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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4 | [문화저널]
여성과 문화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좋은 세상에의 희망 ‘창작극회’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고
글 / 정미경 가정주부 (2004-02-12 10:33:17)
창너머 봄볕에 시선이 자주 머물고 겨울의 두꺼운 껍질을 미리 벗고 싶어 한차례씩 몸살을 앓는 봄이다. 어쩌면 인간은 늘 새로운 변화를 갖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특히 시간과 공간이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흘러가는 전업 주부에게는 더욱 간절한 바램인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연극을 보러 가는 짧은 외출인데도 아이들 씻기고 옷 입히고 아이들 물건을 챙기고 나면 집안은 한바탕 전쟁터가 되고 한 아이는 안고 한 아이는 엄마 옷자락을 잡고 따라오는 모습이 마치 가족이 피난 가는 행렬처럼 보인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나오는데 마치 날개 달린 새처럼 일상의 무게가 벗어지는 느낌이 든다. 결혼과 동시에 정지되어 버린 감정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고 도심 속의 야경까지도 이제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이는 것도 주부 경력 7년이 주는 반갑지 않은 선물이랄까? 연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소극장 객서은 다 채워지고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켜지면서 막이 오른다. 예전에 TV드라마로 만난적이 있어서인지 낯익은 내용에 친근감이 든다. 배경에 깔린 음악이 허무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면 진행은 세월을 성큼 성큼 뛰어 넘어서인지 지루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어 편안했다. 소재야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래서 인지 가슴에 더욱 현실감 있게 와 닿았다. 아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보다는 어쩌면 여자들의 일생이라고 할까. 남편의 주체적인 외도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원인이나 책음은 과거부터 항상 여성의 몫으로 전가되었다. 이는 남아를 선호하는 가부장적 가족 제도에서 기인한 것이며 남성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제도이나 여성에게는 인간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가혹한 제도이다. 대부분의 경우 남편의 외도, 폭행 등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현명히 대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독립에 따른 불안, 자신감의결여, 사회적인 비난 그리고 자녀에 대한 생각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제도나 관습들은 여성 자신의 인간적인삶보다는 자신을 희생하면서도자식이나 남편의 길들여진 전통적인 악습의 산물이다. 이처럼 여성의 경제적인 독립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지위는 항상 종속적인 불평등 구조 속에 악순환 될 것이다.그러므로 가족 내에서 파생되는 여성 문제를 사회 문제화시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부부 관계에서부터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연극에서의 주인공은 과감히 홀로 서기를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가족의 생계와 자신의 학문을 추구하는 일에 몰두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 받는 직장 여성으로서의 좌절과 취업 여성의 가장 큰 고민인 자녀 교육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부재로 인ㅇ해 이중의 고통을 받기도 한다. 앞으로는 더욱 복잡하고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여성 노동력의 확대와 여성들의 높은 교육 수준으로 인한 자아실현의 욕구가 증가되면서 이와 같은 여성의 당면 문제는 더 이상 사적인 부문으로 남아서 갱니적인 해결을 요구하기보다는 좀더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면 과연 여성은 무엇으로 사는가? 유행가 가사처럼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우상인 사랑밖에 모르면서 살 수 있는 단순한 존재인가. 이 시대가 현실적으로 사랑 하나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살아갈 만큼 단편적인 구조가 아니다. 더욱이 사랑의 본질에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사라의 순수성을 왜곡하고 힘있는 자들 위주로 해석되어진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으로써의 최소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하는 굴레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방해할 권리는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이기보다는인격을 가진 한 인간으로써 복잡한 사고 체계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일과 사랑과 우정과 자식에 대한 사랑 등이 합집합이 디어 여성의 총체적인 삶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과거처럼 부모와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무조건 복종하고 맹목적으로 인내하는 해바라기가 아니라 여성들의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인 인식의 향상으로 인해 여성이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좋은 세상을 그려 본다. 이 연극의 주인공처럼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 시대의 많은 여성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정미경 / 전북대사회학과 83학번으로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페미니즘 이론을 썼으며, 졸업후 한동안 군산산업대학 여성학 강의를 맡았다. 결혼과함께 사회생활을 중단하고 아이를 기르는 일에 전념하고 있지만 곧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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