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3 | [문화비평]
박홍규의 문화비평
이미지 메이킹과 진실
문화저널(2004-02-10 16:02:14)
“서릿발 같은 결단력 뒤에 훈훈한 인정이 있으며 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새 역사 창조의 전두환 장군”
5공 창출을 위한 정권 홍보의 기본 컨셉이다. 12.12군사 쿠테타를 거쳐 5.18에 전국 비상계엄을 확대 실시하여 광주시민을 총칼로 난도질하고 등장한 전두환 군사반란세력의 정권창출을 위한 당시 언론계 부역인사의 전씨에 대한 찬양의 글이다.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
“외유내강, 민주적 지도자상!”
이는 4.13 호헌조치를 구국의 영단이라고 홍보하던 당시 주요언론들이 6.29선언이 나오자 말을 바꿔 노태우씨를 역사의전면에 부상시키기 위한 당시의 컨셉이다.
5,6공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지도자들은 이렇게 태어났다. 아니, 만들어졌다.
기본 컨셉에 따라 정권 창출 이슈, 그리고 땡전, 땡노뉴스, 극대화된 포맷으로 잡아내는 카메라, 신비스러운 조명과 칼라의 동원, 그리고 웅장한 배경음악 등이 총동원되어 독재정권과 그 지도자의 이미지 메이킹에 열을 올렸다.
이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정권의 탄생은 언론의 왜곡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멀게했다. 그 담당자들은 지식인, 언론인, 문화예술 종사자들로 그 당시 권력의 중심부에들어가 있다가 지금의 ‘역사 바로 세우기’의 단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의 역사에 버젓이 살아있다. 이번 총선에도 10여명의 인사들이 당명만 바꾼 채 당당히 공천까지 받아 도전하고 있다. 이들으 sdjEjs 새로운 모습으로 어떤 선거 컨셉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까?
“새 시대, 새 정치, 새 일꾼!”
“우리의 미래는, 경륜과 믿음의 큰 일꾼에게!”
“큰 일낼 사람, 개혁에 동참했다!”
이런 캐치플레이가 등장 할 수도 있다. 선거전략은 역사의 진실과 관계없이 이미지를 변실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니까.
선거란 무엇인가?
선거는 권력의 주체인 국민에 의해 대표자를 뽑는 민주주의 핵심과정이라 했다. 그리고 대민정치를 구현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건 선거의 단순한 정의에 불과하다. 후보자의 관심은 자신의 상황과 지역특성에 맞는 선거전략을 수립하고 밀고 나가 유권자의 표를 상대후보로부터 빼앗아 당선 되는 것이 지상의 목표일 뿐이다.
이 선거전략은 이제 선거 마케팅이라고까지 부를 정도로 체계화되고 과학화 되고 있다. 이제 선거는 어떤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홍보하고 어떻게 판매를 극대화하느냐는 마케팅적 시각으로 유권자를 보게 되었다.
선거전략이 다양해지고 매시미디어가 발전될수록 선거 노하우 또한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독재자가 위대한 지도자로 치장되고, 파렴치한이 지역의 성실한 일꾼으로 미화되고, 단죄되어야 할 권위주의 부정부패시대의 부역 당사자들이 정권의 부침에 관계없이 선거에 의해 기사회생되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까?
역사는 진실의 편이라던가? 역사의 진보는 계속되고 있다라는 한줄기 역사인식으로 보기에는 현실의 변수는 너무 많다.
자신의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상대후보의 단점과 약점을 공격하고, 과거의 행적이 의심스러운 자는 지역개발공약이나 미래의 보랏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역정서에 맞춰 자신의 얼굴보다는 주군을 내세운다. 돈을 너무 치부한 후보는 검소한 잠바차림으로, 사진은 가능한 좋은 스튜디오에서 부드럽게 찍어 약점되는 부분을 컴퓨터로 지우거나 약화시킨다.
이렇게 하면 사람도 달라질 수 있을까?
진실까지도 은폐되고 엄폐될 수 있을까?
새롭게 이미지 메이킹된 후보를 우리는 어떻게 그의 내면의 진실까지도 들여다 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진실과 가공된 이미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선거전략은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과거의금전, 타락, 부정으로 부도덕한 사람들이 양산되던 시대는 지났다. 대신 선거운동은 정말 마케팅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단계까지 와 있다. 이 정치 마케팅으로 꾸며진 정치 후보자들의 이미지는 모두 진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확대 포장되거나 왜곡되거나 수정, 보완되거나 가면의 얼굴을 쓰고 있다.
듣기 좋고 이슈에 맞는 케치플레이즈나 슬로건도 마찬가지다. 진실의 함축어라 믿을 수 없다. 전략 전술로 내세우는 구호이기 때문이다. 공약도 그렇다. 현실성이 없이 책상 머리에서 나왔거나 지역의균형된 발전보다는 특정집단이나 이익을 위해 급조된 정책공야곧 이벤트성에 가깝다.
이 시대의선거공간에서 유권자는 현상에 의한 단순한 판단보다는 개인의 전력, 공약, 정치인으로서의 덕목, 정치비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진실된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 할 고도화 된 분별력이 요구된다.
서릿발 같은 결단력과 온후한 인정 뒤에 가려져 있는 피묻은 독재자의 손을 봐야 하고, 위대한 보통사람의 컨셉 뒤에 희대의사기꾼을 분별해 내야 한다.
역사의 진실은 현재의 이미지 메이킹화된 가면을 언제든 때가 오면 훌쩍 벗겨 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