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9 | [문화저널]
지역문화의 쟁점
매세나운동에 대한 의식이 바로서야
글/한성천 전북도민일보 경제부 차장
(2004-02-12 12:30:52)
문화예술과 기업의 만남
문화예술이 21세기 최고의 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과의 만남이 필수적이다. 문화예술과 기업이 만남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산업시대 이전인 농경시대에는 농업속에 문화가 함께 공존했었다. 다양한 민속은 그 시대의 일과 놀이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두는 행위는 당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행위였으며 이는 곧 경제행위이기도 했다. 그 시대 사람들은 모두가 예술창작인이자 경재인들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문화예술과 경제(기업)는 점차 확연한 분리를 겪어 오다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예전의 연결고리를 다시 잇기 위해 ‘매세나 운동’ 과 ‘기업문화’ 가 주창되었다. 그러나 기업과 문화의 만남은 아직은 도입단계 불과하며 그 실적도 미미한 형편이다.
고대 로마시대 재상이었던 메세나가 문화 예술의 진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창하면서 메세나 운동을 시작되었다. 그것은 기업이 경제활돌을 통해 축적한 유무형의 자본을 문화예술계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편 기업문화랑 기업경영속에 문화가 스며 있는 것으로 오늘날 기업문화는 기업 이미지, 제품 디자인, 기업 홍보전략 등에 문화적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기업의 이익창출과 직결시키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금의 전북문화는 어떤 조건과 상태에 와 있는가. 예술의 고장으로 불리우는 우리 고장에는 각종 문화예술단체와 그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줄잡아 3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제각기 해당분야에서 뜨거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경제적인 난관에 부딪혀 창작활동에 어려움은 겪고 있다. 기본적으로 창작활동만으로는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도와주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예술과 기업의 접목을 시도했으며 이를 법제화 했다. ‘문예진흥기금법’이 그것이다. 기업에서 일정한 자금을 문화계에 투자하면 국가에서 기업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어 기왕 세금으로 낼 것을 기업체가 선호하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였다.
전북 지역에는 지난 84년 문예진흥기금 2억2천5백만 원과 민간지원금 1백68만원 등 모두 2억 2천 6백 68만원의 기금을 확보했으며, 이듬해부터 90년까지 매년 도비와 시군비를 추가했고, 원금에 대한 이자소득도 늘어나 현재는 그 액수가 39억 9천 3백만 원에 이르고 있다.
전북도에서는 또 지난 86년에 제정한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 운용조례’에 의거해 문예진흥기금이 30억원을 넘어선 92년부터 문화예술단체 및 개인들에게 분산,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지원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예진흥기금에 의한 공식적인 지원이 한계점에 봉착한 것이다. 기금지원의 현실성이 결여된 데다 무엇보다도 창작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기 때문이다. 운용기관인 전북도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재원은 적고 수요는 많은 데서 문제는 출발한다.
이렇듯 문예진흥기금이 지역문화 활성화에 무기력하자 도내 식자층을 중심으로 메세나운동의 절대성에 눈길이 돌려졌다. 그 결과 일부 기업 및 개인들이 메세나 운동에 참여해 극히 일부이지만 문화예술계에 지원의 손길을 보냈다. 기업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은 틀에 짜여 있듯 협찬과 장소 제공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것도 문화예술인들에겐 감지덕지(感之德之)다.
메세나운동은 지원금액이 많다고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 적은 규모라 할지라도 수례 문화 예술인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충분하다. 다시 말해 공연예술인에게는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과 유료입장권을 구매해 주는 일, 미술인들에게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해 주는 일, 문학인들에게는 출판비용을 보조해 주는 일 등이 진정한 메세나운동인 것이다. 기업의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이다.
또 도민들은 메세나 운동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높은 신뢰도와 구매력을 강화시켜 기업이 메세나 운동 참여가 이익증대로 직결된다는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도민 모두가 성숙된 문화의식으로 재무장해 예향의 옛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메세나 운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키 위해서 ‘지역메세나 협의회’와 같은 단체를 법인으로 설립하여 이를 활성화시키고, 문예진흥기금은 보조지원기금으로 활용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정착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