 고성군), 금강모치(남한강, 무주구천동), 연준모치(남한강, 삼척 오십천), 부안종개(변산반도 백천*), 미호종개(금강 미호천*), 꼬치동자개(낙동강의 남강수계), 퉁사리(금강, 웅천천, 영산강), 무태장어(탐진강, 섬진강, 거제도, 오십천, 제주 서귀포), 두우쟁이(한강, 금강하류*), 눈불개(한강, 금강), 가시고기(제천 의림지), 꺽저기(낙동강, 거제도), 새코미꾸리(한강, 낙동강), 철갑상어(동해연안), 칼상어(서해연안*), 묵납자루(한강), 입실납자루(전북 임실*), 좀수수치(전남 금오도, 거금도, 고흥 반도)이다(*는 전북지역 출현)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문화체육부에서 관리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들은 종류 자체보다 살고 있는 지역이 주로 대상이다. 강원도 간성과 보화의 열목어, 금강의 어름치, 제주도 천지연 폭포의 무태장어, 한강의 황쏘가리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천연기념물 모두가 환경부의 특정야생동식물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중에 왜 한강의 황쏘가리는 빠져 있는가? 황쏘가리는 단순한 색소 결핍증(Albino)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백사라는 뱀이 있다. 이도 이런 색소 결핍증으로 동물에서는 가끔 출연하는 돌연변이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물고기에서 볼 수 있으며, 무지개 송어 양식장을 가본 사람은 양식장에서 물고기들 사이에서 황색의 이런 개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개체는 돌연변이이기 때문에 유전되고 한강의 황쏘가리도 바로 이런 돌연변이의 후손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천연기념물의 가치는 적다. 그러나 쏘가리가 그렇게 흔하거나 박대를 받을 정도의 물고기는 아니다. 우선 우리는 쏘가리르 ㄹ생각하면, 맛이 잇고, 멋있으며, 비싼 고기라고 생각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나는 우리 나라의 담수어 대부분을 채집하여 보았는데, 이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종을 꼽으라면 쏘가리를 들고 싶다. 크기는 대략 30cm내외가 잡히지만 50cm까지 크는 민물고기 중에는 대형이며, 타고난 포식자이다. 지상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포식자를 호랑이로 본다면, 쏘가리는 우리 나라의 민물고기 중 지상의 호랑이가 가지는 모든 이미지를 가진다. 아름답고, 귀하고, 고독하게 혼자 살고, 포식자이면서도 싫지 않고, 비싸며(?), 우리와 친근한 많은 유사점을 가진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우리에게 무서우면서도 친근한 존재였다. 옛날이야기나 그림에서 호라잉가많이 등장한다면 민물고기 중에는 잉어와 쏘가리가 우리에게 많이 가까웠다. 이중에 잉어의 이미지는 호랑이와 많이 다르고, 쏘가리는 외형부터 비슷하다. 황갈색의 바탕에 둥근 흑갈색의 얼룩무늬가 있고, 야간에 혼자서 사냥하는 등 모양과 습성이 매우 유사하다. 중국의 옛날 시문, 그림, 도자기, 문양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옛 그림에도 쏘가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 그림의 쏘가리는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이 아니고 유사종으로, 우리 나라 것과 무늬가 다른, 중국에만 나오는 쏘가리라는 것은 유감스럽다.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쏘가리의 무늬와 모양이 더욱 아름다운데 말이다. 중국에는 쏘가리속에 5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웃 일본은 쏘가리가 살지 않아 부러워 한다. 중국에 사는 쏘가리의 종류들은 우리 나라의 쏘가리와 모양은 유사하나 무늬가 모두 다르다. 아름다운 우리 나라 쏘가리를 우리 나라의 화가나 도예가들이 그림의 모델로 삼았으면 어떨까 생각되었다. 쏘가리에 대한 연구는 해방 전인 1930년부터 1933년까지 대동강의 성천에서 일본인 우치다 박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다른 연구 기록이 없어 이 연구를 인용하면, 쏘가리는 보통 때는 바위틈이나 큰 돌 밑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재빨리 작은 고기나 새우를 사냥한다. 우치다의 관찰에 의하면 1933년 5월 21일 밤 1시에 얕은 곳에서 산란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을 잡아서 초기발생 실험을 실시하였는데, 알의 크기가 2.2mm이고 무색 투명하며, 알은 단단하다고 하였다. 수정후 164시간 20분이 지나서 6mm크기의 자어가 부화했으며, 6월 상순에는 2~3cm의 치어가 하천의 수초 사이에서 잡혔는데, 이때부터 단독생활을 시작한다고 하였다. 최근에는 국내의 학자들에 의해 양식종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이런 단독 생활과 동족도 공격하여 상처를 입히는 습성으로 대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어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고고한 습성은 인간의 손에 길들여 지는 것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큰 댐이 생기면서 이곳에 적응하여 살고 있는 쏘가리가 다수 잡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를 사랑한다. 이들의 일부는 모양이나 색깔이 아름다운 것도 있고, 볼품이 없는 것도 있다. 그러나 많은 종(49종)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살고 있지 않는 우리 나라의 고유종이다. 이들은 우리 나라의 기후와 하천에 적응되어 온 종들이다. 이들을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아끼고 보호하겠는가?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우리 나라의 쏘가리를 보지 않고 중국에서 나오는 쏘가리의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없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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