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4 | [문화저널]
「단원 김홍도 특별전」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화가의 예술
글 / 김영원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
(2004-02-12 10:13:46)
조선의 본질을 그려 낸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는 조선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도화서(圖畵署)화원(畵員)으로서 그림을 그리는 일에 종사하는 하급관리였지만 정조 임금의 아낌없는 후원속에서 조선 후기의 문화와 예술을 완성으로 이끈 작품들을 남겼다.
1995년은 단원 김홍도의 탄신 250주년 되는 해였으므로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12월 19일부터 금년 2월 25일까지 특별전을 개최하였다. 1990년 11월 단원이 ‘이 달의 인물’로 선정되면서 구립중앙박물관에서 ‘단원 김홍도전’을 개최했었으나 작년의 단원 특별전은역사 이래 가장 규모가 크고 본격적으로 단원을 조명한 전시회였고 그에 관한 논고도 발표되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훌륭한 전시회를 그대로 종결짓기는 아쉬운 감이 있고 또 이 훌륭한 작품들이 다시 수장고로 들어가면 언제 다시 접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본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단원 특별전을 유치하기에 이르렀다. 전주에서의 단원 특별전의 가장 큰 의의는 지금까지 어느 지방에서도 단원 특별전이 개최된 적이 없었으므로 이 특별전이 최초의 지방 전시라는 점이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의 단원 특별전은 3월 12일부터 4월 14일까지 일반 공개된다. 공간적인 제약이 있어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다. 단원 그림 중에 보물로 지정된 작품을 포함한 명품들과 연대가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의 그림을 망라하여 전시하였기 때문에 관람자들이 단원 화풍의 특색을 간파할 수 있으며 한 화가의 나이에 따른 화풍의 변화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풍속화가로만 알려져 있던 단원 김홍도에대해 그가 풍속 뿐 아니라 산수, 인물, 신선, 화조, 동물, 불화, 누각 등에 능했으며, 그의 유묵첩(遺墨帖)을 통해서는 글씨 또한 훌륭하고 한시와 문장 등에도 경지에 올라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원은 대금, 거문고 등에도 뛰어났으니 그림, 글씨, 시, 문장, 음악 등 여러 방면에 지식과 교양이 풍부하였으며, 성리학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하였으므로 단원의 그림에는 직업화가로서 그려야 하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성격을 초월하여 문인화와도 같은 철학과 사상이 표현된 격조가 깃들어 있다. 아울러 원만하고도 해학이 넘쳤으며 탈속한 듯한 그의 성품은 풍속화와 도석화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겸재(謙齋) 정선이 묵의 농담(濃淡)으로 우주의 조화 속에서 우리 나라의 실제 경치를 능숙하게 그렸다면 단원은 자신의 서법(書法)에 근거한 굵고 가늘며 강약이 있는 필획(筆劃)으로 표출해 내었다. 단원은 중국의 경치와 가■ㅗㄴ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조선의 인물의 집과 동식물 등을 조선의 경치 속에서 그려낸 진정한 의미의 조선 화가였던 것이다.
영■정조의 어진(御眞)뿐 아니라 길을 지나다가 접한 생활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오늘날까지 전해 주는 단원 김홍도는 영■정조로 이어지는 문화와예술을 존중하던 태평성대에 왕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아꼈던 민족 화가였다.
개막에 앞서 본 박물관에서는 3월 10일 전북 지역의 역사, 미술 관련 중■고교 선생님들을 모시고 특별 강연과 시람회(試覽會)를 개최하여 교사들의 노고에 보답하고 또한 청소년들의 교육에 보탬이 되고자 시도하였다. 그리고 오주석 호암 미술곽 객원 연구원을 초방하여 3월 29일에는 단원에 관한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인물,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특별전을 개최함으로써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 사는 감상가들의 심미안을 풍요롭게 해 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