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6.4 | [문화저널]
옹기장이 이현배의 이야기 자기만큼 살면 되는 것
문화저널(2004-02-12 10:37:53)
조조는 패잔병을 거느리고 기운이 떨어져 앞으로 나간다. 한동안 나갔을 때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 앞에 가던 군사 한 사람이 품한다. “앞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승상께서는 어느 길로 가시렵니까?” “어느 길로 가는 것이 가까우냐?” 조조는 되묻는다. “큰길로 가면 평탄하기는 합니다마는 오십여 리나 돌아가고, 소도로 가면 화용도로 지나가는데 오십여 리 길이 가깝습니다. 다만 산골 초로가 되어 지형이 험하고 길이 협착해서 가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조조는 군사 한 사람을 시켜 산에 올라 동정을 살피고 오라 했다. 군사가 돌아와 아뢴다. “작은 길 산기슭에 두어 군데 영ㄴ기가 일어납니다. 그리하옵고 큰길에는 아무런 동정도없습니다.” 조조는 명을 내린다. “그렇다면 연기 나는 작은 길을 취하여 진군하라.” 모든 장수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쫓겨 달아나면서 세 번째 웃는 요망스런 웃음소리다. 모든 장수들은 조조의 웃음소리에 또 소름이 끼쳤다. 불길하다고 생각해싿. “승상께서는 왜 또 웃으십니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유와 제갈량은 제법 꾀가 많다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참말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만약 이런 곳에 군사 몇 백 명만 매복해 있다면 우리들은 꼼짝없이 속수무책 결박을 당하고 말 것이다.” 조조의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일성 포향이 천지를 진동하면서 산골 양 편에서는 오백 도수부들이 카로가 창을 들고 쏟아져 오는대 위수대장(爲首大將)은 관운장이다. 관운장은 청룡인월도를 비켜 들고 적토마 위에 높이 앉아 봉의 눈을 부릅뜨고 삼각수를 바람에 흩날리며 조조의 가는 길을 끊는다. “조승상은 달아나지 마라. 한수정후 관운장이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꼼짝마라, 움직이면 쏜다” 전쟁 영화나 서부 영화에 나옴직한 장면이다. 이럴때 대부분의 주인공은 그래도 움직여서 상대방을 멋지게 제압한다. 그런데나는 같은상황에서 주인공인데도 그러지 못한다. 뻔히 짜여져 있는 각본인데도 상대편이 총을 들이대며 “꼼짝마!”하면 그대로 ‘꼼짝’을 안한다. 역할을 바꿔 총을 쥐어 줘도 이런 식이다 “꼼짝마라, 움직이려면 쏘고나거든 움직여라” 조조가 세 번째 배꼽이 빠아지게 웃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기서 기다린지 오래다” 그때 나도 거기 있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조금도 거짓이 없다. 나도 거기서 기다린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제갈공명과 동등하게 볼일은 아니다. 제갈공명이야 「허허실실(虛虛實實)이란 병법으로 관운장을 화용도에 매복시켰지만 나는 거기 있었던 것은 허(虛)는 허(虛)고 실(實)은 실(實)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꼼짝마라’ 하면 꼼짝 못하는, 꼼짝 안하는 까닭도 그거다. 그래 제갈공명이 아니어도 화용도에 갈 수 있었다. 조조가 웃어 주고 열심히 계산하며 통박을 구려 주니 말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술수와 거짓이 난무한 세상, 정신없이 계산하고 통박 굴리는 세상. 끊임없이 선택하고 판단해야 하는 세상. 어떻게살 것인가?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자신에 충실하자.자기 만큼 살면 되는 거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밥은 똥이요, 똥은 밥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