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3 | [특집]
특별기고
시민과함께 하는 멋스럽고 예술적인 문화공간으로
신축 전북 문화예술회관의 상(像)에 대하여
글/최낙진 건축가
(2004-02-10 16:20:21)
새로운 21세기를 향하면서 국제사회에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한 변화중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잇는 것은 문화에 대한 인식이다. 금세기는 정치 군사적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경제 우선주의적 외교로 국제사회에서 많은 반목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촌이 머지 않아 문화전쟁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석학들은 예견하고 있다.
이 논리에 긍정적 동조를 보내는 것은 실로 그러한 징후가 지금 세계 도처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개념보다는 민족개념 또는 문화권 중심개념에 의한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경제 논리에의한 거점적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개바로가 더불어 문화 정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특히 도시 공간내 문화공간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문화공간은 현대적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고 예술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있어 기존 구시가지의 맥락과 더불어 관광효과의 극대화도 동시에 추구하고있다. 그 결과 지역개발에 따른 사회 경제적 효과 뿐 아니라 시민들의 여가 생활도 제공하면서 관광객 유치를 유도하는 복합적 반사 이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북문화예술회관은 전국적으로 다른 도시보다 일찍이 건립되었으니까 전주에도 당연히 한 개쯤 있어야하는 일종의 상품 효과적 건물이 아니다. 더구나 타도시와 비교하여 규모가 결정되고 문화회관 성격이 규정되어서는 안된다. 참으로 열려있는 문화공간으로써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부족함이 없는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더불어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문화의 독자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참된 건축으로써 전북문화예술회관이 개방화된 국제사회에 떳떳이 발돋움 해야 한다.
사실 우리 문화는 두가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서구 선진국은 역사속에서 문화의 동시대성을 엿볼 수 있는 반면 우리는 개화기 및 식민지를 거치면서 현대 개념속에 문화적 역사의 단절이 있다는 점이다. 근대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타의에 의해 과거에서 현대로 왔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산업혁명이후 문명의 전파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도 침투되어 문화의 보편성이 확보되면서 그 나름대로 문화의 독자성과 우월성을 표현해왔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살펴볼때 세계관이 동양에 머물러 잇었다.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확대된 세계관속에서도 문화적으로 비교해보면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세계적 문화의 보편성을 가질 수도 있고 지역적 풍토성에 머무를 수도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는 우리의 높아진 국가적 위상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분리되고 단절된 개념이 아니라 연속성상에 놓고 끊임없는 문화의 독자성 정립을 위해 노력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김치가 한국만의 김치가 아니고 세계 속의 김치이고 태권도가 한국만의 태권도가 아니듯이 동양화, 사물놀이, 서예 뿐 아니라 현대무용, 문학, 미술, 건축 등 우리 문화가 세계속에 독자적이고 보편성을 지닌 문화로서 침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잠재력은 충분하고 특히 전라도의 멋스러운 예술적 감각이 전세계의 보편적 예술로 승화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따라서 전북문화예술회관 설계행위는 형식적 규모보다는 문화예술인의 잠재능력 표출과 창작활동 고취에 중점을 두고 관료적이기 보다는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힘쓰고자 한다. 운영팀의 다양한 프로그램 설정에 부족함이 없는 시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예술회관은 대공연장(2200석), 소공연장(700석), 야외공연장(15000석), 국악당, 국제회의장, 미술관, 옥외전시장 등 다른 어떤 도시의 문화회관보다 풍성한 용도로 설정되어 있으며 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매우 어려운 프로젝트 임에 틀림없다.
다양한 기능과 복잡한 동선을 합리적이고 명료하게 계획하면서 각 기능별 상호연관성을 분석하여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이로써 객관적이고 합목적성이 보이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한국의 자연은 다른 국가와 달리 독특하고 명쾌한 멋이 있다. 산세도 부드럽고, 하늘도 쾌청하고, 숲은 푸르고, 물이 맑으며,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적 요소를 선인들은 생활속에 끌어들여 즐기면서 삶을 영위해 왔다. 이번 전북문화예술회관은 이런 선인의 정신을 받아들이면서 덕진공원에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장소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기린봉 줄기의 끝 언저리에 건지산과 어우러져 있는 계획대지는 서쪽이 낮고 동쪽이 구릉지로 되어 있어 참으로 독특한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대지의 보이지 않는 힘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대지 위에 문화예술회관을 배치함에 있어 덕진연못에서 동물원으로 이어지는 문화거리조성계획에 따른 동서문화축과 본대지와 근린 체육공원, 전북대학교, 그리고 백제로로 연결되는 남북교육문화축이라는 광역적 도시맥락을 고려하여 배치계획을 고려하고자 한다. 일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과 차량을 이용하는 시민이 모두 안전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의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면서 인간과 같이 호흡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자연만큼 한국인의 심성 또한 부드럽고 선한 맛이 있다. 특히 전라인의 예술에 대한 애정과 심성이 배여있는 예술적 멋이 있다. 그러기에 본 문화예술회관은 전주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의 커다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오랜 숙원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전북인의 문화예술에 대한 애착 또한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예술회관은 전체적으로 상징성을 가져야 하며 공원 전체적으로 상징성을 가져야 하며 공원 전체속에 중심성을 지녀야 한다.
전북문화예술회관 설계에 있어 건축적으로 요구 되는 제반 기술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예향 전주가 더욱 예향의 도시로 빛나고 전라인의 예술적 혼이 춤출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고도(古都) 전주의 역사성과 더불어 한국인의 심성이 현대적 이미지로 표출되고,과거의 전통을 존중하되 지나치 노가거 집착보다는 미래를 예견하는 가운데 현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현대건축이 세계속에 보편성있는 건축문화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다
최낙진 58년 전북출생으로 전북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82년 전북도전 대상, 90년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상 등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건축가로 건축도시설계 思問 (주)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동국대 건축공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일양약품 중앙연구소,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을 설계했으며, 전북문화예술회관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작업을 진행중이다. 문화와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족 있으며, 그는 예술회관이 지역문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