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4 | [특집]
특집3
4■11 총선과 전북
‘정치’가 ‘문화’위에 군림할 수 있는가
문화에 대한 고민에서 문화적 개성으로
글/ 김수돈 CBS 전북방송 기자
(2004-02-12 10:51:18)
우리 나라에서 정치인들은, 문화부문에도 시혜를 베풀고 여러 가지 문화시설으 유치해 주거나 문화 행사의 사업들을 지원해 주는 권력자로 군림해 왔다. 이 얘기를 듣는 당사자들로서는 기분 나쁘시겠지만, 좀 더 나은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비판하는 관점에서 하는 말이라는 점을 양해해 줬으면 한다.
선거 때에도 그렇고, 인물에 따라서는 평상시에도 ‘내가 이런 시설을 유치했소, 이런 사업의 국가예산을 따냈소’하고 자랑을 하고 다니는가 하면, 버젓하니 보도 자료를 만들어서 지역 자치단체 청사의 기자실에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런 보도 자료를 손에 받아 들어 본 기자 중의 한사람이지만, 이런 정치인은 반갑지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싫다.
지방자치 시대를 뛰는 국회 위원의 위상을 간단히 말해 본다면, 시의원, 도의원은 물론 자치 단체장과도, 어느 정도는 하는 일을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지역 대표로 국회에 나갔으면, 지역 주민이 국정에 반영해 주기 바라는 일을 하기 위해 애쓰는 게 도리일 것이다. 국정의 방향을 바르게 잡아가고, 정부 정책과 정부 사업을 바르게 입안하는 데에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문화 부문에 있어서는 정치인 한사람 한사람이 우리 사회의 문화 전반과 지역 문화의 토양, 또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문화예술활동의 실정까지를 좀 더 폭 넓게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입법부가 문화정책을 입안하는 데에 중요한 기초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문화 부문에 대해서도 군림하고 있고,(그렇지 않은 몇몇 분들에게는 죄송한표현이지만)또 스스로 군림하려고 하면서도,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 주지 못하는 건 물론, 큰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 이번 선거판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번 15대 총선을 앞두고 우리 지방의 여러 후보들이 내놓은 문화 부문 관련 공약을 보자. 예를 들어 전주 지역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문화 부문에 관해 몇 가지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어떤 이는 전주권과 충청권을 잇는 마백문화권 연계 연구 체계를 외치는 가하면 조선 문화 복원과 세계화를 말하고 있다.
또 어떤 이는 간단하게 문화예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말하고 있다. 시민 휴식 공원과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전주천을 덮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 전주 자연사 박물관 건립과전주의 소리 문화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느 넋이 후보들이 내건 공약으로 요약된다. 선거 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얘기가 선거에 악용될 수 도 있으니까. 하나 하나 끄집어 내 까발려 볼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물론 얼핏보면 그럴듯한 공약들은 문화 부문에 대한 깊은 관심보다는 선거에서 자신을 부각시키는 데에 더 주안점을 두고 내놓은 공약인 듯 하다. 어떤 공약에 대해서는 격렬한 반론을 펴고 싶은 점도 있지만, 때가 선거전이니만큼 일단 참기로 하자.
국회의원 후보들이 시장이 내놓을 만한 공약을 국회의원 후보의 공약으로 내놓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화부문 공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느낌이다. 후보 공약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시각과도 연결 지어 본다면, 몇몇 문화 시서을 유치하거나, 또는 전주를 이런 도시로 만듭시다, 하는 정도는 공약 차원에서 나올 말씀들이 아니라고 보여지기에 하는 말이다. 공약이라고 하면, 지역의 유권자 앞에감히 약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 실행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그게 아니고, 공공의 약속보다는 후보의 정책 전망을 제시하는차원에서 본다면, 지역 문화에대한 자신의 고민과 느낌,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나오는 발언들이, 해당 후보가 지역 문화를 어떤 방향에서 도울 것인지를 유권자들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담아 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선거에서 뽑을 국회의원들은, 지역 문화를 활성화시켜 내는 데에 도움을 줄 협조자의 한사람으로서 필요하다. 적어도자신의 문화적 소양과 이해도를 솔직히 드러내 주고, 자신이 지역의 문화 활성화를 얼마나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와 갈 수 있을것인가를 평가받을 자료를 내놓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여러 후보들이 적어도 자기를 부각시켜 내는 측면에서는 조금이나마 문화 부문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고는 있다. 그래서전주 지역 후보들의 문화 부문 공약은, 익산지역이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문화 관련 공약에 비해서는 다양하기는 하다. 불행히도 익산 지역 후보들의 문화 부문 공약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익산 지역은 거의 모든 후보들이 백제문화권 내지는 금마관공단지에 문화부문 공약의 전부를 할애하고 있다.
백제 문화권 개발과 문화 유적 발굴, 미륵사지 복원, 역사촌 개발, 금마지역 국민관광단지까지가 익산지역 후보들이내놓고 있는 문화부문 공약의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딱 한 사람만이 “문화시설의확충”이라는표현을 추가하고 있다.
물론 마한백제문화유적의 발굴과 마백문화권을 문화 자원으로 개발하는 것은 이 지역의 절실한 과제다. 그렇긴 하지만 익산에서 마백문화권 개발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정부 사업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해 오고 있는 일이며, 그 사업비 투자와 진척도가 너무 기대에 못 미치고, 부여권에 대한 투자에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는 사실, 워낙 관심이 없는 사람아니면 다 아는 일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정부의 사업계획이 적극적으로 입안되도록 하고, 사업비 투자에 소흘함이 없도록 잘 지켜보고, 쓸데없이 일이 늦어지는일이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면 되지않는가? 물론 누구라도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을 한결같이 소리높여 외치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다 아는 일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특별히 마련한 공약이랍시고 버젓하게 내놓고 있는 정치인들의 문화적 관심은 정말이지 점수를 주기가 어려운 일이다. 어디 지역 문화에 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나 문화 전반에 대해 자신이 갖추고있는 개성이 보이지를 않으니 말이다.
하다못해 익산 시내권에는 시민들이 이용한 문화 공간이 너무 모자라서 이따금씩 “회색도시”라는 말들이 튀어나오고있다는데, 이런 점과 관련해서 국가적으로 마련해 나갈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공약이라도 있단 말인가? 지역 주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점을 국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보완해 주고 기본을 마련해 주는 일에는 소흘하지 않나 싶다. 어떻게 보면‘익산 지역 후보들의 문화 부문 정책 공약은 아에 없는 건가?’하는 막말도 하고 싶어진다. 전주와 익산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놓고 뒤적거리면서 나름대로 몇 마디 되씹어 봤지만, 어째 께름칙하다. 이 글을 쓴 나 자신 또한 문화적 소양이나 지역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도, 문화 예술에 대한 식견들이 매우 유치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치한 사람으로나마 다가오는 4■11 총선을 지역 문화의 활성화 차원으로 끌어내 본다면, 다음의 세가지 만큼은 교정하고 보완하자고 말하고 싶다.
가장 먼저, 국회의원 후보들이 내놓은 문화 관련 공약을 통해, 해당 인물들의 문화에대한 고민가 수준을 읽어보자. 가능하면 더 나아가 그 인물의 문화적 성향까지도 파악해 보자.
또 하나는, 후보들이 이슈처럼 내놓는 문화 관련 공약들은 지역의 가장 절실한 요구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이걸 세웁시다.”, “저걸 만듭시다.”하고 내세운 공약들이 자칫 우리 지역의 절실한 문화적 요구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후보들로서는 문화 부문 공약에 자신의 문화적 개성을 담자. 공약이 자신이 실천할 약속이고, 그 하나 하나가 유권자로 하여금 자신을 판단하게 하는 자료가 제공되는 만큼, 개성을 담지 않는 공약은 결코 문화인으로서 자신을 보여 줄 수가 없을 것이다.
정치인은 문화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오히려 지역 문화 속에서 적극적 수용자여야 한다. 왜냐 하면 정치인은 우리 사회 문화에 민감해야 하고 문화전반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데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수돈/ 63년에 태어났다. 87년에 전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년동안 EYC(기독청년협의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CBS에는 88년 입사한 뒤 8년째 일하고 있다. 한창 총선 방송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