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4 | [문화저널]
물고기 생태학
작은 송사리도 맵다
글 / 이완옥 전북대 강사■생물학과
(2004-02-12 10:28:06)
우리들은 작은 물고기를 보통 ‘송사리’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의 교과서에도 송사리를 이용한 실헌이 여러 곳에 있다. 그러나 실제 송사리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는 단언하길 열 명 중에 세 명 이상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대부분의 우리들은 어린고기를 모두 송사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곤자리, 눈쟁이라고도 하는 송사리는 크기가 4cm내외의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작은 민물고기이지만 이들의 생활력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렇지 않다. 송사리는 우리 나라의 전역의 연못, 논, 웅덩이, 하천 등 물의 흐름이 완만하거나 전혀 없는 얕은 곳의 어느 곳이나 떼를 지어 살고 있다. 특히 온도와 산소, 염분에 대한 내성이 강하여 거의 바닷물에 가까운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는데, 극단적으로 섬 지방의 조그만 웅덩이나 염전의 수로에서도 잘 적응되어 살고 있다.
이러한 송사리의 사육은 대단히 쉬워서, 적은 수조로도 누구나 키우고 번식시킬 수 있다. 먹이는 실지렁이, 물벼룩, 모기 유충 등을 먹여 키울 수 있으며, 또는 배합 사료를 작게 부수어 주면 대단히 잘 받아먹는다. 자연 상태에서는 5~8월 사이에 개울과 웅덩이에서 알을 낳는데, 아침에 십여 개 알을 낳아 달고 다니다가 수초에 붙인다. 부화 후 4~6개 월만 지나면 완전히 성숙하고 1~2년을 사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송사리를 인공적으로 산란 유도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1~2회 정도 산란을 하는 송사리지만 빛을 14시간 정도, 온도를 24도 내외로 유지시켜 주면서 먹이를 충분히 주면 계속적으로 알을 낳는데 수컷1~2마리에 암컷을 10여 마리 넣어 주면, 거의 매일 새끼를 얻을 수 있어 번식을 시키는데도 유리할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대단히 유용하다.
자연 상태에서 송사리의 먹이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물로 떨어지는 육상 곤충들인데, 이중에서도 모기 유충이 사는 곳에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아 모기 유충을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는 뇌염 등 여러 전염병을 옮기는 대단히 귀찮은 해충으로, 최근 일부 연구자들이 우리 나라의 모기를 구제하기 위하여 여러 물고기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중에 가장 유용한 대상 물고기로 송사리가 연구되고 있다. 송사리가 모기 구제에 이용된다면 토종 물고기이어서 생탲거인 교란이 없고, 내성이 강하여 생존율도 높으며, 대량 사육이 쉬우면서 모기 유충을 대단히 좋아하기 때문에 효과적일 것이다.
한편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 뿐 아니라 전문 서적에도 송사리를 이용한 세력권 행동 실험이 나오는데, 크기가 크고 강한 개체일수록 좋은 장소와 넓은 세력권을 가지며, 계속적으로 서열을 정하여 자리를 차지하다가 마지막 약한 개체들은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간들의 땅 싸움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송사리의 종족보존에 필수적인 것이다. 강할수록 많은 먹이를 먹고 많은 새끼를 낳아야 이 조그만 물고기의 종족이 보존되는 것이기에 인간의 탐욕에 의한 과도한 땅의 저명과는 근본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적당한 실험 동물을 많이 개발하여 각종 실험을 하는데 송사리는내성이 강하고, 크기가 작으며, 세대가 짧고, 실험실 내 사육이 쉬워 유전■생리■발생 뿐 아니라 오염 물질의 독성 실험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종이다.
송사리는 우리 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 연구자들에 의해 우리의 송사리가 중국(염색체 숫자가 46개)과 일본(염색체 숫자 48)에 사는 송사리와 다른 것으로알려지면서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 결과는 대단히 재미 있었는데 우리 나라의 동해■남해로 흐르는 강과 남해의 섬 지방에 사는 송사리는 일본에 사는 송사리와 같이 염색체가 48개이었고, 서해로 유입되는 하천과 서해의 섬지방에 사는 송사리는 중국에 사는 종과 같이 염색체 숫자가 46개이었다. 그리고 두 집단간에는 무색 투명한 모양은 같지만 알의 크기나 서해안의 것은 1.15mm, 동해와 남해의 것은 1.40mm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두 집간간에 교배를시키면 기형이 많이 나오고 발생이 되지 않아 완전히 다른 종으로밝혀져서 지금은 전북 지방을 포함한 서해로 흐르는 하천의 유역에 사는 종류는 ‘대륙송사리’로 동해와 남해로 흐르는 곳에 사는 것은 ‘송사리’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유용하고 대단한 우리 나라의 송사리를 작다고 무시하여, 여느 것이 송사리인지 아는 사람도 얼마 안되는 사이에 우리의 하천과 연못과 습지들이 오염되고, 매립되어 지금은 연구를 위하여 송사리를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줄어 들어가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